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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가치’ 사는 소비자에 바빠진 유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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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가치’ 사는 소비자에 바빠진 유통가  
  • 이동윤 객원기자
  • 승인 2022.05.20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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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MZ세대 소비자 38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4.5%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실천하는 기업의 제품이 더 비싸더라도 구매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 소비자들은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토대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가치소비’를 시작한 것이다.


‘가성비’ 시대는 끝났다?
가치소비는 자신의 신념에 부합하고, 가치관을 드러내는 소비를 말한다. 남을 의식하는 과시소비와는 다르게 실용적이고 자기만족적인 성격이 강하며 무조건 아끼는 알뜰소비와 달리 만족도가 높은 제품에 대해서 과감히 투자한다. 

가치소비를 추구하는 이들은 상품의 질을 따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구매가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친환경 가치를 중심으로 자신의 소비가 환경을 보호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비건 제품을 구매하거나 유기견에게 수익이 기부되는 제품을 사는 것도 가치소비의 예다. 

투박한 쇼핑백이 힙해진 요즘
최근 일회용품 사용량 급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친환경 가치를 중시하는 트렌드가 소비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 여느 곳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유통업계다. 유통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소비자 역시 이에 화답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2월 100% 폐지로 만든 친환경 쇼핑백을 도입했다. 이 쇼핑백은 현대백화점 상징 색깔 중 하나인 ‘그린(green)’을 활용해 친환경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사용 후 재활용을 고려해 코팅이나 은박 등 일체의 추가 가공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됐다. 자원 순환 시스템도 구축했다. 자체 발생하는 폐기물을 회수 및 수집해 원료화하고 재활용품을 생산해 자원 절약과 탄소 배출 감소를 극대화하는 시스템으로 현대백화점은 전국 16개 점포에서 발생하는 포장 박스와 서류 등 매년 약 8700톤 폐지를 자체 수거한 뒤 쇼핑백으로 제작한다는 구상이다. 

또 전국 16개 점포 내 우수고객 라운지와 카페 H에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컵을 도입하기로 했다. 친환경 종이컵은 수용성 코팅 제지를 사용해 별도 코팅 분리 과정 없이 재활용과 생분해가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이전보다 투박한 쇼핑백과 종이컵이지만 MZ세대의 반응은 뜨겁다. 온라인에서 입소문을 타며 오히려 힙한 쇼핑백과 종이컵으로 떠올랐다. 

이마트는 친환경 경영 실천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플라스틱 감축 캠페인 ‘가플지우(가져가요 플라스틱 지켜가요 우리바다)’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가플지우는 플라스틱 감축을 위한 활동을 전개 중이며 매년 기업과 기관, 단체가 참여해 친환경 문화를 전방위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데 올해는 SSG닷컴, G마켓, CJ제일제당, 블랙야크, 브리타, 아이엠어서퍼, 유익컴퍼니, 자원순환사회연대 등 8개 파트너사가 합류해 이마트 ‘가플지우’ 캠페인에 동참한다.

홈플러스는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면 ‘친환경 교육 캠페인’으로 선순환되는 캠페인을 진행 중이고 GS리테일은 지난달 말까지 오프라인에서 친환경 캠페인 ‘플로깅 캠페인’을 전개했다.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행사로 소정의 간식비 지원과 함께 에코백과 친환경 봉투 등으로 구성된 플로팅 키트를 지급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전 세계가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환경 문제에 GS리테일도 적극 동참한다는 데 ‘플로깅 캠페인’의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패션 ‘뽐’이 아니라 ‘친환경’
가치소비자를 잡기 위해 패션·뷰티업계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가방, 의류 개발, 판매는 물론 수선, 리폼 서비스를 통해 구매 대신 소유한 옷을 오래 입도록 권장한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 ‘헥사 브이투’는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리사이클링 메시와 공장에서 재단하고 남은 가죽 조각을 재활용한 리사이클링 가죽을 갑피(겉감)에 적용했다. 또한 인솔(안창)에는 자연 생분해가 빠르고 속건성이 우수한 천연 메리노 울 소재를 적용했다. 

