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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호] 중고거래의 진화 “중고거래 어디까지 해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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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호] 중고거래의 진화 “중고거래 어디까지 해봤니?
  • 기획취재팀
  • 승인 2020.03.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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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앱으로 집 근처에서 편리하고 투명하게 거래

[소비라이프/기획취재팀] 중고거래가 달라졌다. 과거 중고시장은 사기가 빈번하고 저렴하지만 질이 떨어지는 물품들이 거래되는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중고거래는 투명하고 정교하게 진화했다. 중고나라·번개장터·당근마켓·헬로마켓·땡큐마켓 등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중고거래 플랫폼이 시장 성장세를 이끈다. 

◆급성장 중인 중고거래 시장
중고거래가 쇼핑 앱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9 대한민국 쇼핑 앱 사용자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올 1월 280만 명에 그쳤던 쇼핑 카테고리별 월간 방문자 수는 8월 들어 363만 명으로 훌쩍 뛰며 30%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러한 결과는 반드시 새 제품을 사야 할 이유가 없다면 중고거래를 통해 동일한 제품을 더 합리적인 금액에 구매하겠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고시장의 성장배경엔 불황이 자리한다. 통상 경기가 나빠질수록 중고거래는 활발해진다. 최근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고가의 신제품 대신 저가의 중고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반대로 중고제품을 팔아서 줄어든 가처분 소득을 보완하려는 이들도 많아졌다. 

최근 몇 년간 중고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소비 트렌드의 변화 때문이다. 과거 재화가 ‘소유’하는 개념이었다면 요즘은 ‘사용’하는 개념으로 바뀌었다. 이런 소비 트렌드는 필요하면 사용하다가 필요성이 끝나면 되파는 중고거래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

업계에선 무엇보다 ‘가치 소비’ 트렌드에 주목한다. 단순히 저렴한 가격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찾아 중고시장에 진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성 있는 빈티지 제품이나 희귀한 절판, 한정판 제품이 대표적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중고시장을 이용하는 소비자는 시중에 있는 제품을 값싸게 사고 싶은 부류와 시중에 없는 제품을 비싸게라도 사고 싶은 부류 두 종류”라며 “최근 소비 트렌드의 변화가 중고시장 성장세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다양해진 전용 거래 플랫폼
시장이 성장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각 플랫폼은 오픈마켓, 지역 커뮤니티, 직매입 등 서로 다른 전략으로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2003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한 중고나라는 이제 중고거래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누적 회원 수는 2,100만 명에 달하고 하루에만 평균 23만 건의 새 상품이 등록된다. 지난 2018년 연간 거래액은 2조5,000억 원으로 이커머스업체인 티몬(3조 원대 초반)과 대적할 만한 수준이다.

중고나라는 2014년 법인을 설립, 2016년 모바일 앱을 출시하며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발돋움했다. 2017년에는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고 올해 오프라인 중고차 매장까지 열며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중고나라의 수익모델은 광고와 중고차사업, ‘파트너센터’ 서비스다. 파트너센터는 중고나라가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일종의 오픈마켓 서비스다. 이용자가 판매 채널이 돼서 중고나라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아 팔고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사기 이력만 없으면 누구나 본인 인증을 통해 ‘인증셀러’로 참여할 수 있다. 인증셀러는 중고나라가 파트너센터에 올려둔 상품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개인 페이지에 등록한다. 판매가 완료되면 중고나라와 판매자가 수익을 나눈다.

현재 인증셀러는 총 3,000여 명으로 학생과 주부가 주를 이룬다. 상품 공급과 배송은 중고나라가 맡고 인증셀러는 무자본으로 판매 수익을 올릴 수 있어 부업으로 인기다. 인증셀러는 평균 한 달에 30만 원의 수익을 창출하는데 지난 반년간 억대 수익을 낸 인증셀러도 있다. 중고나라는 파트너센터를 통해 독자적인 플랫폼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2015년 7월 출시된 당근마켓은 현재 누적 다운로드 수 800만 건을 기록하며 업계 2위로 급성장했다. 연간 거래액은 2016년 46억 원에서 지난 2018년 2,178억 원으로 뛰었다. ‘당신의 근처에서 만나는 마켓’이란 이름의 당근마켓은 지역 기반 중고거래 서비스다. 사용자가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기반으로 자신의 동네를 인증한 뒤 반경 6㎞ 이내 다른 사용자와 거래하는 방식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동네와 근처 동네에서 실시간으로 거래되고 있는 물품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동네 이웃 간에 정을 나누는 ‘무료 나눔’도 활발하다. 최근엔 무료 나눔을 대기하는 사람이 늘면서 사용자 체류 시간이 가장 긴 앱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기준 이용자 1인당 한 달에 264분을 당근마켓에 머물렀다.

