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라이프/이득영 소비자기자] 2021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수행한 탄산음료 브랜드 선호도 조사를 보면 ‘코카콜라’가 27%로 1위를 달성했다. 칠성사이다가 뒤를 이어 22.3%로 2등을 달성했고 이 조사결과로 코카콜라가 얼마나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브랜드인지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코카콜라,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유독 비싸게 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Global Product Prices에 따르면 조사대상 91개국 중 우리나라 코카콜라 가격은 0.5L 기준으로 1.39USD로 14위라는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2022년 12월 기준). 프랑스, 독일, 홍콩, 일본, 미국 등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보다 가격이 저렴했다. 참고로 91개국 중 가장 높은 가격은 2.47USD로 핀란드가 1위를 차지했고, 가장 낮은 가격은 0.18USD로 이집트가 91위를 차지했다. 평균 코카콜라 가격은 0.94USD였고 우리나라는 약 1.5배의 가격으로 코카콜라를 구매하고 있던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코카콜라 가격이 유독 비싼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LG생활건강이 코카콜라와 ‘보틀링 독점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코카콜라는 모든 나라에서 해외 진출 시 같은 방식을 고수한다. 코카콜라가 현지 법인을 세운 뒤 보틀링 파트너사(보틀러)에게 코카콜라 원액을 공급하고 보틀링 파트너사는 원액을 용기에 담는 식으로 계약을 맺는 방식이고 이것이 ‘보틀링 계약’이다. 이 보틀링 계약을 통해 파트너사는 해당 국가 코카콜라 생산∙판매 권한을 갖게 된다. 그리고 보틀링 파트너는 지역별로 나뉘어 여러 개가 존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도 한때는 지역별로 범양식품∙한양식품∙호남식품 등 다양한 보틀링 파트너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90년대 중후반 하나의 회사로 합병되었고 2007년 LG생활건강 측에 인수되었다. 이후 LG생활건강이 코카콜라와 독점계약을 맺게 되었고 지금까지 경쟁이 없는 기이한 구조가 이어져오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코카콜라의 가격이 당연히 비쌀 수밖에 없다. 독점사에게는 인건비, 원재료, 물류비 등 비용 인상이라는 너무나도 핑계대기 쉬운 명분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는 '다른 보틀링 파트너'라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외의 다른 국가의 경우는 어떨까? 일본은 5개의 보틀링 파트너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각 보틀러들은 서로 다른 지역을 담당한다. 우선 가장 큰 규모의 Coca-Cola Bottlers Japan Inc(CCBJI)는 미야기 / 야마가타 / 후쿠시마 / 이바라키 / 도치기 / 군마 / 사이타마 / 치바 / 도쿄 / 가나가와 / 니가타 / 야마나시 / 시즈오카 / 아이치 / 기후 / 미에 / 시가 / 교토 / 오사카 / 효고 / 나라 / 와카야마 / 돗토리 / 시마네 / 오카야마 / 히로시마 / 야마구치 / 도쿠시마 / 가가와 / 에히메 / 고치 / 후쿠오카 / 사가 / 나가사키 / 구마모토 / 오이타 / 미야자키 / 가고시마 지역을 담당한다. 이외에 홋카이도 코카콜라 보틀링은 홋카이도를, 미치노쿠 코카콜라 보틀링은 이와테 / 아키타 / 아오모리를, 호쿠리쿠 코카콜라 보틀링은 나가노, 토야마, 이시카와, 후쿠이를, 오키나와 코카콜라 보틀링은 오키나와 지역을 각각 담당한다. 그러다 보니 보틀링 파트너 간, 그리고 지역 간 경쟁이 존재하고 가격을 쉽게 올릴 수 없는 구조인 것이다.
반면 한국은 2022년 LG생활건강이 이례적으로 코카콜라와의 보틀링 독점계약을 10년 연장했다.통상적으로 5년 단위로 계약하는 걸 작년에 LG생활건강이 두배로 늘린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코카콜라를 즐겨 마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좋지 않은 소식이다. 시장에서 독점은 이익을 좇을 수밖에 없는 기업의 입장 때문에 결국 필연적으로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더불어 소비자의 부담 증가 또한 수반된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즐겨 먹는 코카콜라,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독점이 종료되고 경쟁 구조가 만들어져야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