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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 제판분리, 보험판매의 새로운 장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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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 제판분리, 보험판매의 새로운 장 열릴까
  • 신명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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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생명, 보험사 최초 제판분리 실시
보험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 줄지 지켜봐야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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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신명진 소비자기자] 보험사가 제판분리의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제판분리란 제조와 판매의 분리라는 뜻으로, 보험사에선 보험상품의 개발과 판매를 분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에는 보험사 내에 판매 채널과 개발 채널이 동시에 존재했다면 이제는 여러 보험사들의 상품을 판매하는 자회사 형 법인보험대리점(이하 GA)을 따로 설립해 GA에서 판매를 전담하는 식으로 바뀌는 것이다. 

지난 8일에는 미래에셋생명이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를 출범시키며 업계 최초로 보험사 제판분리를 시작했다. 이어 한화생명, 현대해상, 하나손해보험 등도 제판분리를 실시할 예정이다.

보험사가 제판분리를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은 다양하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비용 절감과 영업 효율성 증대이다. 보험사에선 그동안 설계사 조직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면서 분업, 조직화에 비용을 많이 지출했다. 그런데 GA를 설립해 따로 운영하게 되면 전문성 향상과 비용 절감의 효과를 누릴 수 있고, 고용보험 등도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된다.

또한 GA의 가장 큰 장점인 다양한 회사의 많은 보험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도 큰 매력이다. 소비자에게 맞는 보험상품을 찾아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할 수 있고 소비자는 그만큼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첫 번째는 불완전 판매가 증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다양한 보험사의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GA의 불완전판매 비율은 일반 보험회사의 2배 정도라는 통계도 있다.

보험회사 전속 설계사 같은 경우는 전속 보험사의 보험상품에 대한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GA 소속 보험설계사는 여러 회사의 복잡하고 다양한 내용의 보험상품을 모두 자세히 알기 쉽지 않다. 또한 GA에는 보험사와 달리 가입했던 보험설계사가 퇴사할 경우 기존 고객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이처럼 GA에선 그동안 사후관리와 불완전판매에 관한 이슈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 제판분리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보험사와 노조 간의 대립이다. 올해 제판분리를 진행하고 있는 한화생명에서도 사측과 노동자 측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한화생명 노조는 사측에서 제판분리 명목으로 설계사의 보험 판매 수수료 삭감, GA로의 이동을 강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부 지점에서는 설계사 노동조합의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인사 보복까지 이뤄졌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한화생명은 수수료 삭감은 제도변경에 따른 수수료 변경일 뿐 회사의 일방적 삭감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한 노조와 단체협상 관련 면담을 꾸준히 진행 중이며, 교섭 대표 노조의 지위 인정에 대한 적법한 판단이 필요하여 이에 대해 정리 중이라며 의도적으로 단체교섭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등에서는 GA와 같은 판매 채널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보험 제판분리를 통해 좋은 성과를 내는 만큼 제판분리는 국내에서도 보험 선진화를 위한 한 단계 도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에게 불완전판매를 하지 않기 위한 다양한 노력과 기존 설계사들에 대한 고용 보호 등이 함께 있어야 변화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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