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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왕의 재산이라고 불리던 민족,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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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떠도는 부(富)] 왕의 재산이라고 불리던 민족, 유대인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3.29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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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가 나서서 먼저 유대인 차별, 동조한 유럽와 왕가와 지배층
반면 글을 아는 유대인에게 재산을 맡기기도... 세계금융을 움직이는 기원 돼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아시아와 마찬가지로 유럽에서도 상류층들은 돈에 관여하지 않았다. 체면을 중시한 아시아와는 달리 유럽은 종교적인 이유 때문이었다.

서로마제국이 멸망하자 유럽은 혼란에 휩싸였다. 로마가 상업을 위해 이룩한 무역망과 제해권이 사라지면서 해적이 출몰했고 지중해는 안전한 바다에서 불안한 바다로 변모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게르만족에 의해서 서유럽이 안정을 찾아가자 무너진 무역망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계속됐다. 이때 부각된 것이 로마 시대 때 지중해를 중심으로 여러 지역에 공동체를 유지했던 유대인이다.

당시의 지배층은 글을 읽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반면 글을 알아야 했던 집단이 있었는데 성경을 전하기 위해 글을 교육했던 수도원과 무역을 담당하던 유대인이어었다. 어려서부터 랍비를 통해 교육을 받으며 자라던 유대인들은 문맹률이 낮았다. 따라서 그들은 기록과 관련된 여러 행정에서 두각을 나타냇다.

이런 이유로 유대인들과 수도사들은 행정을 비롯한 대외적인 외교와 무역을 담당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대인이 관여하는 행정 분야가 늘어났고 무역과 외교를 비롯해 세금 징수를 맡아 재정을 담당하는 행정까지 관여하게 된다.

유대인이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길을 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중세를 지탱하던 봉건제는 토지를 기반으로 유지됐는데 유대인들에게는 토지가 지급되지 않았다. 수공업에 종사하는 장인들의 모임인 길드에도 가입할 수 없었다. 결국 기약 없이 떠돌며 무역과 상업에 종사하거나 도시에 살면서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고리대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나라의 행정을 위해 유대인들의 능력이 필요했던 프랑크 제국의 카롤루스 대제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주거 권리를 부여했고 외교와 행정에 기용하면서 고위직까지 오를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고위직에 오르면서 왕에게 충성했지만 유대인들 간의 유대도 잊지 않았다. 덕분에 유대인들은 이후에 세워지는 여러 나라의 왕과 귀족에게 고용돼 그들의 손발이 될 수 있었다. 세력을 유지할 행정력이 필요했던 지배층들은 유대인들을 여러 분야에 기용했다.

서로 돕고 이끌며 성장한 유대인들은 도시의 상업과 지중해를 통한 무역으로 돈을 모았지만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그들이 쌓은 부(富)는 질투의 대상이 됐다. 특히 행정을 맡다 보니 왕이나 영주, 기사를 대신해서 세금을 징수하거나 그들을 대신해 돈이 필요한 이들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역할도 했기 때문에 미움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서유럽이 종교를 중심으로 안정화되자 사람들은 서서히 유대인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유대인들은 지배층을 대신해서 한 일이었지만 사람들 눈에는 자신들을 착취하는 존재로 여기게 된다. 여기에는 종교관이 영향을 끼치는데 가톨릭에서 금지했던 이자에 대한 부분이다. 자신의 권위를 세우기 위해 죄를 짓지 않으려고 유대인에게 역할을 맡긴 것이다. 지배층은 더 많은 부(富)를 원했지만 대놓고 할 수는 없었기에 자신들의 수족으로 부리던 유대인을 대리인으로 삼아 높은 고리대를 받았다. 죄를 대신 짓게 해 자신들에게 올 비난을 피한 것이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십자군 전쟁이 시작되면서 유대인에 대한 차별은 심해졌다. 교황은 유대인들에게 노란 별을 붙이고 박해하기 시작했다. 교황이 이러니 당연히 전 유럽이 나서서 유대인을 차별했다. 그러나 지배층은 자신들의 치부를 대신할 유대인을 내칠 수만은 없었다. 결국 가톨릭이라는 종교적인 결박은 왕과 귀족들이 필요에 의해 유대인을 계속 기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유대인들은 유럽과 지중해 일대, 아랍 지역까지 이르는 디아스포라(Diaspora)를 통해 구축된 연결망을 이용해 중계무역과 화폐를 이용한 환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 이는 오늘날 세계금융을 움직이는 유대인들의 기원이 되었고 앞으로도 지속될 독과점 형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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