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몬법' 시행 2년... 여전한 소비자 입증 책임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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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법' 시행 2년... 여전한 소비자 입증 책임 의무
  • 류예지 인턴기자
  • 승인 2021.01.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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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중재신청 700여 개 중 단 1건 교환 판정
소비자, 해외의 레몬법은 법적으로 강제하는 '진짜 소비자 보호법'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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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류예지 인턴기자] 13일 국토교통부는 메르세데스-벤츠의 S 350d 4매틱의 하자를 인정하고 교환명령을 내렸다. 해당 차량은 지난달 말 열린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서 시동정지 기능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이 일은 국내에 '레몬법'이 시행된 후 처음으로 적용되는 사례가 됐다.

'달콤한 오렌지인 줄 알고 구매했는데, 매우 신 레몬이었다'라는 의미를 가진 레몬법은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인 '매그너슨-모스 보증법(Magnuson-Moss Warranty Act)'을 본떠 제정됐다. 레몬법은 신차를 구매하고 1년·주행거리 2만㎞ 이내에 일반 하자 3회 혹은 중대 하자 2회 이상이 동일한 곳에서 재발하는 경우 제조사에 신차 교환이나 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 이 제도는 지난 2018년 BMW 화재 사고 등을 계기로 2019년 1월부터 '자동차관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한 것이다. 다양한 결함 중 원동기·동력전달장치·조향장치·제동장치의 결함을 중대하다고 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이번 사례와 같이 시동정지 기능 시스템 관련 민원 고객은 총 4명인데, 이 중 레몬법으로 중재결정을 받은 고객 외 3명은 협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심의위원회 판정을 따르고 절차를 준수해 고객의 차량을 교환하는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며 "고객의 권리 구제를 위한 레몬법 시행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레몬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토교통부 심의위원회에 접수된 중재신청은 2020년 12월 기준 747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결함이 인정돼 교환 판정까지 내려진 건 이번 메르세데스-벤츠 사례가 유일하다. 교환·환불·추가수리 등의 조치로 소비자가 중재를 취하한 경우인 94건과 양 당사자가 합의해 화해 결정이 내려진 5건을 더하면 차량의 하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졌다고 보이는 경우는 총 100여 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전체 중재신청 건수의 13%로 중재 종결 건수의 절반도 안 되는 47%이다. 이처럼 하자에 대한 조치 비율이 낮은 이유와 관련해 국토교총부 관계자는 "중재신청 접수 사례들 중 230여 건이 중재절차 개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각종 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레몬법의 첫 적용을 환영하며, 앞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지길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레몬법의 확대 적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소비자들도 있다. 중대 결함을 증명하는 데 있어 소비자가 그 내용을 입증하기 어렵고, 레몬법 적용에 협조하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제조사들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이 나오는 이유는 레몬법에 관한 규정이 구매 계약서에 표시돼 있어야만 레몬법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신차 구매 계약 내용을 강제할 수는 없기에, 자동차 제조사의 협조가 없이는 보장받을 수 없다. 또한 동일한 중대 하자가 2번 이상 발생했을 때 소비자가 제조사 쪽으로 레몬법 적용을 통보하도록 한 의무사항과 결함의 입증 책임이 소비자에게 있는 것도 허점으로 꼽힌다.

D 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 A 씨는 레몬법의 맹점에 대해 "소비자에게 하자에 대한 입증 책임을 넘기기 때문에 소비자가 서비스센터에 정비를 의뢰해도 동일한 하자가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 자동차의 평균 사용 기간이 10년 이상임에도 레몬법은 '신차 구매 후 1년 이내·주행거리 2만㎞ 이하'의 차량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실상 적용이 가능한 차량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형 레몬법이 본떴던 미국의 소비자 보호법에서는 결함이 여러 번이 아닌 1번만 발생해도 교환 혹은 환불이 가능하다. 미국 외에도 유럽, 일본 등 많은 나라에서는 강력한 레몬법을 시행하고 있으며, 심지어 싱가포르, 뉴질랜드 등 자동차 생산국이 아닌 나라에서도 레몬법과 유사한 제도가 있다. 한국보다 자동차 생산 역사가 짧은 중국도 '삼포법(三包法)'이라는 이름으로 수리·교체·반품이 가능한 제도를 운영한다. 여기서 말한 제도들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보호법으로 모두 업체의 선택이 아닌 법적 강제력을 가지고 있다.

자동차는 사람이 구매하는 제조물 중 가장 고가이다. 또한 사람이 직접 운행하는 만큼 생명과 안전에 직결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의 구조적 혹은 기계적 결함은 돌이킬 수 없는 큰 피해를 부르기도 한다. 이번 레몬법 첫 적용 사례에 힘입어 한국형 레몬법도 법적 강제성을 가졌으면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어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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