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1:51 (목)
[김정응의 LOVE LETTER] 만우절 재발견
상태바
[김정응의 LOVE LETTER] 만우절 재발견
  •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 승인 2021.04.01 09: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우절로 시작했던 '잔인한 달' 4월, 가장 재미있는 달이 되다!
유머나 익살이 섞인 응원으로 힘을 냈던 그때를 떠올리며

[소비라이프/김정응 퍼스널 브랜딩연구소 대표] 해마다 3월 말에서 4월 초가 되면 T. S. 엘리엇의 장편시 ‘황무지’를 떠올리게 됩니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잠든 뿌리로 봄비를 깨운다./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잘 잊게 해주는 눈으로 대지를 덮고/마른 구근으로 약간의 목숨을 대주었다.”

어느 해인가 제게도 ‘가장 잔인한(the cruelest)’ 4월이 예고돼 있었습니다. 정든 회사를 떠나 본격적인 제2의 인생을 시작해야 했던 것입니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인지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그때 어김없이 입에서 중얼거렸던 것도 바로 ‘사월은……’이었습니다. 어찌 저만 그랬을까요? 아마도 많은 사람들도 그랬을 것입니다.    

그런 4월이 시작되던 첫 날,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았습니다.  
“농협은행 본점이 어디야?”
“그건 왜?” 
“로또 1등 당첨금은 본점에서만 수령할 수 있다기에……."

물론 뻥이었습니다. 그날은 다름 아닌 만우절이었습니다. 제가 침울해있을 거라고 짐작한 친구가 격려차 보낸 만우절 응원이었던 것입니다. 덕분에 한바탕 크게 웃을 수는 있었지만 이 사건은 저의 만우절 흑역사로 오래오래 기억되고 있습니다. 친구의 어설픈 만우절 농담에 속아 넘어간 저는 4월의 어릿광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바로 만우절(April fool's day)에 꼭 맞게 말이죠.   

그런데 그렇게 허무하게 속아 넘어간 만우절 거짓말이었지만 거기에서도 배울 점이 많더군요. 사실 만우절은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악의 없는 가벼운 거짓말로 남을 속이며 즐기는 날입니다. 남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의의 거짓말에는 창의력이나 상상력이 많이 담긴 것 같습니다. 새빨간 거짓말은 문제가 되겠지만 하얀 거짓말은 하나의 참신한 아이디어이기도 하고요. 실제로 만우절 광고나 프로모션은 의미가 극과장돼서 평소의 그것보다 더욱 기발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또한 만우절식의 하얀 거짓말은 삶의 윤활유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긍정적인 것은 더 잘 나아지게끔 밀어주고 문제가 있는 것은 그것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직접적인 응원이 되레 부담이 되고 유머나 익살이 섞인 응원이 효과가 더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친구로부터  만우절 응원을 받았던 저도 잔인한 4월을 잘 넘기고 새롭게 출발하는 데에 큰 힘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만우절은 (만)가지 (우)려와 (절)교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저는 만우절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4월 1일뿐만 아니라 매월 1일을 스스로 만우절로 정한 것입니다. 고정관념 따위는 훌훌 털어버리고 엉뚱함이나 상상력을 선보이는 날 또는 멍 때리는 날과 같이 걱정과 긴장의 끈을 풀어헤치는 그런 날로 삼은 것입니다. 덕분에 이제 4월은 제게 가장 잔인한 달이 아니라 가장 재미있는 달이 됐습니다. 이 또한 만우절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요? 아닙니다. 이것은 실제 사실입니다. 당신의 만우절은 어떤 것인지요? 

김정응 『김정응 퍼스널 브랜딩 연구소』 대표/작가

저서 <당신은 특별합니다> <북두칠성 브랜딩> <편지, 쓰고 볼 일입니다> <이젠 휘둘리지 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