당근마켓은 이 같은 장점을 살려 동네 커뮤니티로 발전하고 있다. 현재 서울 강남 일대 등 일부 지역에서 ‘지역 커뮤니티’ 서비스를 시행, 지역 관련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당근마켓은 해당 서비스를 내년 상반기까지 전국으로 확대하고 이를 통해 지역별 이용자들이 참여하는 공동구매의 판을 깔겠다는 방침이다.

◆‘편의성·안정성’ 확대한 중고장터 앱
번개장터는 2010년 10월 런칭한 모바일 중고장터 앱이다. 지난 2018년 회원 수가 1,000만명을 넘었고 연간 거래액 1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누적 다운로드 수는 1,400만 건이다. 주요 중고거래 사업자 중 유일하게 3년 연속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번개장터 사용자는 크게 구매자와 판매자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구매자는 말 그대로 마음에 드는 제품을 구매하는 사용자를 의미하고, 판매자는 개인 상점과 전문 상점을 선택해 물건을 판매하는 사용자들을 가리킨다. 또한, 판매자는 개인 상점과 전문 상점을 선택해 판매할 수 있는데, 보통 개인 상점을 운영하는 사용자들은 평범한 중고거래를 하는 일반 판매자이고, 전문 상점을 운영하는 사용자들은 오프라인 숍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다. 

수많은 중고거래 앱 중에서 번개장터가 특히 주목받을 수 있었던 이유로는 앱 자체에 ‘번개톡’이라는 채팅 기능이 적용됐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번개장터를 이용하는 대부분의 사용자가 이름, 전화번호, 주소 등을 비롯한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는데, 번개톡을 이용해 구매 및 판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번개톡을 이용하지 않고 전화나 문자를 통해 거래를 하는 것도 가능한데, 통상적으로 구매자가 번개톡으로 연락을 하면 판매자가 구매 의사를 다시 한번 확인한 후 거래에 필요한 서로의 개인정보를 주고받는 식이다. 이외에도 안전거래를 제공하고, 편의점 택배와 업무 제휴를 맺어 CU나 GS25 편의점에서 택배를 발송하면 배송 알림을 전송해 보다 편리한 중고거래가 가능하다.

집으로 찾아오는 중고거래서비스도 등장했다. 2016년 스타트업 어픽스가 만든 ‘땡큐마켓’이 그 주인공이다. 땡큐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1대1 거래가 아니다. 땡큐마켓이 중간에 개입해 판매자의 중고물품을 직매입하고 추후 구매자에게 판매한다. 이를 통해 중고시장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땡큐마켓은 판매자가 물건을 의뢰하면 직원이 직접 방문 수거하기 때문에 개인정보 노출, 사기 등 위험부담을 최소화한다. 수거 후 세척과 개보수를 하기 때문에 품질도 향상된다.

2011년 런칭한 헬로마켓 역시 각종 앱 랭킹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중고거래 서비스다. 최근 인기 배우 조인성을 모델로 앞세워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으며 중고 아이템 천만을 돌파했다. 실시간 채팅 서비스 ‘헬로톡’, 안전한 에스크로 결제 ‘헬로페이’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며 빠른 상품 등록 및 판매, 24시간 안전 모니터링도 주요 특징이다.

한편 연간 15조 원으로 추산되는 중고거래 시장이 소비 트렌드 변화로 앞으로도 가파르게 성장할 전망이다. 관련 전문가들은 “소유보다 사용을 우선시하는 라이프 스타일 트렌드와 자신만의 가치에 따라 구매를 결정하는 ‘가치 소비’ 성향이 지금보다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중고거래 시장이 지금보다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중고나라, 당근마켓, 땡큐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마다 성격이 제각각인데 모두 성장세다. 앞으로도 중고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 기업이 독점할 순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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