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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GTX-D’ 종착역... 부천일까 강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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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GTX-D’ 종착역... 부천일까 강남일까
  • 임강우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5.21 2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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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김포 장기~부천종합운동장 원안에서 용산, 여의도까지 연결하는 방향으로 선회
강남 직결 여론 의식한 정치권 잇따른 행보... SOC 사업 방향 ‘오락가락’ 비판도

[소비라이프/임강우 소비자기자] 지난 4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서부권 광역급행철도 ‘GTX-D’ 노선을 원안과 달리 김포 장기와 부천종합운동장을 잇는 형태로 발표하자 강남 직결을 원했던 인근 주민들과 정치권의 반발이 거세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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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정하영 김포시장, 장덕천 부천시장, 김상호 하남시장, 이정훈 강동구청장은 부천종합운동장역 1번 출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GTX-D 노선의 강남 직결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수도권 서부권인 김포·부천과 동부권인 강동구·하남 주민들은 광역교통시설의 절대 부족으로 고통을 감내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국토부는 수도권과 지방 간 투자 균형 등의 이유로 GTX-D 노선을 대폭 축소해 발표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공정성과 합리성이 결여된 국토부의 GTX-D 노선 발표에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라며 “국토부는 GTX-D 노선이 김포∼부천∼강동∼강남∼하남으로 연결되도록 6월 확정 고시 이전에 적극적으로 행동해달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서울구청장협의회도 GTX-D 노선의 서울 구간 연장에 힘을 보탰다. 서울구청장협의회는 이날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를 서울시와 바로 연결하는 안을 정부에 요청하겠다는 공동성명서를 채택했다. 협의회 회장인 이동진 도봉구청장은 회의 직후 서울시청에서 브리핑을 갖고 “여러 구청장이 GTX-D 노선의 서울 연장을 건의했고 구청장협의회 이름으로 정부에 건의해 달라는 의견을 내놨다”라며 “다만 어디를 경유해서 어디까지 연장해달라는 구체적인 의견을 모으기보다는 서울 연장에 대해 공감하고 정부에 요청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4월 한국교통연구원이 발표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안과 제4차 광역교통 시행계획안에 따르면, GTX-D 노선은 김포 장기와 부천종합운동장만을 연결하는 것으로 돼 있어 논란이 일었다. 국토부는 지난 2019년 10월 ‘광역 교통 2030’을 발표하면서 ‘광역 거점 간 통행 시간 30분대로 단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일환으로 서부권 광역급행철도를 제시한 바 있다.

따라서 김포 등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GTX-D 노선이 강남으로 직결되지 않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자 크게 반발했다. 김포시에 거주하는 A 씨는 “현재 김포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철도는 오직 2량짜리 ‘김포골드라인’ 뿐”이라며 “출퇴근 시간 김포골드라인의 혼잡도는 이미 상상을 초월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정책입안자들이 한 번이라도 출퇴근 시간 김포골드라인을 탑승해보고 GTX-D 노선을 기획한 것인지 의문이다”라고 밝혔다.

인천 검단·경기 김포 시민들로 구성된 김포검단교통시민연대는 지난 15일 열린 촛불집회에서 ‘김포골드라인 챌린지’를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캠페인은 사업 방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력 정치인들이 김포골드라인의 ‘악명’을 경험해보고, GTX-D 노선의 강남직결이 그만큼 시급하다는 것을 알리려는 목적의 챌린지다. 1호 주자로 지목받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18일 실제로 김포골드라인에 탑승해 “인구 50만 명 이상의 수도권 도시 가운데 서울 직결 교통 노선이 없는 유일한 곳, 김포시민들께 골드라인의 지독한 혼잡은 생존권의 문제이자 정의에 관한 문제”라며 “이 참담한 현실을 정부가 더는 외면하지 말고 하루빨리 책임 있는 결단을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정치권과 인근 주민의 거센 반발에 마주한 국토부는 GTX-B 노선 선로를 공유해 GTX-D 노선을 여의도역 또는 용산역까지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국토부는 GTX-D 노선이 다른 노선과 만나는 거점 역사에는 ‘평면 환승’ 시스템을 적용하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평면 환승이란, 환승에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플랫폼 맞은편에서 바로 갈아탈 수 있게 설계한 구조다. 김포국제공항역 공항철도와 9호선의 환승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연장안에도 주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GTX-D 노선을 용산과 여의도까지 연결하는 것은 고질적인 교통난 지역인 서울 서부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김포·검단 주민의 모임인 GTX-D 강남직결 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김포에서 여의도를 가려면 부천을 들르지 않고 김포공항에서 9호선 가면 되지, 오히려 돌아가게 돼 시간이 더 걸린다”며 “수도권 서북부에 사는 우리가 동쪽 지역으로 환승 없이 이동할 수 있게 원래 계획대로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하영 김포시장도 “국토부는 본질을 흐리는 행위를 중단하라”라며 SNS에 비판의 글을 올렸다.

국토부로서는 연구 결과에 문제가 없는데도 노선을 변경하는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선거와 같은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민심을 의식해 대형 SOC 사업의 방향이 뒤바뀌는 사례가 반복되는 데 대해서도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명예교수는 “김해신공항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추진 사례와 마찬가지로 정부 정책이 일관성 없이 뒤바뀌는 게 문제"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정부 정책에 대해 누구도 수긍하지 않게 된다. 이런 때일수록 국토부가 중심을 잡고 일관되게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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