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이슈] 주식에 비트코인까지, 투자에 진심인 20대
상태바
[이슈] 주식에 비트코인까지, 투자에 진심인 20대
  • 성해영 소비자기자
  • 승인 2021.10.08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소득에 대한 기대가 사라진 시대
그들에게 ‘희망’이란 단어는 낯설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 주식과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는 20대 얘기가 넘친다. “3040은 주식으로 한탕을 노리고, 5060은 부동산으로 한 번에 큰돈을 버는데, 20대에게 재테크수단은 암호화폐 뿐”이라고 말하는 한 취업준비생의 말은 20대의 좌절감을 여실히 드러낸다. 

대학생 H는(26) 최근 1300만원 대출을 받았다. 한국장학재단에서 생활비 대출을 받고, 햇살론 유스(대학생이나 미취업 청년 또는 사회초년생을 대상으로 저금리로 대출을 지원하는 서민금융상품)에서도 대출을 받았다. 이 돈을 모두 주식에 투자했고, 현재 500만원 손실을 봤다. 손실을 봤지만 그는 아직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알바나 월급으로 몇 달을 모아도 모으기 힘든 돈을 주식으로 벌었다는 얘기를 들으니 조급함을 느껴 더 늦기 전에 투자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주린이 50% 이상은 MZ세대
노동소득에 대한 기대 사라져 

한국금융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린이(주식 어린이, 초보 주식 투자자)로 불리는 신규 투자자의 53.5%(160만명)가 30대 이하였다.

또 신한은행이 지난 4월 발간한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주식투자자 비율은 2019년 23.9%에서 2020년 39.2%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2030세대를 중심으로 이른바 투자 열풍이 분 것은 취업의 어려움과 더불어 취업을 해도 노동을 통해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올해 8월 취업자 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고점의 99.6%로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일주일에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초단시간 취업자 수가 약 160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4년 전보다 약 60% 급증한 수치다. 

청년 창업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중도 하차율 역시 급증하고 있어 30살 미만 영세 사업자의 폐업증가율은 최근 4년간 40% 정도다. 올해 8월 취업준비자 수는 87만 4000만 명으로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래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어렵게 취업난을 뚫어도 생활은 녹록지 않다. 실제 물가와 자산 가치 폭등을 감안하면 월급은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지역별 고용조사 취업자의 산업 및 직업별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임금 근로자 2044만 1000명 중 100만원 미만은 10.6%, 100~200만원 미만은 21.9%, 200~300만원 미만은 32.4%로 월급이 200만원 미만인 비중이 32.5%였다. 점차 나아지고는 있지만 국민 10명 중 3명은 월 소득이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고, 10명 중 1명은 100만원 미만을 받는다는 얘기다. 여전히 상당수 근로자가 저임금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MZ세대가 영끌, 빚투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노동소득에 대한 기대를 버렸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지금의 상황은 노동소득에 대한 가치가 저하되고 자본소득에 대한 가치가 폭등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부동산 가격 폭등, 요원한 내 집 마련의 기회

이 와중에 부동산 가격은 끝을 모르고 연일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이 9월 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전국 아파트 매매 가격이 0.31% 상승했는데, 이 상승률은 2012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4억원에 가깝다. 한강 이남의 중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도 지난달 처음으로 12억원을 넘어섰다. 전세가 역시 매매가에 육박할 만큼 높은 가격에 형성돼 있다. 전세 수요는 많아도 출근하기 좋은 위치에 새로 나올 전세는 없어 앞으로도 가격은 계속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파트가 어렵다면 빌라로 눈을 돌려보자. 서울 빌라 평균 전세금은 2억 4300만원. 이 조차 사회 초년생이 감당할 수 없는 액수다. 그렇다면 월세는? 서울 빌라 평균 월세 보증금은 통계가 집계된 이래 최고 수준인 5638만 7000만원을 기록했다. 이젠 지하층의 전세 보증금도 만만치 않다. 지하층의 전세금은 1억 435만원으로 집계됐다. 

끝 모르고 치솟는 부동산에 비해 연평균 정기적금 금리는 1%대에 불과하다. 소득이 높지 않는 이상 아무리 아껴서 성실하게 저축을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을 충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난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초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리지만, 초저금리 시대의 장기화는 이미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과열을 초래해 금융 불균형을 극대화시켰다. 

자산 폭등 상황에서 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할 수 있는 대출은 다 받아서 무리하게 집을 산 2030 세대의 부채 비율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위험 무릎쓰고 암호화폐 시장에 발 들여 

주식뿐이 아니다. 암호화폐 시장은 20대가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4대 가상 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의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중 63.5%인 158만 4814명이 MZ세대였다.

하지만 암호화폐의 변동성이 큰 만큼 MZ세대의 부채 수준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올해 4월 비트코인 가격은 8073만 6000원을 기록했다가 계단식으로 하락하면서 7월에는 3750만 1000원까지 폭락했다. 20대가 빚투로 광풍을 주도했으나, 다른 연령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만기 시 돈을 갚지 못할 확률이 높다.

취업준비생 C는 “3040은 주식으로 한탕을 노리고, 5060은 부동산으로 한 번에 큰 돈을 버는데, 20대에게는 재테크 수단이 암호화폐 뿐”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선 평생 만질 수도 없는 돈을 암호화폐로 벌었다는 얘기들이 계속 들려오는데 취업은 힘들고 당연히 유혹에 흔들리지 않겠느냐”고 말하는 그의 말 속에 오늘을 사는 20대의 좌절감이 깃들어 있다.

성해영 소비자기자 ldwsca@hanmail.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