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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카카오모빌리티 논란② '쩐' 들고 흑자전환 노렸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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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카카오모빌리티 논란② '쩐' 들고 흑자전환 노렸지만...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1.09.0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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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금 본색’을 드러낸 것일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당연한 행보일까.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그룹 계열사)가 최근 수익 증대에 나섰다가 여론의 혹독한 뭇매를 맞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유료 서비스 요금 일부를 인상해 수익화를 꾀하려 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과하게 키운다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 불과 며칠 만에 입장을 철회한 데 따른 것. 이를 두고 내년 기업공개(IPO)를 의식한 다소 무리한 결정 탓에 기대하던 흑자전환 제동은 물론, ‘골목상권 침탈 기업’ 등 부정적 이미지만 심어졌다는 해석이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의 시장점유와 독과점을 제재할 규제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반대쪽에선 시장경제 원리에 따른 기업의 영리 행위는 당연한 수순이며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해당 업종의 다양성과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모빌리티 업계 “카카오T 안 쓰면 굶는데…”

일명 ‘타다 금지법’ 시행 후 카카오모빌리티가 국내 모빌리티 시장 독주체제를 구축함에 따라 ‘카카오T’ 앱은 어느덧 업계 종사자들의 필수 앱이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앱의 강제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T 택시’의 호출택시 시장 점유율이 압도적 1위(89.4%·모바일인덱스)인 가운데 전국 택시기사 25만명 중 23만명(지난해 2월 기준·모바일인덱스)이 가입돼 있고, 여기에 대리기사 16만 3500명 중 15만명(올해 4월 기준·국토부 추정)까지 회원인 상황에서, 카카오T 앱의 ‘멤버십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보다 많은 콜(호출) 수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제성을 띈다는 불만이 나온 바 있다. 

택시업계 불만의 핵심은 ‘프로멤버십’(월 9만 9000원) 서비스의 ‘목적지 부스터’ 기능에 있다. 기사가 선호하는 목적지로 가려는 고객의 호출을 멤버십 미가입자보다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인데, 택시업계는 이 기능이 멤버십 서비스에 포함돼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멤버십 가입자에 대한 ‘콜 몰아주기’ 아니냐는 주장이다.

택시업계는 “영업을 위해서는 ‘유료 멤버십’ 결제가 사실상 강제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볼멘 목소리를 내지만,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멤버십 가입은 원하는 기사들만 하도록 돼 있다”며 강제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프로멤버십 ‘별점’ 논란도 불거졌다. 지난 7월 22일부로 적용된 카카오T ‘프로멤버십’ 신규 약관에 따라, 카카오T 택시기사가 승객에게 낮은 별점(평점)을 받으면 운영사(카카오모빌리티)는 ‘프로멤버십’ 가입을 승낙하지 않거나 해지할 수 있게 됐다(‘프로멤버십’ 신규 약간 시행 후 가입한 기사부터 적용). 이에 택시업계에서는 평점으로 기사를 관리하려 든다는 반발이 나왔다. 

대리운전 제휴콜 프로그램인 ‘프로서비스’(카카오T 대리기사 프로멤버십)를 두고선 대리기사노조 측과 카카오모빌리티가 지난 2018년부터 3년 넘게 갈등 중이다. 

‘프로서비스’는 월정액료 2만 2000원을 내면 카카오모빌리티가 제휴를 맺은 다른 대리운전 프로그램 업체로부터 고객 호출(제휴콜)을 추가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대리운전노조 측은 “20% 수수료 외에는 그 어떤 것도 받지 않겠다고 했던 카카오모빌리티가 돌연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라며 해당 서비스의 전면 무료화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카카오모빌리티 가맹택시 ‘블루’ 기사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한 블루택시 기사는 “카카오T 앱에서 고객을 알아서 계속 연결해 줘 수입이 끊이지 않는다”며 “카카오T 이용자 수가 많아 가맹택시로 일하고 싶어하는 동료 기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카카오 실적발표(지난달 6일)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카오T 블루 택시 운행 대수는 전국 택시 25만대 중 10% 이상인 2만 6000대로 작년 동기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가맹택시 블루 역시 ‘콜 몰아주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택시 4단체는 지난달 11일 성명에서 해당 내용 등을 언급하며 비판했으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카카오모빌리티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알려졌다. 

 

 

‘쩐’ 들고 ‘흑자전환’ 노린 카카오모빌리티 “쉽지 않네”   

‘카카오T’ 앱에는 이제 웬만한 교통수단 관련 서비스는 다 담길 형국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진출 분야가 방대한 데다, 그 속도마저 빠르다. 막대한 자본을 등에 업고 없는 게 없는 모빌리티계 ‘불가결 앱’이 되려 한다. 

