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스토리] 대한민국 소울푸드 ‘치킨’값은 왜 자꾸 오를까? 
상태바
[스토리] 대한민국 소울푸드 ‘치킨’값은 왜 자꾸 오를까?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2.08.16 11: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킨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건 '맛'
값 올라도 먹겠다는 사람 많으면 가격 오른다
유독 가파른 오름세는 ‘묵시적 담합’의 결과?

한 시장조사기업(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의 설문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남녀 소비자 1000명이 한 달에 소비하는 치킨의 양은 2~3마리 정도다. 열에 아홉은 치킨 가격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또 더 이상 치킨을 서민의 외식 메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비율도 높아졌지만 치킨 수요는 좀체 줄지 않는다. 

10명 중 7명은 그냥 먹고 싶을 때 치킨을 먹는다고 답했다. 특별한 날이나 기념할 일이 없어도 주말이나 출출한 밤 야식이 생각날 때 치킨을 시킨다. 특히 연령층이 낮을수록 치킨 소비가 많으며, 후라이드·양념과 같은 기본 메뉴 대신 다양한 맛의 치킨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응답했다. 치즈볼, 감자와 같은 사이드 메뉴를 곁들인다는 의견도 높았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수많은 치킨 브랜드 중에서 어떤 기준으로 치킨을 고를까. 맛, 가격, 배달시간, 배달료 등 여러 요소가 고려되겠지만 치킨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역시 ‘맛’이었다. 

자신 역시 맛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 20대 김 씨는 “굽네, 푸라닭, 쌀통닭 등 여러 브랜드의 치킨을 먹는 편”이라며 요새는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도 맛있다고 말했다. 또 맛이 확실히 더 좋다면 5000원 정도 차이가 나더라도 맛있는 곳에서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과거보다 다양해진 치킨 브랜드에 소비자들은 꼭 유명 브랜드가 아니더라도 맛있는 치킨 브랜드가 많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말이므로 지금도 치열한 치킨업계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지리라 예상해 볼 수 있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긴다. 공급자가 늘고 경쟁이 심화될수록 가격은 낮아져야 정상 아닐까. 어째서 치킨 가격은 다른 외식 메뉴보다 더 자주, 빨리 오르는 걸까. 

치킨업계의 설명은 이렇다. 국제 곡물, 제지 등 원부자재 비용이 상승했고 여기에 물류비, 인건비가 크게 뛰었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여파와 인도네시아가 팜유 수출 제한 조치로 식용유 대란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치킨값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교촌과 bhc가 치킨 가격을 1000원~ 2000원 올렸고 지난 5월에는 BBQ가 전 품목의 가격을 2000원 인상했다. 굽네치킨도 7월 부분육 메뉴 가격을 1000원씩 올렸다. 국내 치킨업계 주요 3사의 가격 상승률은 약 11% 정도다. 

치킨의 특성상 대부분 배달을 해서 먹으니 여기에 3000원에서 4000원가량 배달비가 별도로 붙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킨 한 마리를 먹는데 2만원대 중반 정도가 든다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치킨이 아니더라도 모든 외식 메뉴의 가격이 올랐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6% 상승을 기록한 가운데 서민들이 즐겨 찾는 김밥(9.7%), 짜장면(9.1%), 라면(9.1%), 피자(9.1%), 치킨(9.0%), 떡볶이(8.3%), 냉면(8.2%)의 가격이 일제히 올랐다. 하지만 치킨은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상승률을 자랑한다. 한 달 평균 최소 두 번은 먹는 치킨이기에 치킨 가격이 오를수록 소비자의 불만도 커진다. 

소비자의 부담은 커지는데 교촌치킨의 2020년 매출은 지난해 보다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시기 치킨업계의 매출은 대부분의 외식업계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때문에 이익은 나더라도 별도로 발생하는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모두 전가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한 프랜차이즈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해바라기유 가격을 60%가량 올리면서 본사에서만 튀김유를 구매하도록 강매한 사건도 이런 의심을 키운다. 분기별 새로운 광고를 선보이는 일도 여전하다.  

한편 치킨값이 유독 많이 오른 것을 두고 한 경제 평론가는 “가격을 올려 수요에 영향을 받는 경우 가격을 건드리기는 쉽지 않지만 치킨의 경우 가격을 올려도 먹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큰 영향이 없어 가격이 오른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이진우, 치킨값이 제일 많이 오른 ‘진짜’ 이유, 이진우의 익스플레인 나우 2022년 6월 13일 자) 

원재료 가격이 오르거나 배달료, 인건비가 상승하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명분이 생기고 일부 공급자가 가격을 먼저 올리고, 점차 동조하는 공급자가 늘면 ‘묵시적 담합’이 일어나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치킨 가격이 오른 게 오롯이 배달료와 인건비 상승 때문만은 아닐 수 있단 말이다. 

여기에 연일 치킨 가격이 올랐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소비자가 치킨값이나 배달료 상승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 이것이 또 하나의 인상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업계 1위 교촌의 가격 인상은 업계 2~3위인 bhc, BBQ 등에도 영향을 준다. 과거 2018년 교촌이 가장 먼저 치킨 배달료를 받기 시작한 이후 다른 치킨업계가 줄줄이 배달료를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떠올리면 충분히 예상되는 시나리오이기도 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별도의 배달료가 부담스럽다며 불매 운동까지 거론하곤 했지만 이후 다른 치킨 프랜차이즈가 일제히 배달료를 부과하면서 치킨을 먹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별다른 선택지가 없어졌고, 몇 년이 지난 지금 소비자들은 배달료를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어쩌면 치킨 2만 5000원 시대를 앞당긴 것도, 그리고 머잖아 치킨 3만원 시대를 불러오는 것도 치킨 업계를 끌고 나가는 대규모 프랜차이즈의 가격 정책 때문은 아닐지. 소비자의 의구심은 커져간다. 

박지연 기자 yeon7201@gma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