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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관리 앱, 보호와 인권 침해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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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관리 앱, 보호와 인권 침해 사이
  • 권유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1.16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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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 사이트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고 스마트폰 중독 예방
자녀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기능 있어... 설치 전 충분한 대화 필요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소비라이프/권유정 소비자기자]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청소년의 스마트폰 이용을 관리하려는 추세다. 올해 초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영향으로 무분별한 유해 사이트와 정보 등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자녀 관리 앱을 설치하려는 학부모가 증가하고 있다.

자녀 휴대폰 관리 앱은 패밀리 링크, 키위 플레이, 모바일펜스, 엑스키퍼 등 종류가 다양하다. 부모와 자녀 휴대폰에 부모용, 자녀용 앱을 각각 설치하면 부모가 자녀 휴대폰을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다. 앱에 따라서 휴대폰 하루 사용 시간 설정, 위해 사이트 차단, 위치추적뿐만 아니라 사용 가능 앱 설정 등도 가능하다.

학부모들은 자녀가 휴대폰을 너무 많은 시간 사용하거나 유해 사이트에 접속해 범죄에 연루될 수 있다는 위험도 있어 자녀 휴대폰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맘카페에는 자녀 휴대폰 관리 앱을 추천해 달라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맘카페에 휴대폰 관리 앱 관련 글을 게시한 A 씨는 “교우 관계도 카톡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스마트폰을 안 사줄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스마트폰을 사용하느라 밤에 잠을 자지 않고 게임을 해서 아침에 지각하는 등 학업에 집중하지 못해서 관리 앱을 설치하려고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B 씨도 “중1 아이가 하루에 5시간 정도 기본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많이 하면 9시간도 한다”며 앱 추천글을 올렸다.

휴대폰 관리 앱이 청소년의 사생활과 인권을 침해한다는 입장도 있다. 자녀를 범죄로부터 보호하고 스마트폰 중독을 예방한다고 하지만 자녀의 휴대폰에 담긴 사생활을 지나치게 감독하는 기능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앱 설치 시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거나 부모가 자녀 휴대폰에서 사용 가능한 앱을 설정하고, 메시지나 검색어 내용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은 부모가 자녀를 감시하는 느낌을 준다.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출처 :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현재 스마트폰 관리 앱을 없애달라는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인은 코로나19로 밖에서 또래들과 놀지 못하는데 휴대폰 관리 앱으로 인해 집에서도 친구들과 소통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하루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15분이라면서 “어른들만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냐”라고 앱을 없앨 것을 청원했다.

지난 8월에도 앱이 인권을 침해한다는 청원 글이 올라와 490명이 청원에 참여했다. 자신을 앱을 사용하는 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올바른 성 관념 형성을 위해 유해 사이트 차단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원격 위치 조회, 메신저 내용 확인, 통화 기록 확인, 접속 사이트 확인 등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는 기능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자녀를 걱정하는 부모의 마음은 알겠으나 휴대폰 관리 앱이 철저한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자녀를 관리 대상으로만 보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다. 코로나19로 청소년들이 집에서 스마트폰 외에 다른 활동을 찾지 못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고민 없이 스마트폰 사용을 무조건 막으려고만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청소년을 보호하는 목적으로 앱을 사용하고자 한다면 자녀와의 합의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자녀와의 충분한 상의 없이 일방적인 관리와 감독은 자녀와의 큰 불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 성범죄와 유해 사이트 등 청소년이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위험 요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청소년을 무분별한 인터넷 정보로부터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소년의 인권이 보장되는 선에서 보호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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