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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애호박이 먹기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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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애호박이 먹기도 좋다?
  • 조영욱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8.30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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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양 일률적으로 교정하기 위해 씌운 '성형 틀'
균일한 농산물 모양 위해 막대한 비닐 사용
애호박의 본질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사진=pexels
매년 18만 톤이 생산되는 애호박의 성형을 위해 사용된 비닐을 생각해보면 매년 수억 개의 비닐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농산물의 상품성만을 따지다보니 폐기되는 양도 많다. 

[소비라이프/ 조영욱 소비자기자] 마트의 채소코너를 살펴보면 다른 농산물들에 비해 애호박은 딱맞는 비닐옷을 입고 있다. 애호박에 씌운 비닐을 보통 ‘성형 틀’이라고 부른다. 정식 명칭은 ‘인큐 비닐‘이다. 비닐의 역할은 어린 애호박에 비닐을 씌워 곧은 모양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굳이 성형 틀을 사용하면서까지 곧은 모양을 유지해야 할까? 애호박의 곧은 모양을 위해 사용된 비닐의 양은 또 얼마나 될까. 

애호박 성형 틀의 시작은 2000년에 등장한 ‘태극 애호박‘이다. 당시 애호박 성형 방식은 단단한 플라스틱 통에 어린 애호박을 넣어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모양으로 재배해 판매했다. 그러던 2004년 인큐 비닐이 개발됐다. 비닐 틀에 맞게 어린 애호박이 자라기 때문에 곧은 모양에 포장까지 해결됐다.

문제는 애호박의 성형을 위해 사용된 비닐을 양이다. 우리나라 연평균 호박 생산량은 약 20만 톤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호박 생산량의 90%가 애호박이 차지한다. 매년 18만 톤의 애호박이 수확이 되고 있는 것이다. 매년 18만 톤이 생산되는 애호박의 성형을 위해 사용된 비닐을 생각해보면 매년 수억 개의 비닐이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애호박 성형에 이용되는 비닐은 복합재질 플라스틱인 ‘아더(other)’다. 아더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고 재활용 되더라도 비용이 많이 들고 품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폐기처분 돼 소각이나 매립해야만 한다. 

불필요한 비닐을 사용하면서까지 애호박을 예쁘게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통업계는 신선도를 꼽는다. 애호박 특성상 다른 채소에 비해 껍질이 연해 비닐을 사용하지 않으면 유통과정에서 흠집이나 짓무름 같은 상처가 쉽게 발생한다. 또한 비닐을 씌우면 애호박이 마르지 않아 좀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애호박의 모양이 다르다고 해서 맛과 영양이 다를까? 인큐 비닐을 사용한 애호박보단 비닐 없이 키운 자연상태의 애호박이 맛과 영양에서 더 좋다. 신선도를 유지한다는 이유로 재활용이 안 되는 비닐을 사용하는 것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다.

농산물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소비습관도 안타까운 상황을 낳는 요인이다. 농산물의 상품성만 생각하다 보니 공산품처럼 규격을 바라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진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가 128개 산지농협을 조사한 결과 수확량의 평균 11.8%가 등급 외였다. 이는 농협 선별과정에서 나온 양으로, 농민이 산지에서 폐기하는 것까지 따지면 실제로 버려지는 양은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폐기되는 농산물을 매립하면 그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는 주변 토양을 오염시킨다. 농산물 매립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기후에 영향을 끼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및 환경단체들은 식량폐기물을 줄이는 것이 기후위기를 막는 핵심 전략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못난이 농산물’ 전문 유통업체인 프레시어글리의 박성호 대표는 “마트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상품을 고르기 때문에 균일가를 맞추려 특정 규격의 채소만 선호한다”라고 말하며 “이런 상황에서는 품질에 이상이 없어도 생김새가 울퉁불퉁하거나, 심지어 규격보다 작거나 큰 것까지 ‘B급’으로 취급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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