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라이프/이주현 소비자기자] 코로나 시국을 이겨내고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 그들의 발걸음은 곧장 ‘제주도’로 향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신혼여행을 즐길 수 없는 지금, 제주도는 각광받는 신혼여행지다. 덕분에 특급호텔은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중이다. 해외 허니문의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신혼부부가 특급호텔을 찾기 때문이다. 

제주 허니문의 여파는 상당했다. 지난 2분기 제주 신라호텔의 객실점유율은 77%로 코로나 이후 최고점을 기록했다. 롯데호텔은 ‘1년 후 해외 롯데호텔 투숙권’ 패키지를 선보이며 신혼부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는 올해 국내 롯데호텔에서 신혼을 즐기면, 결혼 1주년은 해외 롯데호텔에서 즐길 수 있도록 무료 숙박권을 제공하는 패키지다. 그랜드 하얏트 제주 역시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스위트 허니문 패키지’를 공개했다. 짧은 기간 내 많은 소비를 하는 신혼부부는 경제 직격탄을 맞은 특급호텔의 완벽한 고객이다.

특급호텔이 아닌 B급 호텔은 어떨까. 특수를 맞은 특급호텔과 달리 이들은 아직도 벼랑 끝에 서 있다. 특히 단체 패키지나 외국인 관광객들을 주 고객으로 삼았던 제주 관광호텔은 줄줄이 폐업 위기를 맞았다. 수학여행을 즐기는 아이들로 시끌벅적했던 호텔 로비, 외국인 관광객들로 가득했던 로비는 이제 찾아볼 수 없다. 4인 이하 소규모 관광 패키지가 반짝했으나 그마저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사그라들었다. 

2020년 3월 이후 일부 제주 B급 호텔 종사자들은 고용유지지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지난 7월부터는 무급 휴직으로 전환됐다. 일터로 복귀할 수 있는 시점조차 불투명한 현재, 제주 B급 호텔 종사자들은 하루하루를 버티면서 넘기는 중이다.

수도권의 B급 호텔은 오피스 빌딩, 오피스텔, 격리 수용 시설 등 새로운 용도로 탈바꿈해 도약을 꿈꾼다. 하지만 제주 B급 호텔은 그럴 기회도 주어지지 않는다. 정부는 백신을 접종하면 해외 여행객의 격리를 면제하는 ‘트래블 버블’을 기다려보라고 조언하지만 불확실한 전망일 뿐이다.  

2년째 계속되는 경영난과 이로 인한 생활고를 겪는 종사자들에게 정부의 대책은 희망 고문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 팬데믹의 여파가 가장 어려운 곳에서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한다. 이제 B급 호텔의 눈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국내 관광업계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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