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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 시사... 가계대출, 주식시장 영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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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올해 하반기 금리 인상 시사... 가계대출, 주식시장 영향 우려
  • 임강우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5.31 15: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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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금리 기조 유지 부담... 미국보다 선제적 금리 인상 예상돼
금리 인상에 역대 최대 규모 가계부채 이자 부담, 주식시장 조정 가능성 ‘이중고’

[소비라이프/임강우 소비자기자] 한국은행(이하 한은)이 예정보다 빠른 올해 하반기에 국내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시그널을 내비쳤다. 과도한 가계대출 부담과 해외자본 유출 우려 등 초저금리를 계속 유지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추측은 꾸준히 제기되었으나, 그 시기를 비교적 명확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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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 뒤 기자간담회에서 “한은은 국내 경제 회복세가 지속할 수 있도록 당분간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위험 선호 성향의 확대,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에 더욱 유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긴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을 좀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실기하지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추가로 언급했다. 이와 같은 발언에 지난 28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전일 대비 3.8bp 상승했으며, 10년물, 5년물, 2년물 국채도 전일 대비 상승 마감했다.

한은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침체한 시장을 살리기 위해 1.2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내렸고, 5월에는 0.5로 인하한 바 있다. 금리 인상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추측이 난무했으나, 이번 이주열 한은 총재의 이 같은 발언은 불과 한 달 전 “완화적 통화정책을 바꿀 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던 것과 사뭇 결이 다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보다 국내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미 국고채 금리의 상승에 이어 기준금리 역시 높아지면 국내에 유입된 외국 자본이 해외로 유출될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외국 자본의 해외 유출은 국내 증권시장의 외국인 매도세를 촉진해 증권시장의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

이미 우리나라보다 먼저 금리를 인상한 국가도 있다. 주로 자본 유출 우려가 큰 개발도상국인 터키, 러시아, 브라질 등을 중심으로 금리의 인상이 이루어졌다. 또한,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0.25%로 동결하면서 내년 3분기에 0.5%로 올리고 이후 점진적으로 인상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리가 인상되면 가장 먼저 타격받는 계층은 은행 등으로부터 대출받은 집단이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계 신용 잔액은 약 1,765조 원으로 2003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 19로 인해 가계 신용 규모가 작년보다 약 9.5% 늘었고, 그 추세는 올해도 유지되어 올해 1분기에만 약 37조 원이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개인 대출 금리가 1%P 오르면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 8천억 원 증가한다는 보고 자료가 있는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실상 금리 인상 시그널을 내비친 가장 큰 이유도 이 가계대출 문제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27일 “코로나19에 따른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가계 채무가 늘어나는 측면이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자산 가격 상승과 연계해 ‘위험 추구’ 행태가 강해지면서 가계부채가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금리를 인상하면 가계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더 지속하면 부작용이 너무 크고, 그것을 다시 조정하려면 더 큰 대가를 지불해야 하므로 증가세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한동안 ‘과열’ 지적을 받아왔던 주식 시장도 조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과 미국의 증권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코로나19 이전 시기보다 오히려 더욱 상승했으며, 지금까지 그 상승세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 시장에 풀려있던 유동성을 개인과 기관이 모두 회수하려고 할 것이기에 주식시장의 장단기적 조정이 뒤따르는 것은 어느 정도 필연적이다. 다만, 이번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이 주식시장에 끼친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 총재 발언이) 기본적으로 주식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크지 않다”라며 “시장에 앞으로 국면은 통화정책 정상화로 가는 게 기본적인 흐름이라는 신호를 준 정도”라고 밝혔다.

금리 인상은 마치 ‘다가올 것은 알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는 존재’와도 같다. 이번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으로 그 시기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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