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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차량 진입 막는 아파트 단지,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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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차량 진입 막는 아파트 단지, 무엇이 문제인가?
  • 최소원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14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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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국제도시에 이은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단지 택배 물류 사태
아파트 측 “택배 차량 높이 낮춰달라” vs 택배 기사 측 “여건상 힘들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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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최소원 소비자기자] 지난 1일,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의 한 아파트 단지 출입구 앞에 수천 개에 이르는 택배 상자가 쌓이는 택배 물류 사태가 발생했다.

해당 아파트는 안전상의 이유로 모든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겠다고 입주 시부터 공지해왔으나 본격적으로 택배 차량의 출입이 금지된 것은 이번 달부터였다. 아파트 단지 측에서는 택배 차량이 지상으로 드나들 시 아이들과의 교통사고가 우려되며 아파트의 시설물이 훼손될 염려가 있어 해당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파트 주민들은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 금지에 대해 택배 차량이 지상으로 드나들 수 없는 것은 물론이며, 택배 차량이 단지 내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현재 2.7m인 택배 차량의 높이를 낮춰 2.3m 높이의 저상 차량으로 개조한 후에 지하 주차장을 통해서만 택배 차량의 아파트 단지 출입이 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1일 이후 고덕동의 해당 아파트 단지에서는 택배 기사가 아파트 단지 앞에 위치한 공영주차장에 택배 차량을 주차한 후, 직접 손수레를 이용해 택배를 운반하는 등 택배 기사와 입주민 서로가 불편한 상황이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8일 전국택배노동조합에서 밝힌 ‘전국 지상 출입금지 아파트’ 현황에 따르면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총 179곳으로, 요즘에는 모든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는 일명 '지상 주차장이 없는 공원형 아파트'가 주로 이에 추가되고 있는 추세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인천의 송도 국제도시에서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었다. 당시 송도 국제도시의 특정 아파트 단지는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았다. 이에 대해 택배 기사들이 1,000세대가 넘는 모든 가구에 택배를 수레로 이용해 배달하기 어려움을 밝혔으나 주민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 택배를 배송한 후 입주민들이 이를 직접 찾아가게 했다. 이후 논란이 퍼진 뒤, 송도 국제도시의 해당 아파트 입주민에 대해 일명 “택배 갑질”의 비판이 일기도 했다.

이 외에도 2018년 다산 신도시에서도 택배 차량의 지상 출입을 막아 택배 기사들이 항의하며 아파트 단지의 입구에 택배 물류를 쌓아놓기도 했다. 당시 택배 기사들이 아파트의 입구까지만 택배를 배달하고, 아파트 입구에서 각 주소지까지는 따로 배달해주는 실버 택배 요원을 고용하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무산됐고 이후 입주자 대표와 택배 기사 간의 합의가 있던 후부터야 택배로 인한 갈등이 차츰 누그러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아파트 단지들의 지상 택배 차량 출입 금지와 그에 따른 저상 차량 개조 요구에 대해 택배 기사들은 난감하다는 태도를 밝히고 있다. 택배 차량의 높이를 현 2.7m보다 낮추게 된다면 택배 상하차 작업 도중 택배 기사가 허리를 제대로 펴고 일할 수 없으며, 이 과정에서 머리나 허리, 무릎의 부상을 쉽게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금액적인 측면에서도 택배 기사에게 부담감을 가중한다. 택배 기사의 대다수는 개인 사업자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거의 모든 부대비용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러나 특정 아파트 단지만을 위해 저상차로 변경하면서까지 택배업을 영위하기에는 해당 비용의 부담이 어렵다는 이유가 크다.

고덕동 아파트 단지의 택배 물류 사태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저런 상황에서 택배 기사가 과로로 쓰러지기라도 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냐”, “저런 곳은 도서 지역으로 지정해 택배비를 더 받아야 한다”와 같은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택배 기사들의 협의 공문에도 고덕동의 해당 아파트 입주민 측은 묵묵부답으로 반응을 보여 오늘(14일) 오후부터 해당 아파트 단지에 대한 택배 개별배송이 중단돼 당분간 택배로 인한 갈등이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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