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없는 고가 렌탈, '빌렸을 뿐인데, 파손하면 부르는 게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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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없는 고가 렌탈, '빌렸을 뿐인데, 파손하면 부르는 게 값?"…
  • 소비라이프/박유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6.09.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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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래치 하나에 수백만 원 폭탄?"… 고가 물건 대여 시장의 '깜깜이' 배상 관행

[소비라이프/ 박유진 소비자기자]  최근 취미용품, 프리미엄 가전, 명품 의류 등을 필요한 기간만큼 빌려 쓰는 '공유·렌탈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다.

고가의 물건을 합리적인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소비자의 발길이 이어진다. 그러나 화려한 미사여구의 대여 마케팅 뒤에는 소비자의 안전장치가 실종된 채, 파손 책임을 오롯이 빌린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일부 대여업체들의 무책임한 영업 행태가 더해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렌탈료는 받지만… '보험 가입'은 소비자 몫?

상당수의 중소·영세 대여업체들은 고가의 카메라, 짐벌, 캠핑 장비, 명품 가백(샤넬의 '가브리엘 백팩') 등을 대여해주면서 이용객을 위한 기본적인 영업배상책임보험이나 물품 파손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을 계약 체결 과정에서 소비자가 명확히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다수 업체는 작고 복잡한 약관 속에 '파손 및 분실 시 전액 배상'이라는 문구를 교묘하게 숨겨두거나, 구두 안내를 누락하고 있다. 정작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보험이 안 되니 신품 가격으로 물어내라"며 일방적인 통보를 날리는 식이다.

파손된 카메라로 인해 골머리를 앓는 소비자 (사진 :구글 제미나이)

직장인 A씨(31)는 최근 주말 여행을 위해 대여업체에서 200만 원 상당의 고가 카메라를 빌렸다가 작은 충격을 받아 액정이 금이 가는 피해를 입었다. A씨는 "렌탈료 외에 보험 상품 가입 옵션이 아예 안내되지 않았고, 당연히 업체가 보험에 가입되어 있을 줄 알았다"며, "업체 측은 공식 서비스센터 수리비 견적도 보여주지 않은 채 무조건 부품 교체비라며 100만 원이 넘는 금액을 청구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감가상각 무시한 '배짱 영업', 표준약관은 사각지대

더 큰 문제는 파손 시 배상액 산정 기준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불투명하다는 데 있다. 이미 수차례 대여되어 감가상각이 진행된 중고 물품임에도 불구하고, 사고 발생 시 '신품(New) 가액'을 기준으로 배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일부 악덕 업체는 미세한 스크래치나 단순 소모품 마모를 트집 잡아 전체 제품을 교체해야 한다며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배짱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보호 관련 커뮤니티에는 대여 물품 이용 후 억울하게 수십~수백만 원의 폭탄 배상금을 청구받았다는 피해 호소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제도적 안전장치 시급… 소비자도 계약 전 꼼꼼히 따져봐야"

전문가들은 고가 물건을 다루는 렌탈 시장의 특성상 소비자와 사업자 간의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지적한다. 일정 금액 이상의 고가 물품을 대여하는 업체의 '의무 보험 가입 제도화'와 함께,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의 '명확한 렌탈 표준약관 마련 및 관리·감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주권 침해와 부당한 피해를 막기 위해, 당국은 대여업계 전반의 불공정 약관 실태조사에 착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소비자 체크포인트

  1. 보험 가입 여부 확인: 대여 전 업체가 물품 파손이나 도난에 대비한 보험(또는 면책 상품)에 가입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2. 수령 직후 상태 점검: 물건을 받자마자 제품의 외관 상태(스크래치, 찍힘 등)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상세히 기록하고, 이상이 있다면 즉시 업체에 고지해 증거를 남긴다.

  3. 면책 조항 꼼꼼히 읽기: 파손 시 자기부담금 규정이나 배상 범위가 어떻게 명시되어 있는지 계약서 조항을 꼼꼼히 살핀다.

  4. 분쟁 발생 시 대응: 과도한 배상금 청구로 분쟁이 발생할 경우, 무리하게 합의하기보다 한국소비자원 (T. 1372)을 통해 피해구제를 신청하는 것이 안전하다.

공유 경제와 렌탈 시장의 편리함 뒤에는 여전히 허술한 제도와 무책임한 일부 업체의 배짱 영업이 도사리고 있다. 고가의 물품을 빌리는 소비자 개개인이 꼼꼼히 계약서를 살피고 증거를 남기는 자기방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이용하는 소비자의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업계의 자성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편리함'이 '불안'이 되지 않는 성숙한 렌탈 문화가 정착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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