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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 손가락”이 뭔데... 남혐 논란에 휩싸인 게임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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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그 손가락”이 뭔데... 남혐 논란에 휩싸인 게임업계
  • 장은빈 소비자기자
  • 승인 2023.11.28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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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에서 반복되는 사상 검증과 마녀 사냥...
특정 제스처에 담긴 논란의 진실 공방

[소비라이프/ 장은빈 소비자기자] 넥슨이 23일 공개한 캐릭터 엔젤릭 버스터 홍보물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해당 홍보물에서 엔젤릭 버스터는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모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이에 일부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이 포즈가 '남성 비하'를 의미하는 손가락이라며 항의했고 넥슨은 26일 사과문을 게재했다.

 

엔젤릭 버스터의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모은 포즈 캡쳐 화면
엔젤릭 버스터의 엄지와 집게손가락을 모은 포즈 캡쳐 화면 (넥슨 홈페이지)

이용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해당 홍보물을 작업한 외주업체 '스튜디오 뿌리'의 다른 작업들도문제 삼았고 블루 아카이브, 이터널 리턴, 던전 앤 파이터 등도 줄줄이 사과문을 올렸다.  '스튜디오 뿌리'는 26일 오후 사과문과 함께 작업에 참여한 해당 스태프와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가 남혐이라고 주장하는 '집게 손 모양'은 과거 '메갈리아'라는 강성 페미니스트 사이트의 로고였다. 해당 사이트는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목적으로 손가락 모양을 사용한 것이 맞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 내 작업물이 이것과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셀 수 없이 많은 프레임으로 이루어진 애니메이션의 손동작을 캡처하다 보면 해당 손 모양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튜디오 뿌리'도 "이는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다 보니 들어간 것이지 의도적으로 그려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닙니다.", "해당 스태프는 키 프레임을 작업하는 원화 애니메이터로 저희가 하는 모든 작업에 참여하지만 동작 하나하나를 컨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메갈리아'는 2015년에 개설되고 2017년에 폐쇄된 홈페이지로 현재 그 실체가 정확하지 않다. 이처럼 음모론에 가까운 억지 논란은 지난 2021년 편의점 GS25의 홍보물에 대한 사과 이후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게임업계의 사상 검증과 마녀사냥도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게임 회사들은 논란이 된 해당 손가락 포즈를 절대 의도하지 않았다며 완강히 부인하면서도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여성 창작자를 해고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창작자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명백한 노동권 침해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추가로 밝혀진 사실에 따르면 해당 장면은 퇴사 의사를 밝힌 여성 직원이 그린 것이 아니라 다른 업체의 40대 남성 애니메이터가 그린 것이었다. 논란이 된 여성 직원은 다른 장면을 담당한 것으로 확인되어 사상 검증에 대한 비판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음모론에 대해 사실 검증을 거치지 않고 사과문을 올려 하청 업체 ‘스튜디오 뿌리’를 압박한 넥슨은 이러한 비판에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8일 오전 한국여성민우회와 양대 노총 등 9개의 시민단체가 넥슨 코리아 사옥 앞에서 페미니즘 혐오 몰이를 규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편 해외 게임 커뮤니티인 리셋에라(ResetEra)에서는 지난 26일 넥슨의 사상 검증에 대한 글이 업로드되었고 200개가 넘는 의견이 달렸다. 해외 게이머들은 지난 7월 비슷한 논란으로 여성 창작자를 해고한 ‘프로젝트 문’ 사건을 언급하며 한국의 사상 검증과 검열에 대한 거센 비판을 표현했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 게임업계의 페미니즘 혐오와 사상 검증에 대한 문제가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다. 창작자의 자유와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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