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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걔들, 입이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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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응의 LOVE LETTER] "걔들, 입이 짧아"
  •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 승인 2021.06.09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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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이 저수지를 무너뜨린다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들은 흥(興)하기도 하고 망(亡)하기도...

[소비라이프/김정응 퍼스널브랜딩연구소 대표] “아무 일도 없을 테니 그냥 잠자코 있게.” 

가스 냄새가 나는 등 화산폭발의 조짐이 보였습니다. 전문가들이 주민들을 대피시키자는 건의를 합니다. 투자자들을 의식한 시(市)의회 의원 등 의사 결정자들은 애써 위기의 징후를 외면합니다. 물론 곧이어 무시무시한 화산폭발이 이어집니다. 유명 재난(災難) 영화인 ‘단테스 피크(Dante's Peak)의 한 장면입니다. 

처음부터 끓는 물 속에 개구리를 집어넣으면 깜짝 놀라 뛰쳐나와서 살겠지만 미지근한 물에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대부분의 개구리는 죽을 때까지 뛰쳐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이른바 ‘끓는 물 속의 개구리’ 이야기입니다. ‘틀리다. 맞다’하며 논란의 여지를 남겨두고는 있지만, 이 이야기는 서서히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조직을 은유할 때 사용됩니다.  

용산 이태원에 있는 어느 식당에서의 일이었습니다. 바로 옆 테이블에서 남학생 둘, 여학생 둘, 모두 4명의 대학생들이 점심을 먹고 일어섰는데 음식을 꽤 많이 남겼더군요. 그런데 식당 주인과 종업원들이 그 남긴 음식을 치우면서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사장님 “그 학생들 원래 입이 짧아.”
종업원 1 “혹시 우리 음식 맛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종업원 2 “어, 그 학생들 엄청 많이 먹는 학생들인데요.”

무엇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런 대화를 듣고 나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현상 진단 혹은 원인 분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그 대처방안과 결과는 대단히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주인이라면 어떻게 판단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언제나 선택은 둘 중의 하나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두 방향의 진단이 가능할 것입니다. 하나는 내 탓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남 탓일 것입니다. 물론 양자를 두루 살펴보고 나서 진단과 처방을 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겠지요. 그러나 그렇게 이상적으로 진행되는 케이스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고민에 대한 답을 의외의 장소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속초, 양양 등 동해안으로의 가족여행 중에 유명 맛집이 있다고 해서 애써 찾아갔습니다. 대기표를 받고서도 한참을 기다려야만 하더군요. 마침내 저희 순서가 되어서 입장을 하려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손님 일행이 이런 말을 나누더군요.

“맛이 옛날 같지 않아. 달라졌어.”
 
그런데 잠시 밖에 나왔다가 저희와 함께 입장하려던 식당 종업원이 이 말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에게 그 말을 전했는데 식당 사장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마운 지적이다. 다시 한번 맛을 점검해 보자.”

왜 그 집이 소문난 맛집인가에 고개가 끄덕여지게 되더군요. 바늘구멍이 저수지를 무너뜨린다고 합니다. 어디 저수지뿐일까요? 어떤 조짐에 대한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일들은 흥(興)하게도 되고 망(亡)하게도 되지요. 서울로 올라오는데 이태원의 그 식당이 걱정되더군요. 속초 식당과 비교가 되니까요. 괜한 걱정일까요?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이젠 휘둘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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