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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법인세 감세 주장, 과하면 세금 거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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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법인세 감세 주장, 과하면 세금 거지 된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7.22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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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소득의 증가로 전체세수에서 법인이 납부하는 세금의 비중 증가
전체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법인세율을 낮춰달라 주장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양파 거지’라고 들어봤는가? 외국계 창고형 할인매장의 푸드마켓에는 핫도그를 먹는 사람들을 위해 다진 양파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던 시절이 있었다. 문제는 핫도그를 주문하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양파를 먹는다는 것이었다. 너무 많은 양을 가져가서 안 먹고 버리거나 위생비닐이나 용기를 챙겨와 집으로 가져가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자신을 위해 수십만 원을 써가며 쇼핑하던 사람이 공짜 앞에서 얄팍한 모습을 보이면서 양파 거지라는 말이 생겨났다.
 
그러던 어느 날 다진 양파를 제공하던 서비스는 사라졌다. 인간의 욕심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였듯이 공짜에 대한 무분별함이 서비스를 없애버린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또 하나 있다. 바로 세금이다. 나랏일을 하려면 돈이 필요해서 국민에게 걷는 게 세금이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모든 재화의 가격에는 세금이 녹여져 있어 재화를 구매하는 것도 납세하는 행위중 하나다. 근로나 자영업 같은 수단의 차이는 있지만, 국민 대부분은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납부한다. 법인도 법인소득에 대한 세금을 걷는다. 다만 법인은 일자리 창출을 통해 가계소득에 이바지하는 사회적인 기여 부분이 있어 개인소득세에 비해 낮은 세율을 적용해주고 있다. 
 
원칙적으로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세금을 내는 비율이 높은 이유는 단순하다. 국가라는 시스템 안에서 가진 게 많은 만큼 받는 혜택도 크기 때문이다. 국방을 통해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를 받고 치안을 통해 안정된 삶을 보장받으며 법으로부터 소유한 재산까지 보호받는다.
 
법인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업은 자본이 모여 형성되다 보니 재화를 만들어내는 공장을 비롯한 제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조업계에서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국가다. 그만큼 우리의 기업은 성장했다. 이는 자본력 있는 기업의 노력뿐만 아니라 열심히 일해준 근로자가 있어 가능했다. 그래서 이런 성과를 나누기 위해 국가는 각 주체에게 적절한 세율을 정하고 납부되는 세금을 통해 경제민주화를 실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기업의 셈법은 다르다. 경제민주화는 관심이 없다. 기업은 오로지 이익에만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기업은 어느 순간부터 노골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 주체로서의 균형보다는 기업만의 이익을 위한 발톱을 서서히 드러내고 있다. 일자리 창출이라는 핑계로 정규직을 줄이고 계약직을 늘렸다. 국내소비만으로도 자본이익이 많을 때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했다. 몸집이 커지면서 줄어드는 자본이익률(ROE, 생산설비와 자본금 같은 자본투자를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을 나타내는 비율)을 지키기 위해 찾은 희생양이 일자리였다. 가격경쟁력을 위해 제품의 가격을 유지하면서 마진율을 높이려고 인건비가 저렴한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이전하였다. 우리의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었다. 
 
법인세율은 예전보다 줄였고 개인의 세율은 늘었음에도 가계소득의 위축과 기업소득의 증가로 전체세수에서 법인이 납부하는 세금의 비중은 증가했고 개인들이 납부하는 세수는 줄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기업은 전체세수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며 법인세율을 낮춰달라고 한다. 

더 많은 이익을 얻었으면 더 내는 것이 이치다. 법인세 감세 주장이 너무 과하면 세금 거지로 보일 수 있다. 더 얻고도 덜 내놓으려는 기업의 속내를 알지만 모든 건 적당해야 한다. 거위 배를 가르듯 자칫 국민 배를 가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옹호하는 주류언론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기업의 성장 뒤에는 여러 형태로 국민의 도움이 있었음을 새겨야 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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