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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목재가 만든 부국강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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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목재가 만든 부국강병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27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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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오늘날 재련기술의 발달과 소재의 다양성으로 목재의 사용량은 많이 줄었지만, 나무는 여전히 가구를 비롯한 생활에 필요한 각종 도구를 만드는데 사용되고 있다. 소재가 다양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도구를 만드는데 나무는 절대적이었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피우는 불에서부터 바퀴와 마차, 바다를 건너기 위한 필수품이었던 선박을 만드는 데까지 모든 재료에는 목재가 필수적이었다. 그래서 울창한 숲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곧 부를 소유한 것을 의미했다. 
 
전쟁을 하는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던 금속을 다루는데 불의 역할이 클수록 나무의 역할도 컸다. 어느 정도의 열을 낼 수 있느냐가 활용할 수 있는 금속의 다양성으로 이어졌다. 높은 온도의 불을 활용하기 위해 나무 상태로 사용하기보다는 숯을 만들어 사용했다. 

숯은 연료 이외에도 보드카와 같은 증류주를 여과할 때 사용되기도 한다. 석탄을 사용하는 산업혁명 시기가 오기 전까지 나무는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땔감의 역할을 해주기도 했다.
 
유럽의 허파 역할을 하는 알프스의 산림에 접근이 유리했던 베네치아와 제노바를 비롯한 도시들은 이를 활용해 교역을 위한 배를 건조했고 지중해 교역의 강자가 될 수 있었다. 이러한 교역의 중심지 역할은 주변 도시의 발달에도 영향을 끼쳐 피렌체가 금융의 중심지가 되는데 기여한다. 

대항해시대를 열었던 포르투갈은 마데이라섬을 발견하면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포르투갈어로 ‘나무’를 의미하는 마데이라(Madeira)를 섬 이름으로 사용할 정도로 발견 당시에 빽빽한 산림이 자리 잡고 있었다. 포르투갈인을 비롯해 외부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섬의 나무들은 땔감으로 사용되거나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벌목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대항해를 통해 초기 향신료 무역을 독점하다시피 하며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나무는 당시 교역에 있어 절대적인 요소였다. 프랑스의 태양왕 루이14세 때 재무장관직을 수행하던 콜베르(Jean Bastique Colbert)는 프랑스를 유럽의 중심국가로 만들기 위한 중상주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국인 네덜란드나 잉글랜드에 못지않은 해군력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했다. 이에 로슈포르에 선박을 건조할 조선소와 이를 관리 감독할 해군기지를 세우고 임야보호법을 통해 리무쟁 지역에 오크나무 숲을 조성하게 된다. 해군력 증강 외에도 목재 거래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었기에 프랑스의 백년대계를 위한 포석이었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과학과 기술은 발달했다. 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유럽 최초의 철갑선으로 알려진 라 글루와(La Gloire)가 1859년 진수된다. 이는 선박 건조에 있어 목재의 활용에 변화가 시작된 것을 의미한다. 물론 목재로 만든 선박 외벽에 철갑을 두른 형태였지만 목재의 중요도가 줄어드는 계기가 된다. 이후 철골 구조로 만들어진 워리어(Warrior)를 거쳐 1876년에 프랑스에서 세계 최초로 선체 전부를 철재로 제작한 르두터블(Redoutable)이 완성되면서 선박을 만들 때 사용되는 목재의 양은 더욱 줄어들었다. 
 
리무쟁 숲의 나무는 선박 건조에 사용해도 될 정도로 성장하게 되지만 정작 선박 건조에는 사용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오크나무의 쓰임새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나무가 주는 특유의 매력 덕분에 고급 요트 같은 선박 내부의 가구나 시설을 꾸미는 데에는 사용하거나 술을 담는 통으로 사용되면서 값어치를 더하고 있다. 프랑스 와인을 담은 오크통은 숙성되면서 과일향과 나무향의 화학적 작용을 통해 특유의 향을 가지게 되는데 이를 위스키에 사용하려고 스카치위스키 회사들이 눈독을 들여 값비싸게 팔리고 있다. 방향은 달라졌지만, 프랑스는 선조의 선견지명에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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