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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플랫폼이 구독제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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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플랫폼이 구독제 상품을 제공하지 않는 이유는?
  • 김영록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15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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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고객 유무와 콘텐츠 간 가격의 상대적 차이가 큰 요인으로 작용
웹툰 미리보기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소비자 논쟁 격화

[소비라이프/김영록 소비자기자] 방송, 영화 등 각종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OTT(Over the Top media service) 플랫폼은 월간 정기 구독제 마케팅 전략을 사용한다. 넷플릭스나 왓챠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전략은 웹툰플랫폼에서는 쓰이지 않는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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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정기 구독제 서비스가 웹툰플랫폼에서 제공된다면 소비자는 무제한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공급자는 더욱 많은 충성고객을 확보하게 되어 서로 이득일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동영상플랫폼이 아닌 웹툰플랫폼에서 정기 구독제 서비스는 기업에 아무런 이익도 가져다주지 못한다. 그 이유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 번째로 정기 구독제 서비스를 웹툰플랫폼에 적용한다면 헤비 유저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헤비유저란 전체 매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을 말한다. 반대로 라이트유저란 전체 매출에서 작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을 뜻한다. 명품을 사례로 들 수 있다. 명품관에 들어오는 손님 중 상위 10%만 잡아도 명품회사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확보할 수 있다. 이처럼 웹툰플랫폼은 헤비유저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정기 구독제 마케팅 보다는 소액 결제 유도 마케팅을 선호한다. 

두 번째로 웹툰 콘텐츠의 특성상 상대적인 가격의 차이가 명확하기 때문에 마케팅을 다양하게 구사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부분의 웹툰이 한 편당 평균적으로 200원인데 비해 영화는 한 편당 12,000원 정도 한다. 즉 한 달에 12,000원을 지불하고 웹툰 정기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한 달에 60편, 일주일에 15편 정도를 소비해야 본전이다. 따라서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여가로 즐기기엔 과하며 부담스럽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람마다 충분한 여가의 기준이 상이하기 때문에 마케팅 타깃이 불확실해지는 것이다. 또한 소액 결제 서비스를 유도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한 가격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분쟁 사례가 나타난다.

대표적인 실제 소비자 분쟁 사례로 네이버 웹툰 소속 와이랩 작품의 50% 미리보기 가격 인상을 들 수 있다. 웹툰계의 대표 주자인 네이버 웹툰은 한 편 미리보기 당 200원을 유지했다. 그러나 최근 ‘참교육’, ‘테러대부활’ 등 15개 작품은 300원으로 가격을 인상했고 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논쟁이 일어났다. 일부 소비자는 "다른 웹툰들에 비해 50% 높게 가격이 오를 만큼 차별화돼 있는지 의문이다", "아무런 논쟁없이 넘어가면 다른 작품들의 가격도 인상될 것이다"라며 불이익을 호소했다. 한편 다른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가격 책정은 오로지 판매자의 권한이며 소비자는 구매하지 않으면 그만", "웹툰은 대중교통같은 공공재가 아닌 선택사항일 뿐"이라며 반박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는 수익 분배 과정에 외부기관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작품들의 공통점은 유명 CP 와이랩 소속 작품이라는 점이다. 네이버 웹툰은 와이랩 지분의 12.6%를 보유하고 있는 특수관계로 가격 인상에 대해 “작품에 자신 있기에 300원을 받을 만하다”는 입장이다. 그리고 오는 9월 구글 수수료가 도입되면 안드로이드에 30% 수수료가 적용되어 가격이 더 오를 전망이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뜨겁게 논쟁하는 모습은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가지 실질적 제언을 덧붙이자면 논쟁에서만 멈추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한다. 만약 소비자 피해 발생 사실이 명백하다면 소비자는 '불매'를 통해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입장이 더 우세하다면 바람직한 논쟁 사례로 기억하고 넘어가는 것이 옳다. 결국 소비의 질적 선순환으로 넘어가기 위해선 충분한 논쟁과 같은 양적 축적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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