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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 퍼지는 가정폭력… 한국은 오히려 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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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함께 퍼지는 가정폭력… 한국은 오히려 감소?
  • 김회정 인턴기자
  • 승인 2020.04.07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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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가정폭력 32% 급증… 약국 신고, 암호 개발까지
영국, 가정폭력 피해자는 예외적으로 외출 허용 논의
한국, 코로나19 이후 가정폭력 소폭 감소, 아동학대는 증가

[소비라이프/김회정 인턴기자]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강력한 외출 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가정폭력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문제가 잇따르자 UN은 각국 정부에 여성에 대한 폭력 예방을 코로나19 대응 계획으로 삼을 것을 촉구했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지난달 26일 프랑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 내무장관은 “이달 17일부터 23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국 가정폭력 건수가 32%, 파리에서는 3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동제한령을 선포한 이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프랑스 정부는 이를 심각한 사안으로 인지하고 피해자들이 집에서 벗어나 신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 프랑스는 약국에서 가정폭력 신고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 마스크를 사러 나와 약국에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 버튼을 비치하고, 약사가 버튼을 통해 수사기관에 연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피해자가 가해자와 동행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암호까지 개발했다. 피해자들이 약사에게 ‘마스크19’라는 암호를 말하면 된다. 프랑스 정부는 현재 이동제한령을 이달 15일까지 연장한 상황이다. 현지 언론은 “외출한 권리는 없지만 신고할 권리는 있다”며 가정폭력 피해자들의 신고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BBC는 영국과 북아일랜드에 이동제한령이 시행된 이후 가정폭력이 20% 늘었으며, 가정폭력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가 65%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영국 프리티 파텔 내무부 장관은 신문 기고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 집에 있는 게 안전하지만, 가정폭력이나 성적 학대 피해자인 어린이는 그렇지 않다”고 밝혔다. 영국 BBC방송도 “가정폭력 피해자는 예외적으로 자택을 벗어날 수 있다”고 시민들에게 전했다. 6일 BBC 뉴스 진행자 빅토리아 더비셔는 가정폭력 상담 전화번호를 손등에 적은 채 뉴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외 중국 후베이성, 미국, 이탈리아, 러시아 등 세계 각지에서 가정폭력이 급증하며 피해 신고소나 보호소를 운영하는 등 코로나19의 뜻밖의 부작용에 시름하고 있다. 그린란드 정부는 가정폭력 급증에 한시적으로 주류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반면 국내 상황은 다르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가정폭력이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신고 건수는 4만 5065건으로 전년 동기 4만 7378건과 비교해 4.9% 감소한 수치다. 대구·경북 지역의 가정폭력 신고도 줄어들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아동학대 신고는 1891건으로 작년 1708건보다 10.7% 증가했다. 절도 등 다른 범죄를 합한 전체 신고 건수도 332만 9064건으로 전년 동기 330만 7573건보다 2.4%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신고 건수 통계만으로 가정폭력이 줄었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회식, 모임 등 술자리가 줄어 가정폭력이 줄어들었을 가능성도 있지만 피치 못한 사정으로 신고를 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염두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신고가 증가한 여러 국가들은 가정폭력 신고 후 가해자를 바로 체포하지만, 우리나라는 미약한 처벌에 그쳐 신고가 쉽지 않다. 또한 가해자와 함께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신고할 기회를 놓칠 수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통계로 안심하기는 이르다며 아직 여러 상황과 지표를 분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번 통계에 대해 “유럽이나 미국은 가정폭력을 당하면 적극적으로 신고하지만, 한국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함께 있으면 신고를 꺼리는 때문이라고 분석된다”며 "국내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시간이 지나야 정확한 통계와 분석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가정폭력 상담 및 지원 가능한 경로는 ▲여성긴급전화는 국번없이 1366 ▲다누리콜센터(이주여성) 1577-1366 ▲한국가정법률상담소 1644-7077 ▲대한법률구조공단 국번없이 13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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