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금융의 질풍노도] 탐관오리가 된 공무원
상태바
[금융의 질풍노도] 탐관오리가 된 공무원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6.28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파트가 자본주의 대한민국 최대의 가치상품으로 변질
문제는 가치를 담은 정보를 공(公)적인 업무(務)를 보는 직원(員)이 사(私)적으로 사용하는 것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부동산은 예전부터 ‘자산’의 하나로 여겨졌다. 한편에서는 자산보다는 의식주의 한 요소로 보기도 했다. 의식주를 해결하는 게 왕의 최대 목표였을 때는 쌀과 포목이 재산이었고 세금이었고 관리의 급여였다. 

조선 중기 이후 개화기를 겪으면서 모든 것이 돈으로 수치화되고 거래되었다. 쌀과 포목은 거래의 대상에서 서서히 밀려났다. 화폐는 이동이 쉽다 보니 여러 곳을 다니며 물가를 올려놨다. 사람이 사는 집까지도 말이다.

도시가 집중화되면서 사람이 거주할 집은 부족하다 보니 집값은 더욱 상승했다. 산업화 이후에는 도시 집중화와 SOC 개발과 같은 여러 가지 부동산 개발이 이뤄지면서 부동산은 투기의 대상이 돼버렸다. 삶의 편리함을 갖춘 아파트값은 천정부지였다. 아파트가 자본주의 대한민국 최대의 가치상품으로 변질된 것이다. 

아파트가 지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허가나 계획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런 구상과 결제의 권한을 가진 정부는 그 결정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 문제는 그 가치를 담은 정보를 공(公)적인 업무(務)를 보는 직원(員)이 사(私)적으로 사용하는데 있다. 
 
공무원에게 ‘철밥통’을 보장해주는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를 덜 신경 쓰게 해줄 테니 공무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먹고사는 데 신경 쓰면서 공무원 조직에 남아있겠다는 것은 왕조시대에 더러운 벼슬아치 ‘오리’로 이름을 떨친 ‘탐관오리(貪官汚吏)’의 심보다. 춘향전에서는 음서제로 벼슬을 얻은 변학도로 대표되고 역사적으로는 동학혁명의 원인을 제공한 조병갑과 동급이다.
 
1998년 10월 우리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서울시청 행정주사 이재오’의 사례는 이제 흔한 사례가 되고 있다. 법망을 피하고자 본인 명의 외에 가족을 동원한 부동산 투기는 지금 이 순간도 계속되고 있다.

‘LH사태’로 국민의 공분을 샀던 때가 엊그제이지만 명단에 오르지 않은 나머지들의 머릿속에는 내가 당하지 않은 남의 얘기일 뿐이다. 경각심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한 조직은 이미 모럴헤저드에 빠졌다. 도덕성은 기본옵션이어야 할 공무사회에서 선택옵션이 되어가는 현실은 관료주의가 얼마나 썩어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도려내서 치유된다면 좋겠지만 치유가 불가능하다면 교체해야 한다. 정치 권력 교체가 아니라 관료 권력 교체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