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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취업시장...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 등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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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꽁 언 취업시장...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 등장하나
  • 이나현 기자
  • 승인 2020.11.17 15: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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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무경험자 중 구직활동을 포기한 ‘니트족’ 46.7%에 육박
취업 시기 한번 놓치면 다시 따라잡기 어려워

[소비라이프/이나현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꽁꽁 얼어붙은 취업문 앞에 청년들이 갈 곳을 잃었다. 통계청이 지난 11일 발표한 바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대학생이거나 대학졸업자(전문대 포함)인 25∼39세 인구 중 취업 경력이 전혀 없는 ‘취업 무경험자’가 28만 7,979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년보다 5만 6,202명(24.2%) 늘어난 수치이다. 이로써 2000년 이후 최악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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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무경험자 중 구직활동을 포기한 ‘니트족’도 13만 4,414명(46.7%)에 달했다. 구직 실패가 반복되자 아예 구직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니트족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줄임말로,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한다. 니트족은 경제의 잠재성장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불러온 고용 충격이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청년층 체감실업률로 해석되는 확장실업률은 이번 10월 24.4%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 또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기업 536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20년 대졸신입 직원을 한 명이라도 채용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67.0%에 불과했다. 작년에 비해 18.5%p나 줄어 채용문이 좁아졌음을 증명했다.

코로나19로 그나마 있던 민간기업 채용마저 연기되거나 취소되어 구직자들의 상황이 녹록치 않다. 상황이 이러하자 구직자들은 그나마 나온 채용으로 몰렸다. 신입사원 84명을 뽑는 한국전력기술 공개 채용에는 6,860명이 지원해, 평균 81.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194명을 뽑는 올해 경기도 산하 21개 공공기관의 1차 통합공채에는 1만 2,084명이 지원해, 평균 62.3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높아진 경쟁률에 구직자들의 좌절감은 커지고 있다.

더군다나 신규 채용 시장이 점점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청년들이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에서는 1993∼2005년 당시 거품경제 붕괴로 취업하지 못한 70~80년생들이 ‘잃어버린 세대’라고 불리며 사회문제로 제기된 바 있다. 잃어버린 세대의 증가는 출산율 급락, 비정규직 증가로 이어졌다. 이들은 4~50대가 된 지금까지도 다른 세대에 비해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비정규직이 많다.

전문가들은 한국판 ‘잃어버린 세대’가 국가 경쟁력을 장기적으로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시기를 한번 놓치면 나이가 들어서도 낮은 임금을 받게 되고, 이는 결혼 기피,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한성대 경제학과 김상봉 교수는 “취업 문턱을 넘지 못한 2030세대는 이대로 가면 다른 세대보다 소득, 소비가 적은 세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좁은 취업문 앞에서 청년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적절한 취업지원이 필요하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조영태 교수는 “취업 기회를 놓친 청년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청년 지원책이 취업 지원뿐만 아니라 청년들의 다양한 사회적 경험을 쌓아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쳥년들이 현장경험을 쌓으면서 노동의 질을 높여나가야 우리 사회도 발전해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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