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5 11:09 (월)
[라이프&] ‘폰지 사기’ 남의 일이 아닙니다!
상태바
[라이프&] ‘폰지 사기’ 남의 일이 아닙니다!
  • 손은경 객원기자
  • 승인 2021.10.14 14: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머지포인트 사태, 사기일까 아닐까 

지난 8월 11일 수백 명의 사람들이 환불을 외치며 한 회사 앞으로 몰려들었다. 머지포인트 사태의 시작이었다. 한 달 넘도록 온오프라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머지포인트 여파가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머지포인트 사태를 두고 폰지 사기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돌려막는’ 금융 사기를 뜻하는 폰지. 만약 머지포인트가 폰지와 같은 구조라면 파산은 시간문제다.
------------------------------------------------------------------------------------------------------------------------------------

머지포인트가 뭐야?

‘머지포인트’. 3년간 100만명이 사용한 서비스라고 하지만, 이번 머지포인트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면 대부분의 국민이 몰랐을 이름이다. ‘썸트렌드’를 통한 빅데이터 언급량 분석 결과, 지난 1년간(20.9.24~21.9.23) 머지포인트 언급량은 8만 7770건. 올해 급성장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동기간 언급량이 62만 115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서비스의 인지도가 어디쯤에 와 있는지 짐작해볼 수 있다. 

‘머지포인트’ 빅데이터 분석 결과 긍부정어 상위 리스트 워드맵
(분석: 썸트렌드, 분석 기간: 20.9.24~21.9.23)

언급량 중 77%인 6만 7660건은 지난달 8월에 발생했는데 머지포인트 관련 긍·부정 단어를 분석해 보면 손해, 못되다, 피해, 범죄 등 주로 부정적인 단어와 연관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머지포인트는 2018년에 출시된 모바일 결제 서비스다. 포인트를 구매하면 전국 약 6만개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었다.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 사용자는 100만명으로, 월 거래금액만 400억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100만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온오프라인에서 상품을 구매하기 전, 굳이 이 포인트를 먼저 구매해서 결제하는 귀찮은 행위를 해왔던 이유는 뭘까. 당연히 행위에 대한 리워드가 컸기 때문이다. 8만원어치를 사면 10만원어치 포인트를 쓸 수 있는, 무려 20%에 달하는 할인율이 주어졌다. 시중 은행 예·적금 금리가 여전히 1%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혹하지 않을 사람이 없을 엄청난 수익률이다.  

왜 망한 거야?

문제의 8월 11일, 운영사인 머지플러스가 회원들에게 “법적 문제가 없는 형태로 서비스를 축소해 운영하겠다”고 통보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머지플러스는 편의점과 대형마트 결제를 일방적으로 중단했다. 이후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모두 가맹을 해지하는 사태가 벌어졌고 사용처가 급감하자 서비스 이용자들의 환불 문의가 쇄도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에서 ‘전자금융업’ 등록 없이 영업 중인 운영사에 대해 실태 파악에 나선 직후의 일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현 시점에서 머지포인트 운영사 머지플러스는 망하지 않았다. 지난 13일자 조선비즈 보도에 따르면 일부 음식점들은 머지포인트 결제를 다시 시작했다. 운영사에서 점주들에게 일부 정산과 함께 정상화를 약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은 여전하다. 지난달 4일 MBC <실화탐사대>가 오너 일가의 횡령 의혹을 보도했고, 경찰도 수사에 착수했다. 17일에는 피해자 150여명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가 하면, 머지플러스 대표는 이달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출석해야 한다. ‘폰지 사기’로 의심되기 때문이다.

폰지 사기는 또 뭐야?

폰지 사기(Ponzi Scheme)는 흔한 말로 ‘다단계 사기’를 말한다. 1920년 미국에서 찰스 폰지(Charles Ponzi)가 벌인 사기 행각에서 유래해서 지금까지 사용되는 용어로,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돈을 ‘돌려막는’ 금융 사기다. 실제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을 진행하지 않고 자금만 돌려막다 보니 파산은 시간문제다. 신규 투자자(구매자)가 줄어들거나 기존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려고 할 때 돈이 부족하면 파산하는 것이다. 

1960년 미국에서는 70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의 폰지 사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유령회사가 20년간 투자자들의 돈을 돌려막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지난해 국내에서도 폰지 사기 방식으로 펀드 돌려막기를 일삼다 4000억원 규모의 피해를 양산한 옵티머스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내가 안 당하려면?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고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경제적 불안감에 시달리는 요즘, 누구나 범죄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실제로도 SNS를 통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한다며 소규모 금융 사기에 가담할 것을 ‘유혹’하는 메시지를 받아본 경험이 누구나 한번쯤은 있다. 

폰지 사기를 막기 위해 국가적으로 강력한 처벌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소비자 역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상품에 가입하거나 투자를 할 때 더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투자를 할 때는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고 여기에 본인이 직접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발굴한 정보를 기반으로 결정할 것을 권한다. 높은 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종용하거나,본인의 입출금 내역을 공유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게 누구든 믿고 거르는 것은 기본이다.

                                                                                                      손은경 객원기자 twelvenose@gamil.co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