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방심은 금물, ‘슈링크플레이션'
상태바
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방심은 금물, ‘슈링크플레이션'
  • 이가연 소비자기자
  • 승인 2023.11.28 10: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달 초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 결과 발표
안내없이 용량 줄이는 것은 소비자 기만 행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소비라이프/ 이가연 소비자기자] 정부가 소비자 기만행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2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기획재정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계부처와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과 간담회를 열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슈링크플레이션은 일종의 소비자 기만행위로써 소비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어 소비자에게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가격을 올리거나 유지하면서 양은 줄인다는 뜻으로,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상승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패키지다운사이징(package downsizing)이라고도 불리며, 고물가 상황에서 기업들이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가격 인상 효과를 얻는 마케팅 전략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4월 묶음 판매되는 카스 맥주의 용량을 1캔당 375mL에서 370mL로 줄였다. 풀무원은 핫도그 제품 가격은 그대로지만 한 봉지 당 들어있는 핫도그 개수를 5개에서 4개로 줄였다. 동원 F&B는 양반김 무게를 5g에서 4.5g으로 줄였다. 해태는 고향만두 한 봉지 무게를 415g에서 378g으로 낮춰 들어가는 만두 수를 줄였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식품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유독 경제 상황이 악화될수록 잦아진다. 2015년 당시 중동에서 유입된 메르스의 영향으로 경제성장률이 2% 대에 머물 때가 그랬다. 그보다 앞선 2014년에는 대학생들이 과자로 뗏목을 만들어 한강을 건너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질소 과자'를 두고 소비자들의 질타가 계속됐던 이유다. 질소과자도 봉투 속 내용물을 줄인채 질소를 채워 비난을 받았다.

식품업계에서는 원부자재값 상승에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지만 정부의 가격인하 압박이 커져 용량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현행법상 가격 변동 없이 용량을 줄이고 판매할 때 관련 안내사항을 알리지 않아도 포장 표시가 동일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가격을 그대로 두거나 올리고 양을 줄이면 단위당 가격이 높아져 실질적인 가격인상이지만 소비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워 일종의 기만행위에 해당한다.

슈링크플레이션과 비슷한 방법으로 제품에 포함된 원료의 함량을 줄이는 ‘스킴플레이션(Skimflation)’ 도 문제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7월 델몬트 주스의 오렌지와 포도 과즙 함량을 100%에서 80%로 낮춘 바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델몬트 오렌지주스의 과즙 함량을 80%로 줄였는데 소비자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한국소비자원은 73개 품목의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조사 결과를 내달 초에 발표한다. 23일부터는 소비자원 및 참가격 홈페이지를 통해 신고센터를 운영해 소비자의 신고를 받는다. 참가격 홈페이지에서 가격 변동 및 용량 변동도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