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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며 노동력 제공, 열정페이보다 더한 사회복지실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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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내며 노동력 제공, 열정페이보다 더한 사회복지실습
  • 권유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2.0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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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과정에서 청소, 설거지 등 잡일만 하는 경우 많아
실습 기관에 강제로 적용할 수 있는 매뉴얼 필요해
출처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출처 : 한국사회복지사협회

[소비라이프/권유정 소비자기자] 사회복지가 강조됨에 따라 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회복지사가 유망 직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지역사회에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 기관에서 일정 시간 이상 실습 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실습 기간 사회복지사의 업무를 배우기보다 청소 등과 같은 허드렛일만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어 실습생의 불만이 나오고 있다.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A 씨는 아동 복지에 관심이 많아 방학 때 공립 지역아동센터로 실습을 나갔다. 공립 기관이고, 실습생을 많이 받는 기관이라 체계적인 실습 교육이 이루어질 줄 알았던 A 씨는 첫날부터 실망했다. 오전에는 실습 관련 교육이 이루어지지만, 점심을 먹은 후 오후에는 정해진 일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A 씨는 “기관의 사회복지사가 시키는 일이 있을 때까지 눈치를 보면서 앉아있다가, 사회복지사가 아이들과 놀아주라고 말하면 그때 아이들 옆에서 함께 대화를 나눴다. 물론 아동들과 교류하는 것이 지역아동센터의 업무이기도 하지만, 오후에는 아동과 놀아주라는 방식으로 실습생을 방치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실습 지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실습비와 식비 등 실습 기관에 내는 비용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A 씨는 실습 기관에 실습 지도비와 식비로 각각 10만 원을 냈다. A 씨는 “실습 전에는 점심과 저녁 식사 모두 나온다고 들었다. 하지만 막상 실습을 시작하니 센터의 아동들이 먼저 밥을 먹고, 남은 반찬으로 실습생이 식사하는 방식이었다. 반찬이 남는다고 해도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실습생들이 저녁 식사를 굳이 센터에서 할 이유가 없어 거의 먹지 않는 분위기였다. 사회복지사들도 실습생들에게 식사하라고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 실습생이 알아서 저녁밥을 챙겨 먹는 분위기였다”라며 “저녁 식사를 포함한 식비를 걷으려면 실습생들이 다 같이 저녁밥을 먹는 공식 일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사회복지 커뮤니티에 접속하면 실습에 실망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작년 여름방학 실습을 진행한 B 씨는 “청소, 설거지, 쓰레기 분리수거, 화장실 청소까지 하면서 내가 왜 이 자격증을 시작했을까 처음으로 회의가 들었다”라며 “허드렛일을 하면서 실습 일지는 근사하게 써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실습생들은 종합 복지관과 같이 규모가 큰 기관에서 실습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규모가 작거나 사립 기관일수록 실습 교육 체계가 더 빈약하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실습을 마친 C 씨는 “청소나 설거지, 분리수거 등은 하나도 없었다. 치매, 중풍 주간 보호 센터, 컴퓨터 교실, 체조 교실, 사례관리 등의 분야에서 프로그램을 짜고 직접 수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장애인 복지관에서 실습한 D 씨 또한 “교육받거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며 “과제가 많아 힘들기도 했지만 재밌기도 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서는 실습이 필수이다. 실습은 사회복지사의 업무를 배우는 것으로, 허드렛일을 할 수는 있으나 이것이 반복된다면 사회복지사의 업무라고 볼 수 없다. 실습비까지 내는 실습생 입장에서는 열정페이를 넘어선 노동력 착취로 느껴질 수 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에서 ‘표준 실습 교육 매뉴얼’을 제공하지만,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모든 실습 기관에 적용하기에 한계가 크다. 실습생들이 제대로 된 실습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강제력을 가진 매뉴얼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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