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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도 차별? 백신 휴가 도입 양극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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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것도 차별? 백신 휴가 도입 양극화 논란
  • 이은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6.10 17: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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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기업, 은행권은 백신 휴가 도입
비용부담, 대체 인력 없어 못 쉬는 곳도 다수
대기업과 달리 인력난과 비용문제로 백신 휴가를 도입하지 못하는 기업도 많다. 백신 휴가 양극화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사진=픽사베이

[소비라이프/이은비 소비자기자]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백신을 맞은 직원에게 백신 휴가를 부여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정부의 백신 휴가 도입 방침에 기업들이 직원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나선 것인데 한편에선 인력난과 비용부담으로 백신 휴가를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백신 휴가 양극화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질병관리청에서 접종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코로나19 예방접종 이상 반응 모니터링 결과, 접종자의 32.8%가 백신 접종 후 불편함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주요 이상 반응으로는 접종 부위 통증(28.3%), 근육통(25.4%), 피로감(23.8%), 두통(21.3%), 발열(18.1%) 등이었으며, 젊은 연령일수록 불편감을 호소하는 비율이 높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월부터 백신 휴가를 도입해 기업들의 동참을 유도했다. 접종 직후 10~12시간 이내에 이상 증상이 시작되는 점을 고려해 접종 다음 날 쉬고, 증상이 지속되는 경우 하루를 더 쉬도록 권고했다.  

대기업과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많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백신 휴가 도입에 나섰고 일부 기업에서는 백신 접종을 마친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한 이상 반응이 없어도 백신 휴가를 부여하기로 했다. 

삼성, LG, SK와 같은 대기업은 지난달부터 백신 휴가를 도입해 시행 중이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도 백신 휴가를 도입했다. 국민은행과 농협은행은 백신 접종 후 최대 3일, 하나은행은 최대 2일까지 백신 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백신 휴가를 가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많아 백신 휴가 양극화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정부의 백신 휴가 지침은 권고 사항이라 기업에 강제할 수 없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백신 휴가를 도입해야 하는데 인력난과 비용문제로 백신 휴가를 도입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아서다. 

전문직이나 프리랜서도 마찬가지다. 대체 인력이 부족한 전문 직종은 유급 휴가를 내면 업무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어 백신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기 어렵다.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는 휴가가 곧 수입 감소로 이어져 이상 반응이 있더라도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규모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A씨는 “회사로부터 금요일에 백신을 맞으라는 말을 들었다. 금요일에 백신을 맞고 이상이 있으면 주말에 쉬게 하기 위해서”라며 “회사에 백신 휴가 제도가 없어 백신을 맞은 뒤 쉬려면 개인 연차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단체들은 정부 예산 지원과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소규모 기업의 경우 유급 휴가 주는 것이 녹록지 않아 일정 규모 이하 기업은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며 “휴가 비용과 함께 대체 인력 지원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정부가 사업장에서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소상공인 사업장에 최저임금 일할계산으로 이틀 정도의 금액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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