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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마켓, 윤리적 장터 될 수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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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마켓, 윤리적 장터 될 수 없나?
  • 권유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1.16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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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판매 게시글과 음란성 메시지 증가
키워드·인공지능 필터링, 윤리 지침 필요
출처 : 당근 마켓 홈페이지
출처 : 당근 마켓 홈페이지

[소비라이프/권유정 소비자기자] 지역을 기반으로 거래하는 중고 거래 앱 ‘당근 마켓’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가까운 지역에서 이웃과 거래하는 편리함으로 이용자 수가 현재 천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에 따라 불법 게시물이나 메시지도 증가하고 있다. 거래 금지 품목을 판매하거나 이용자 간에 부적절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다.

지난달 16일 당근 마켓 앱에 아이를 판매하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가격은 20만 원으로,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었다. 이불에 싸인 아이 모습의 사진 2장도 있었다. 이에 6일 제주 서귀포경찰서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게시글을 올린 미혼모 A 씨(27)를 아동보호 사건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아동보호 사건은 법원이 아동에 대한 접근금지, 치료, 교육, 상담 등 보호처분을 하는 것을 말한다. 경찰은 A 씨가 깊은 반성을 보이고, 갑작스러운 출산으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도움받을 수 없어 양육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점을 고려해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이 아동보호 사건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 A 씨는 아동복지법 위반에 대해 일반적인 공소 절차를 따르게 된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애인 팝니다’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학생으로 보이는 사진 한 장도 같이 게시됐다. 전북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게시자의 아이디와 주거지, 사이트 접속자 등을 확인해 게시자인 10대 청소년을 보호 처분했다.

사람 외에도 담배나 탈모약, 식욕억제제 등의 의약품도 거래되고 있다. 담배는 청소년 판매 금지 품목으로, 시중에서 청소년은 구매할 수 없다. 그러나 중고거래 시 판매자가 미성년자에게 팔지 않는 방법 외에는 따로 감시가 불가능하다. 의약품 또한 사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으면 신체에 유해할 수 있어 의사 처방을 통해서만 유통되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탈모약은 임신부가 깨진 알약을 손에 대는 것만으로도 피부에 흡수돼 태아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이러한 불법 판매 글뿐만 아니라 여성 판매자의 물건에 대한 성희롱도 문제가 되고 있다.

9월 B 씨는 당근 마켓 앱에 비키니 판매 글을 올린 후 불쾌한 경험을 했다. 구매자가 사이즈를 문의하며 착용 사진도 요구해 B 씨는 여행 사진 등 멀리서 찍은 사진을 잘라서 전송했다. 그러나 구매자는 화질이 흐리다며 다른 사진을 요구했고, B 씨는 “이벤트용 비키니라 사진이 당연히 있을 줄 알았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C 씨도 당근 마켓 앱에 원피스를 판매하려고 게시글을 올렸다. C 씨는 “구매자와 직접 만나 거래하는데 나이가 많은 남성이 나왔지만, 심부름 오는 사람들도 있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남성이 “집에서 쉬고 있는 딸이 있는데 속옷도 같이 파냐”고 물어 기분이 상해 바로 받은 돈을 주며 판매하지 않겠다고 말한 후 돌아왔다.

당근 마켓에서는 판매자와 구매자의 거주 지역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음란 메시지나 성희롱 피해자의 불안감이 더 크다. 다른 중고거래 앱과 달리 거주 지역을 기반으로 거래하기 때문이다.

당근마켓 측은 불법 게시물 및 메시지 접수 건수가 증가하자 6일 ‘이용자 대상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가이드라인에는 ▲사람 등 생명에 대한 불법 거래 ▲사기 행위 ▲음란성 게시물 및 채팅 메시지 ▲욕설 등의 모욕 발언 ▲차별 발언 등이 포함된 게시물에 대한 제재가 담겼다. 게시물에 따라 미노출, 강제 로그아웃, 한시적·영구적 서비스 이용 불가 등의 제재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 수사기관 연계를 통해 해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용자들이 불법 게시물 및 메시지 발견 시 즉시 신고하는 방안도 당부했다. 키워드나 인공지능 필터링을 통해 부적절한 게시물을 통제하고 있으나 100% 걸러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통한 사전 필터링 기술을 적극적으로 개발·활용할 필요가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 차원에서 윤리 가이드라인을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근 마켓과 같은 오픈 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가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팔 수 있다는 편리함이 있다. 그러나 거래 품목을 처음부터 제한할 수 없어 불법 유통 창구가 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구할 수 없는 물품을 중고 거래 앱에서 제약 없이 구매하게 될 수 있다. 이용자 간의 메시지에서도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사전에 사고를 방지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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