코오롱FnC 패션 브랜드 ‘래코드’는 패션 브랜드의 고민 중 하나인 ‘재고’를 활용한 솔루션을 제안하는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다. 계열사에서 나오는 의류 재고 중 재활용에 적합한 의류를 고르고 해체한 뒤 재조합해 제품을 생산한다. 또한 잔단이라고 불리는 잔여 원단의 사용도 늘려 제로웨이스트 실천에 동참한다.

나아가 ‘래코드’는 지난 3월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에 수선·리폼 서비스를 해주는 ‘박스 아뜰리에’를 오픈하고 옷을 오래 입는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박스 아뜰리에에서는 일반 수선뿐만 아니라 오래 되거나 싫증난 옷을 전혀 새로운 디자인을 탈바꿈해주는 맞춤형 업사이클링 서비스도 제공한다. 

LF는 업계 최초로 친환경 포장 시스템인 ‘카톤랩’을 도입했다. 카톤랩은 제품 포장 과정 전반을 자동화하고 포장 폐기물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이 특징인 친환경 패키징 솔루션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JAJU’는 최근 ‘코튼 메이드 인 아프리카’의 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친환경 원단 뿐 아니라 부자재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해 오는 2025년까지 의류 70% 이상을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화장품 구매를 결정하는 용기
‘버려지는 것’ 대신 ‘활용되는 것’으로

지난해 CJ올리브영이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9명이 ‘화장품 구매 시 사회와 환경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뷰티업계도 가치소비하는 소비자들을 잡기 위해 발빠르게 나섰다. 

뷰티업계는 먼저 화장품 용기를 수거해 재활용하는데 앞장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현대건설과 손잡고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을 건축자재로 만들기로 했다. 플라스틱 화장품 공병 분쇄물과 초고성능 콘크리트(UHPC)를 혼합한 건설용 테라조 타일을 제조해 아파트에 적용하는 것이다. 우수한 강도와 내구성을 가진 업사이클링 테라조 타일은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 연출이 가능하다.

이에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일찌감치 화장품 용기 재활용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해 지난 2003년부터 총 2354t의 화장품 공병을 수거했다고 밝혔다. 다 쓴 화장품 공병을 매장에서 회수해 리사이클링하는 것뿐만 아니라 창의적으로 재활용하거나 예술작품 등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등의 재활용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2020년 친환경 화장품 용기인 종이 튜브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했다. 본체 안쪽 면에 얇은 방수막 합지와 종이를 겹쳐 넣어 플라스틱을 완전히 대체하는 종이 튜브를 선보인 것이다. 한국콜마의 종이 튜브는 독일의 iF디자인 어워드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그리고 디자인계의 아카데미상으로 꼽히는 미국 IDEA 2021까지 차례로 석권하며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

CJ올리브영도 자체 모바일 생방송 ‘올라이브’를 통해 뷰티사이클 특집 방송을 진행하며 소비자들 반응을 이끌어 냈다. 뷰티사이클이란 다 쓴 플라스틱 화장품 용기를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하는 고객 참여형 캠페인으로, 화장품 용기의 90%가 일반 분리배출 시 재활용이 어려운 만큼 접근성이 좋은 올리브영 매장에 수거함을 비치해 공병 수거율을 높이고 재활용 실천을 독려한다는 취지다.

이제는 제품의 디자인이 예쁘다고, 유명 브랜드라고, 제품 후기가 좋다고 소비하는 시대는 지났다. 제품에 담긴 스토리와 과정을 중요시 하는 가치소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나아가 가치소비는 기업의 윤리나 사회적 책임 등을 고려해 친환경, 공정무역 실천, 동물복지 등을 따져 소비하고 반대로 비윤리적이나 불공정한 기업의 제품은 보이콧하기도 하는 움직임으로 발전되기도 한다. 가치소비가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는 만큼 더욱 많은 제품이 이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이동윤 객원기자 shygi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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