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의 질풍노도] 투자의 기본이 무너진 주식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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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투자의 기본이 무너진 주식시장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11.12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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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주식회사는 무역으로 본 이익에 대해 주주의 지분에 맞는 배당을 공정하게 배분
지금은 배당에 목적을 두는 투자보다는 시세차익을 보기 위한 투기가 판을 치는 금융시장으로 변질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영국보다 아시아에 먼저 진출한 네덜란드는 1602년 세계 최초로 주식회사 형태의 동인도회사를 설립한다. 아직도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의 규모를 넘어서는 회사가 없을 정도로 거대공룡이었다. 놀라운 점은 특정한 자본에 의해서 설립된 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참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손실의 위험을 무릅쓰고 투자를 한 사람들 덕분에 회사는 무역을 통해 이익이 발생했고 이익에 대해 공정하게 분배하려고 노력했다. 그에 따라 합리적인 방법으로 도입된 개념이 주식이었다. 

당시에 황금을 낳는 거위였던 향신료 시장에서 스페인에 의해 네덜란드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독자적인 향신료 무역을 위해 네덜란드는 선단을 만들 계획을 세웠다.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배부터 배를 움직일 선원과 그들이 항해하면서 먹을 식량을 확보해야 했고 이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네덜란드는 이를 위해 시민들의 참여를 독려했고 투자를 받아 회사를 설립하게 된다. 그리고 무역을 통해 얻게 된 이익은 회사설립에 참여한 시민에게 골고루 나눠준 것이다.

문제는 참여한 사람마다 가진 여유에 따라 투자한 액수가 달랐다. 누가 얼마를 투자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기록이 필요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가 투자한 사람들에게 투자한 금액에 따른 회사의 소유권을 인정해주는 증서를 발급해 주게 되는데 이게 주식의 시초다. 

회사는 시장에서 돈을 융통했고 자금의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회사에 투자했다. 회사가 손실을 보면 투자자도 손실을 봤지만 이익을 보면 투자금과 함께 회사가 본 이득의 일정 부분도 참여한 사람의 몫이었다. 이게 바로 금융의 꽃인 ‘배당’이다. 동인도회사 투자목적은 배당이다.

초기의 주식회사는 이런 논리에 충실했다. 회사는 무역으로 본 이익에 대해 주주의 지분에 맞는 배당을 공정하게 했다. 많은 배당을 하게 되면 새로운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회사도 이익을 창출했지만 투자에 참여한 사람들도 이익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투자는 어떠한가?

배당에 목적을 두는 투자보다는 시세차익을 보기 위한 투기가 판을 치는 금융시장으로 변했다. 단순했던 초기의 주식회사에 대한 투자와 배당과는 달리 복잡해진 금융기법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투자 참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참여하더라도 변질된 각종 자료와 어려워진 용어로 인해 투자자들은 혼란을 겪는다. 투자자는 주식가격에 대한 배당금의 비율을 따지기보다는 얼마나 더 오를 것인가에만 관심을 가진다. 언젠가부터 기업은 배당을 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투자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주주와 이익을 공유하지 않는 회사는 존재의 가치가 없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오너들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주주를 활용하고 있다. 자신들의 경영권방어를 위해서는 가엾고 불쌍한 척을 해대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이익의 열매는 소수의 대주주만이 누리는 꼼수가 되어버렸다. 주식회사가 본 이익에 대해 임직원은 스톡옵션, 성과급과 같은 돈 잔치를 벌이지만 주주들에게 가는 배당은 형편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대기업일수록 사내유보금은 넘쳐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주주배당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이를 언론이 기업의 성장을 위한 준비금처럼 떠벌리고 포장해준 덕분에 주주들은 이에 속아 넘어가고 있다.

배당을 당당히 요구해야 하는 주주임에도 소액주주들이라는 이유로 이익에 대한 배당을 요구할 정당한 권리마저 빼앗기고 있다. 개인투자자인 개미가 동학이라는 역사적인 이름값을 제대로 하려면 시세차익이나 보려는 천박한 선동질보다 자기 권리를 요구하는 의식이 필요하다.

주식시장에 자금이 유입되어 기업을 살리고 성장시킨다는 논리는 끝난 지 오래다. 저금리 시대에 기업들은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지 않는다. 좋은 회사일수록 저렴한 대출이 넘쳐나는데 오너들이 자신의 지분을 희석하는 증자와 투자를 받을 이유가 없다. 배당보다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주식시장은 금융시장이 병들어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화상이라는 것을 알자.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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