카카오T 앱에서 이용 가능한 교통 관련 서비스는 지난달 말 기준 20개 이상이다. 대중교통 수단으로 항공·기차·시외버스·셔틀·택시와 공유 전기자전거, 자가운전 관련해선 대리·내비게이션·주차·세차·정비·내차팔기 등 서비스가 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퀵·택배도 추가됐다. 업계에서는 향후 ‘티맵모빌리티’가 선점한 화물 영역까지 연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런 사업 투자금은 어디서 나올까. 해외 투자자들이 카카오모빌리티를 ‘돈 나올 만한 기업’으로 찍고 지갑을 열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올해만 2월(칼라일 2199억원) 3월(구글 565억원) 등 굵직한 투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최근 카카오뱅크 상장 등 이슈로 상한가인 모기업(카카오) 파워에 더해, 자체적으로 갖춘 플랫폼 등 각종 기반의 존재가 투자금 확보로 이어졌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이렇게 모은 ‘돈’을 바탕으로 기존 업체와의 제휴, 인수 등으로 시장을 싹쓸이한다. 최근 전화콜 대리시장 진출방식이 그 예다. 1위 업체(1577대리운전)와는 합작사를 세웠고, 2위 업체(콜마너)는 인수해버렸다. 여기에 지난 3월부터 렌터카 중개(딜카) 반려동물 택시(펫미업) 사업자를 차례로 손에 넣었다. 대기업 진입이 제한된 중고차 시장은 중고차 업체 ‘케이카’와의 제휴로 제한을 풀어냈다. 주차장 위탁 운영 사업(카카오파킹·이지스투자파트너스 합작법인)은 에버랜드와 코엑스 주차장 위탁운영사로 선정되는 등 호재로 이어졌다.

이 대목에서 눈을 카카오그룹 전체로 돌려 보자. 초고속 확장세로 그 기세가 파죽지세다. 2015년 말, 45개였던 카카오그룹 계열사는 지난달 기준으로 118개가 됐다. 이를 기반으로 미용실 예약부터 영어 교육, 방문 수리, 스크린골프 등 우리 일상생활 밀착형 업종에 노란색 로고가 플랫폼을 들고 속속들이 스며들고 있다. 여기에 5185만 한국인의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은 방대한 가입자·데이터를 보유해 그 자체로 거대한 인프라가 됐다. 그야말로 ‘카카오 생태계’가 구축되려고 한다.

그러나 거대 플랫폼 기업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점 더 심해져 간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산업 구석구석 카카오 간판이 걸리자 일부 중소·소상공인 등 업계는 ‘골목상권 침탈’이라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함으로써 영세사업자들은 생계를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타 업체들도 혁신적인 모델 구상보다는 따라가거나 제휴하는 등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시장의 다양성이 실종된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최근 외연 확장에 부쩍 신경 쓰는 카카오모빌리티. 하지만 정작 수익률은 마이너스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3864억원의 매출을 내는 가운데, 총 8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년 상장에 앞선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수년간의 영업적자를 단기간에 개선하기 위한 수익화 모델이 절실한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지난달 ‘요금인상 논란’ 등은 내년 이를 앞두고 흑자전환이 시급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조급함’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게 증권가의 해석이다. 

투자자들의 압박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2017년 6월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원을 투자한 TPG(텍사스퍼시픽그룹·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는 당시 “4년 후 상장 추진” 조건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그 4년 후가 바로 올해다.

 

 

정치권 “플랫폼 규제” 분위기에 “현실 고려한 규제여야”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카카오모빌리티의 거침 없는 확장세와 과도한 유료화를 규제하기 위해 잔뜩 눈을 흘긴 모양새다. 그 분위기는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어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구인 을지로위원회는 지난달 12일 ‘2021 공동 국정감사 오리엔테이션(OT)’을 통해 카카오,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에 법인세를 추과 과세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부동산 양도차익, 투자나 임금으로 사용하지 않은 법인 소득에 10%에서 최대 20% 세금을 더 물리겠다 게 주요 내용이다. 다만, 법인세의 징벌적 과세가 다른 기업들과의 형평성에서 어긋난다는 지적이 따랐다. 

야당에서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월, 국내 택시호출 시장의 80%를 장악한 카카오모빌리티를 겨냥해 과도한 중계수수료 부과를 막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 한 바 있다. 

바다 건너 미국과 유럽 역시 정부와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 간 ‘규제 전쟁’이 한창이다. 다만, 무턱댄 플랫폼 기업 규제책에서 그치지 않고, 시장 내에서의 ‘경쟁 촉진’을 유도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까지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글, 아마존 등 거대 디지털 플랫폼 기업 보유국인 미국.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빅테크 기업의 산업 독과점적 시장구조를 개선하고 경쟁 제한 폐해를 시정 하기 위한 ‘미국 경제 경쟁 촉진’ 행정명령서에 서명했다.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 재검토 등 내용이 담긴 이 행정명령을 경쟁당국(FTC, DOJ)은 물론 10개 이상 부처에서 시행토록 했다. 

유럽의 행보도 비슷한 맥락이다. 지난해 12월 초안 발표된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 서비스법’(DSA) 등 신산업에 필요한 강도 높은 규제 법안을 마련해 산업 경쟁력을 꾀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시장 지배력 제한이 해당 법안의 핵심 내용이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도 플랫폼 생태계 현실을 고려한 규제 입법 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급한 규제로 자칫 IT·스타트업 성장발전의 자양분인 ‘혁신’이 저해돼 국내 기업들의 국제경쟁력까지 저하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거대 플랫폼 기업들의 ‘공과’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거대 플랫폼 기업의 시장독점은 분명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인 문제가 된 것이 사실이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 편리한 플랫폼 중심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가 있었기에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었으며, 또한 시장 규모 확대, 업계 인프라 확충, 새로운 직업군 창출 등 긍정적인 영향도 분명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어 “거대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책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무턱대고 규제 입법을 추진하는 등 급하게 메스를 가하기보다는 특정 기업의 독점적 폐단을 막을 수 있는 시장의 다양성 확보 등 환경 조성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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