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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 아동 학대 방지하기 위해 도입 목소리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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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통보제, 아동 학대 방지하기 위해 도입 목소리 커져
  • 권유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2.01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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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에서 아동 출생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는 출생통보제
병원 밖에서의 출산, 병원이 행정업무를 맡게 된다는 점은 논란 있어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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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권유정 소비자기자] 최근 출생 신고가 되지 않은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출생통보제 도입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8일 인천의 한 주택에서 출생 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8살 A 양이 시신으로 발견됐다. A 양은 태어난 지 8년이 지났음에도 친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다. A 양의 친모는 전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채로 B 씨와 동거하면서 A 양을 낳아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다. 친부인 B 씨가 출생 신고를 하려고 했지만, 친모가 법적으로 전남편과 혼인한 상태이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혼인 관계가 아닐 경우 친모만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친부모만 출생 신고를 할 수 있게 법이 제정돼 있다. 부모가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5만 원만 부과될 뿐이다. 부모가 신고하지 않으면 국가가 아이가 태어났는지 전혀 알지 못해 국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받지 못하게 된다. 예방접종이나 건강 검진 등과 같은 의료서비스에서부터 입학통지서까지 아동이 서류상에 존재하지 않으면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없다.

이에 출생신고제가 아닌 ‘출생통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아이가 병원에서 태어나면 의사나 조산사 등이 국가에 통보하는 방식이다. 부모가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아 발생하는 미등록 아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출생통보제는 여러 기관이나 기구에서도 줄곧 제기됐던 제도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병원에서 아동의 98.7%가 태어나는 점을 언급하며 아동의 출산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국가기관에 출생을 통보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9월 대한민국 제5-6차 국가보고서를 심의한 결과로, “출생 신고가 부모의 법적 지위 또는 출신지와 관계없이 모든 아동이 보편적으로 이용 가능하도록 보장할 것”을 권고했다. “모든 아동이 출생 직후 등록될 수 있도록 미혼부가 그들의 자녀를 등록하는 절차를 간소화할 것”과 “모니터링 체계 수립 등 미등록 출생 아동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온라인 출생 신고 및 통보제도 도입을 환영”한다고도 밝혔다.

그러나 의료계는 출생통보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출생통보제가 도입되면 병원이 행정적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이다. 병원은 치료를 위한 기관이지, 행정업무를 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작년 5월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의료기관은 행정기관이 아니며 병·의원 의료인은 공무원이 아니다”라며 “의료기관이 새로운 행정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공무원법에 반하며 위헌적 법률”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한편, 출생통보제 도입으로 병원 밖에서 위험하거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출산하는 경우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아이의 출생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산모가 아동의 존재를 감추기 위해 병원 밖에서 출산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생통보제는 출생 신고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부모로부터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다. 아동의 존재가 알려지기를 두려워하는 일부 부모에게는 난처한 제도일 수 있지만,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해 도입 논의가 더 진척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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