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700년 넘게 이어진 고래사냥 ‘그라인다드랍’
상태바
700년 넘게 이어진 고래사냥 ‘그라인다드랍’
  • 조영욱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9.30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매년 돌고래 1500마리 떼죽음
불필요하게 고래 목숨을 앗아가는 '대학살 축제' 변질
그라인다드랍은 어선이 고래를 해변가로 몰아넣으면 뭍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작살을 사용하여 고래를 도살하는 방식, 덴마크령 페로 제도에서 열리는 전통 민족 축제로 수백 년간 이어졌으며, 매년 7~8월에 열리는 고래 사냥 축제/사진=sea shepherduk 인스타그램
그라인다드랍은 매년 7~8월에 열리는 고래 사냥 축제로 덴마크령 페로 제도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 어선이 고래를 해변가로 몰아넣으면 뭍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작살을 사용하여 고래를 도살한다./사진=sea shepherduk 인스타그램

[소비라이프/조영욱 소비자기자] 덴마크령 페로제도는 척박한 환경과 외딴섬으로 교통이 열악했다. 과거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돌고래를 잡아 식생활에 이용했다. 하지만 더 이상 돌고래가 필요하지 않게 된 현재에도 전통이라는 이유로 고래 목숨을 앗아가는 대학살 축제가 이어져오고 있어 논란이다. 

지난 14일 영국 일간지 가디언, 일간 메트로 등은 덴마크 페로 제도에서 열린 그라인다드랍 페스티벌(Grindadrap Festival) 소식을 보도했다. 그라인다드랍은 매년 7~8월에 열리는 고래 사냥 축제로 덴마크령 페로 제도에서 수백 년간 이어져 왔다. 어선이 고래를 해변가로 몰아넣으면 뭍에서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이 작살을 사용하여 고래를 도살한다.

해양환경보호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는 1940년 이 축제로 1200마리가 희생된 것이 역대 최다였지만 올해엔 1428마리의 낫돌고래(white-sided dolphins)가 희생됐다고 밝혔다.   

SNS에서는 이날 그라인다드랍 페스티벌 현장을 담은 사진과 영상이 올라와 충격을 주었다. 대학살이 일어난 이스터로이섬 해안가는 피로 붉게 물들었으며, 칼에 찔린 돌고래들이 얕은 해안가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모습도 발견됐다.

전 세계적으로 1986년부터 고래사냥은 금지되고 있는 추세지만 그라인다드랍은 페로 정부에서 인정한 합법적인 축제이며, 전통 축제라는 이유로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영국 일간 메트로는 “도살된 고래와 돌고래는 귀중한 식량 공급원” 이라며 페로 정부가 비판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매년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은 수백 년 넘게 지켜온 전통이라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또한 “고래를 사냥하는 방식도 인도적으로 바꿨다”라며 주장하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인도적 방법은 날카로운 작살이나 창 대신 밧줄에 매단 둥글고 구불구불한 갈고리를 사용하는 점, 돌고래의 척수를 끊고 바로 구멍을 막기 때문에 고래들이 고통 없이 죽는다는 것이다.

이에 환경단체들은 “고래는 즉사하지 않고 길게는 15분까지도 살아 있다”며 주민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BBC에 따르면 페로제도의 공영 방송국 ‘크링바프 포로야’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0%가 돌고래 사냥에 반대한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여론도 돌고래 사냥에 부정적인 의견이다. 시셰퍼드는 “그라인다드랍은 과거의 야만적 유물”이라며 “그라인다드랍은 무질서한 학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