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지구를 떠도는 부(富)] 잉글랜드의 또 다른 돈벌이 ‘노예’
상태바
[지구를 떠도는 부(富)] 잉글랜드의 또 다른 돈벌이 ‘노예’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12 12: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잉글랜드의 노예무역은 꾸준히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
종 호에서 벌어진 학살이 알려지자 삼각무역의 중간 단계에서 벌어지는 실상이 널리 알려져...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보수적인 색채를 느낄 수 있는 1780년대의 잉글랜드를 그린 드라마 ‘BELLE’은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간의 로맨스를 해피엔딩으로 그리는 작품이다.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다이도는 아버지 죽음으로 엄청난 자금을 상속을 받게 된다. 다이도는 다비니에라는 백인 남성과 사랑에 빠지는데, 이들의 로맨스 중심에는 당시의 사회적 문제였던 ‘종 호 대학살 사건(Zong massacre)’이 있다. 배에 있던 노예를 모두 바다에 빠트려 죽이고 보험금을 청구한 사건이다. 
 
1562년 존 호킨스(John Hawkins)가 뛰어들면서 시작된 잉글랜드의 노예무역은 면직물 같은 잉글랜드의 생산품으로 아프리카의 서안에서 흑인 노예를 사들여 잉글랜드와 스페인 식민지에 팔았다. 다호메이 왕국이 아프리카 기니만 일대의 패권을 쥐면서 인접 부족의 사람들을 잡아 노예로 제공했고 이를 사들인 호킨스 같은 노예무역상들은 남아메리카나 북아메리카의 식민지로 데려다 설탕이나 은 같은 재화와 교환하며 팔았던 것이다. 
 
북아메리카에서는 돈이 되는 설탕을 많이 만들어내기 위해 사탕수수를 재배지역을 확대했는데 드넓은 지역의 사탕수수를 베어내 운반해서 작은 크기로 자르고 이를 끓여 설탕을 추출하는 과정이나 이때 필요한 땔감을 구하는 일을 모두 사람이 하고 있었다. 아메리카의 원주민이 하던 일이었지만 고된 노동과 여러 질병에 취약해서 일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대체할 목적으로 아프리카의 흑인 노예를 투입하게 된다. 이렇게 생산된 설탕을 싣고 잉글랜드로 간 상인들은 막대한 이익을 남긴다. 아메리카에서 팔지 못한 노예는 잉글랜드에서 거래됐다.
 
첫 번째 항해로 많은 이익을 남긴 호킨스는 두 번째부터 6촌 동생인 프랜시스 드레이크(Francis Drake)를 데리고 다니며 기초부터 가르쳤다. 그때부터 시작된 잉글랜드의 노예무역은 꾸준히 돈벌이의 수단으로 이용되었고 잉글랜드의 성장을 이끌었다. 
 
1765년 기존의 증기기관을 효율적으로 개량하는데 성공한 이후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노동력의 수요가 증가하여 잉글랜드 내에서도 노예무역거래가 급증하게 된다. 노예는 이미 잉글랜드의 산업기반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잉글랜드 정부 재정수입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확대되어버린 노예무역은 국가적으로도 포기하기 쉽지 않았기에 인권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계속 유지되고 있었다. 임금을 줘야 하는 노동자와는 달리 노예는 먹고 자는 것만 해결하면 되었기 때문에 자본가들의 이윤을 위해서는 절대적 요소였다. 그래서 천부인권을 주장하던 윌리엄 윌버포스(William Wilberforce) 같은 하원의원들과 마찰이 계속 발생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발생한 종 호 사건은 자칫 더 큰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는 자본가들의 노력이 있었다. 1783년 3월의 종 호 사건에 대한 1차 재판은 단 한 곳의 신문사에서만 보도할 정도로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재판이 길어지면서 사건이 발생한지 18개월이 지난 뒤에야 일반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그랜빌 샤프 같은 인권운동가의 노력도 있었다. 초기에는 노예폐지운동으로 이어지지 못했지만, 종 호 학살사건의 잔혹한 내용이 퍼지며 당시 문학작품에 소재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어났다.
 
종 호에서 벌어진 학살이 세상에 알려지자 삼각무역의 중간 단계에서 벌어지는 실상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노예 제도를 폐지하자는 움직임이 일었다. 1807년 잉글랜드에서는 노예무역을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된다. 1833년 7월 26일 노예제도 폐지하는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오랜 시간 사람이 아닌 재산으로 인식되던 흑인노예는 잉글랜드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