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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생산 뒤에는 희생 당하는 투구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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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생산 뒤에는 희생 당하는 투구게가 있다?
  • 조영욱 소비자기자
  • 승인 2021.10.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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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화석’ 투구게의 파란 피 속 단백질로 실험
체내 30% 혈액 채취 후 방류, 멸종 우려 목소리 커져
실험실에서 채혈을 당하는 투구게/사진=National Geographic/Getty Image
실험실에서 채혈을 당하는 투구게의 모습./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Getty Image

[소비라이프/조영욱 소비자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백신 생산과 접종에 열을 올리는 이 때,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는 만큼 투구게의 희생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투구게는 약 4억 8000만 년 전 지구상에 등장했다. 현재 바다에 사는 협각류 해양생물들은 모두 멸종했지만 투구게는 유일하게 멸종되지 않은 종으로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린다. 생긴 모습은 중세시대 유럽의 투구 모양과 닮아 투구게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투구게는 핏속에 ‘헤모시아닌’이라는 혈색소로 인해 파란색 피를 가진 생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바로 이 투구게의 파란 피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생산에 필수적인 물질로 여겨지고 있다.

투구게 체내에는 항체가 없어 세균이 침투하면 젤리 같이 혈액을 응고시킨다. 또한 투구게의 혈액에서 추출되는 LAL(Limulus Amebocyte Lysate)라는 단백질은 세균 검출에 민감하고 정밀하게 반응하며, 세균 검출 속도가 빨라 실험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의약계에선 이러한 점을 주삿바늘의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에 없던 엄청난 양의 백신이 필요하게 되면서 인간에 의해 투구게는 산 채로 포획돼 심장 주위 조직이 뚫려 체내 30% 가량의 피를 빼앗긴다. 그리고 24시간에서 72시간 내에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진다.

업계에서는 투구게의 체내 30% 채혈은 투구게의 생명을 빼앗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채혈 과정에서 10% 가량이 죽으며, 채혈 과정에서 살아남아 바다로 돌아간 투구게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채혈 당한 암컷 투구게의 번식력이 약해져 투구게의 멸종을 맞이할 수 있다.

투구게의 주요 산란지인 델라웨어 만의 조사자료에 따르면 투구게의 개체 수는 2018년 65만 4263마리에서 2019년 72만 4533마리로 추정됐으나. 코로나19 발생으로 투구게의 희생이 늘어나면서, 매년 빠짐없이 이뤄졌던 투구게 산란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  

백신 생산에 있어 투구게의 혈액을 대신해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순 없을까? 정답은 대체 물질에 있다. 2003년 스위스 생명공학 회사 론자(Lonza)는 ‘재조합팩터C’ 라고 불리는 물질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물질을 활용해 파이로진(PyroGene) 검사법을 개발했다. 파이로진은 2018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의약품 승인을 받았지만, 이를 사용하는 곳은 드물다. 비용때문이다. 파이로진과 투구게의 가격은 비슷하지만 약품을 새로 도입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환경 및 동물보호운동가들은 대체물질이 있음에도 투구게의 희생이 계속 이어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한다. 의약계에서도 대체물질의 사용을 권장하며 더 이상 투구게의 희생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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