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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했더니 항공권은 환불불가?" 여행 플랫폼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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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했더니 항공권은 환불불가?" 여행 플랫폼의 함정
  • 이가연 소비자기자
  • 승인 2023.11.16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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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지만 환불불가'라는 숙박플랫폼 옵션은 불공정 거래 약관에 미해당
소비자의 각별한 주의 필요하지만 플랫폼의 정확한 고지도 필요해

[소비자라이프/ 이가연 소비자기자] 지난 9월 현행법상 '싸지만 환불불가'라는 숙박플랫폼 옵션은 불공정거래 약관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숙박업체와 이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약관법상 사업자로 볼 수 없고 일반 여행상품보다 저렴한 대신 환불 불가능한 선택지가 법령 위반이 아니라는 데에 근거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7년 11월 아고다와 부킹닷컴 약관 중 소비자피해가 우려되는 항목을 근거로 시정을 권고했다. 두 업체가 시정하지 않자 공정위는 2019년 2월 환불불가 조항을 수정·삭제하고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행정처분)을 했다. 이에 업체들이 각각 소송을 걸었다.

서울고등법원은 "환불불가 조항이 고객에게 부당하게 과중한 손해배상 의무를 부담시키는 불공정한 약관 조항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했다.

공정위가 불복해 상고했는데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약관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환불불가 판결이 나왔지만 현실에서는 불합리한 사례가 여전하다.

A양은 논란이 된 여행 플랫폼(아고다)을 이용하면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항공권과 숙박권을 함께 파는 상품을 구매했는데 구매 당시 항공권은 환불이 되지 않는다는 표현을 찾지 못했다. 아래와 같이 숙박권은 항공기 탑승 전일 24시까지 무료예약 취소가 된다고 나와 있다. 이용자는 당연히 환불이 가능하다고 이해하게 된다. (사진1)

​(사진1)  숙박권, 항공권 결제 페이지, 취소가능 표시 (사진=아고다 어플)​
​(사진1) 숙박권, 항공권 결제 페이지, 취소가능 표시 (사진=아고다 어플)​

하지만 (사진1) 아래의 항공편 정보에는 "항공편 취소 정책은 숙소 취소 정책과 동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또한 "자세한 내용은 항공편 정책 또는 예약 조건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로 표현하여 항공권 예약취소 가능 여부를 구체적으로 고지하지 않았다. 

반면에 페이지 맨 아래에 위치한 예약조건을 보면 "예약이 확정되면 항공사 변경 위약금 및 제한 사항이 적용됩니다. 일부 항공권은 환불이 불가하며 양도 또한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운송 및 항공 운임 규정 약관과 좌석, 수하물 및 기타 제한 사항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해당 항공사의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수하물 요금이 부과될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A양은 "일부 항공권은 환불이 불가능하다" 라는 모호한 표현에 환불이 가능한건지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설마 해당 항공권이 환불 불가능 상품일까 싶어 결제를 진행했다. 아고다는 예약이 확정된 뒤에야 해당 항공권이 환불 불가능 상품임을 알렸다.<사진2>

예약 후 항공권 환불 불가를 알린 사진(사진=아고다 어플)
(사진2) 예약 후 항공권 환불 불가를 알린 사진(사진=아고다 어플)

A양은 결제완료 후 예약이 확정된 뒤에야 환불불가 상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1시간 이내에 항공+숙소 상품을 취소했지만 항공권을 현재까지도 환불받지 못했다. A양은 고객센터에 환불 문의를 하고 난 뒤 아고다와 항공사 사이에 대행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고객센터는 환불요청을 하더라도 최대 3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환불이 가능한지, 환불이 가능하다면 수수료가 얼마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숙박권은 싸면서 환불도 가능했지만, 항공권은 싼 가격이 아니면서 환불이 불가능한 상품을 제공한 것이다. A 양이 항공권에만 적용된 가격을 계산해보니 인터넷에 나오는 티켓 값에 비해서도 싼 편이 아니었다. 

위 사례와 같이 소비자가 이용약관을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표시하지 않고, 환불 불가능 상품을 결제가 완료된 뒤에야 환불이 불가능하다고 알리는 것은 소비자 기만에 가깝다. 여행 플랫폼은 환불 및 변경과 관련된 사실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이용자는 여행 플랫폼을 이용하면 당일 취소·여행 출발일 기준으로 91일 전인데도 환불이 불가능할 수 있으니 이용약관을 잘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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