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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난 채식하러 편의점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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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난 채식하러 편의점에 간다
  • 성해영 인턴기자
  • 승인 2022.05.18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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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여서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말은 이제 옛말이 될 듯싶다. 이제는 집 근처 편의점에서 간편하고도 맛있는 채식을 즐길 수 있다. 


냄새로는 구분 못하는 대체육
30대 직장인 A씨는 퇴근길에 자주 집 근처 편의점에 들른다. 신선식품 진열대에는 일반 상품과 함께 채식 상품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다. A씨가 오늘 선택한 메뉴는 ‘고구마함박스테이크’ 도시락.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들어진 상품이다.

어떤 맛일까. 육안으로는 큰 차이가 없다. 대체육으로 만든 이 함박스테이크의 냄새는 진짜 고기로 만든 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식감은 좀 다르다. 질감은 더 부드럽지만 고기 특유의 쫄깃함이나 고소함은 덜하다. 하지만 고기를 먹고 난 후 위에서 느낄 부담을 덜 수 있으니 괜찮다. 대체육이란 것을 모르고 먹었다면 일반 함박스테이크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놀라지마시라 이 상품은 작년 8월 출시한 이후 80만 개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다. 

시리즈로 출시되는 채식상품
식품 트렌드의 변화를 가장 빠르게 접할 수 있는 편의점에서 비건 관련 식품이 늘고 있다.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햄버거, 파스타 등 종류도 다양하다. 건강과 환경 등을 중시 여기는 MZ 세대 사이에서 가치소비가 중시되면서 소비 패턴이 변하고 있고, 기업이 이러한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이마트 24에서 내놓은 채식 관련 상품.
이마트24에서 내놓은 채식 관련 상품. 사진=이마트24

CU, GS25,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들이 다양한 상품을 이미 출시했으며 앞으로 다양하고 질 높은 제품을 개발하는 데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CU는 업계 최초로 2019년 말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를 론칭하여 삼각김밥, 도시락, 샌드위치, 햄버거 등 약 30가지 상품들을 출시해왔다. 편의점에서 가장 높은 판매율을 보인 채식주의 간편식 시리즈는 작년 11월 출시한 참치마요 김밥이다. 

참치마요 김밥은 100% 식물성 원재료만 사용한 상품으로 CU가 업계에서 처음 선보인 식물성 참치를 활용했다. 다음으로 많이 판매된 상품은 참치마요 삼각김밥으로 역시 식물성 참치를 토핑한 상품이다. 

CU는 지난 3월 28일 채식주의 간편식 누적 판매량이 500만 개를 넘었다고 밝혔다. 간편식을 출시한 지 약 3년 만이다. CU는 상품에 대한 고객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관련 제품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와 소스가 100% 식물성인지, 동물성 유래가 없는지 살핀다고 한다. 

GS25는 지난 2월에 농심그룹 태경농산과 비건 상품 관련 업무협약을 진행했다. 채식 전문 MD(상품 기획자) 육성에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비건 상품을 작년 20여 종에서 올해 30여 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달에는 대체육을 활용한 함박스테이크, 버거, 삼각김밥, 교자, 파스타, 김밥의 채식 간편식 6종을 출시했는데 출시된 6종 모두 100% 식물성 대체육을 사용했다. 

특히 대체육을 활용한 ‘고구마함박스테이크’, ‘피자품은 수제교자’, ‘스테이크버거’ 등은 출시 첫 주인 2월 마지막 주에 비해 최근 매출이 무려 80% 이상 성장해 소비자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2019년에 콩불고기버거, 버섯콩불고기김밥 등을 선보였다. 작년 8월에는 그레인 버거와 김밥 등을 출시했고 작년 12월 말에는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브라잇벨리’와 협업해 자체 채식 전문 브랜드 ‘그레인그레잇’을 론칭, 삼각김밥과 라구 파스타, 만두 그라탕 3종을 선보였다. 세븐일레븐에서 비건 관련 상품을 찾는 고객 수요는 지난달 27일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가량 상승했다. 

미니스톱도 올해 초 식물성 대체육으로 만든 비건 삼각김밥을 출시했다.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언리미트’가 개발한 식물성 풀드바비큐 대체육을 메인 재료로 사용했다. 일명 고기없는 삼각김밥으로 불린다. 다른 편의점 업계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비건 상품 출시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마트24는 3월 중순부터 식물성 참치를 활용한 주먹밥, 김밥, 샌드위치 등 식물성 식재료 위주로 만든 ‘플랜트 튜나’ 상품을 판매했다. 해당 상품들은 예상보다 큰 판매율을 보이며 해당 상품군에서 각각 주먹밥과 김밥은 베스트10, 샌드위치는 베스트5 안에 들었다.

편의점 채식열풍에서 드러나듯 채식시장은 엄청난 호황을 맞았다. 특히 대체육 시장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가파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3월 내놓은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비건식품’ 보고서를 보면 2020년 국내 식물성 대체육 시장은 2016년 대비 23.7% 커졌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5.6%의 성장률을 기록한 점도 눈에 띈다.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은 높다. 해당 보고서는 국내 대체육 시장이 2025년에는 2260만 달러(271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건식품의 오프라인 구입률이 높고, 특히 젊은 층에서는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구입하는 비율이 높다는 점도 편의점이 비건 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이유다. 비건식품을 구입해 본 경험자의 오프라인 구매 경험은 대형마트 구입이 41%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유기농/친환경 전문점과 창고형 매장 순으로 각각 21.5%와 21%를 기록했다. 편의점은 16.2%로 그 다음 순이었다.(위 그래프)  

오늘날 채식은 그 스펙트럼을 신체적 건강까지 넓혔고 먹는 행위에서 나아가 의식주 전반의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하는 데로 범위를 확장했다. 기후 위기나 식량 문제 등 인류 공동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고 지구가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채식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가치관과 삶의 태도가 변함에 따라 일상으로 더 가까이 파고든 채식 열풍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성해영 인턴기자 ldwsca@hanmail.net

꾸준히 늘어나는 채식 인구 
한국채식비건협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작년 말 기준 250만 명으로 집계됐다. 대한민국 인구의 5% 정도는 어떤 이유로든 채식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는 2008년 15만 명에서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는 간헐적 채식주의자(플렉시테리언) 증가도 한 몫했다. 플렉시테리언이란 엄격한 수준의 채식을 실천하지 않고 채식주의자 중 가장 낮은 단계의 식습관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말로, ‘유연한’을 뜻하는 ‘플렉시블(Flexible)’과 ‘베지테리언(Vegetarian)’의 합성어다. 이러한 채식 인구의 증가와 함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의하면 2021년 ‘엄격한 채식주의’ 인증을 받은 신규 비건 식품이 2019년에 비해 무려 151% 늘어나 286개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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