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물류] 택배 때문에 도시로 가고 싶은 소비자들  “소비자는 도시에만 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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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물류] 택배 때문에 도시로 가고 싶은 소비자들  “소비자는 도시에만 사나요?”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1.09.13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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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도서지역 특수배송비 부담
산간 지역은 가구 등 주문 안 돼

서울에 거주하는 소비자가 건강관리를 위해 실내 자전거를 산다면 배송비는 얼마가 들까.

꽤 무거운 제품이지만 만원이면 족하다. 혹은 별도의 배송비가 붙지 않을 수도 있다.

 동일한 제품을 제주도에서 구매한다면 배송비는 얼마나 들까. 배송료만 3만원이 든다.

대부분의 오픈마켓과 홈쇼핑, 소셜커머스 등이 제주도를 비롯한 도서지역에 별도의 특수배송비를 부과한다.

항공이나 배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비용이 더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특수배송비가 어떻게 책정됐는지 알지 못한 채 달라는 만큼 지불해야 한다.

가전제품 34.5배, 의류·생활용품 7.6배, 식품·의약품 8.2배 

이 수치는 제주지역 배송비가 내륙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를 보여주는 숫자다. 지난해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녹색소비자연대가 발표한 ‘도서지역 특수배송비 부담 실태조사’ 보고서(12월)에 따르면 제주지역 배송비는 육지에 비해 평균 6.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제주가 아닌 다른 도서지역으로 확대하면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제주를 비롯한 도서 산간 지역에는 기본 택배비 외에 특수배송비가 붙는다. 기본 배송료가 2500원이고, 특수배송비가 5000원이라면 소비자는 총 7500원의 배송비를 부담해야 한다. 거리가 멀고 항공이나 배를 이용해야 하는 만큼 배송비가 늘어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맞다. 하지만 그 가격이 과연 적절한가 혹은 적당한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의심을 하게 된 배경에는 업체마다 다른 배송비에 있다. 유사한 종류의 제품을 동일 구간으로 배송했을 때, 판매자에 따라 추가 배송비에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오픈마켓에서 게임기를 주문한다고 하자. A 업체는 2500원, B 업체는 4000원, C 업체는 10000원 등으로 각기 다른 특수배송비를 받는다. 적은 곳과 많은 곳을 비교하면 4배 차이다. 특수배송비 산정이 결코 단일한 기준이 아님을 보여주는 예다. 

또 동일한 업체에서 판매하는, 동일 품목군의 제품이라도 제품 종류에 따라 특수배송비에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퍼즐(A), 음악CD(B), 마카(C)를 각각 주문한다고 하자. 제품별로 특수배송비는 3000원(A), 5500원(B), 8000원(C)이 붙는다. 무게 차가 크지 않음에도 특수배송비는 2500원 차이가 난다. 

경우에 따라선 기본 배송비보다 특수배송비가 비싼 경우도 생긴다. 판매가가 낮거나 수량이 적을 때는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도 벌어진다. 이런 이유로 아예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지 않는다거나 가까운 곳에서 사는 게 낫다는 소비자도 있다. 

그나마 특수배송비를 내더라도 택배를 이용할 수 있는 경우는 나은 편에 속한다. 가구나 침구류 등 일부 제품은 배송이 아예 되지 않거나 별도의 물류 업체를 이용해야 한다.

만약 전문 배송 업체를 이용해 가구를 산다면 비용은 얼마가 들까. 가구마다 다르지만 3-4인용 소파를 기준으로 했을 때, 소비자가 해당 기업의 물류센터가 있는 경기권으로 제품을 주문한 후 제품을 제주도로 이동, 차에 실어주는 것까지 대략 12~16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   

원하는 장소까지 직접 배송을 원한다면 추가로 2만 2000원~4만 4000원을 더 내야 한다. 이마저도 제주 시내일 경우에 해당한다. 조천과 애월, 서귀포로 배송받으려면 요금은 더 오른다. 결국 제주도 소비자가 인터넷으로 가구를 사려면 적게는 몇 만원에서 많게는 20만원 정도의 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것이다.   

비단 제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위 실태조사 보고서의 조사 대상 중 제주도를 제외한 9개 지역(덕적도, 연평도, 울릉도, 욕지도, 한산도, 흑산도, 청산도, 선유도, 석모도)의 총 배송비용은 일부(석모도)를 제외하고 육지보다 평균 7.5배나 높았다.  

물론 택배사마다 특수배송비를 산정하는 저마다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택배사가 총 물량만 공개하고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소비자로서는 배송비가 적정한지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 자체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도서지역 특수배송비 실태조사’를 진행하는 신영미 제주특별자치도 일자리경제통상국 통상물류과 주무관은 “도서지역민이 특수배송비를 예상보다 더 많이 내고 있다”고 하면서 “거리와 운송 형태상 도서지역에 특수배송비가 붙을 수밖에 없다고 해도 과연 그 적정선이 얼마인가를 산출하기 위해선 데이터가 확보돼야 하는데 택배사들이 정보를 잘 공개하지 않아 데이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는 제주의 특수배송비가 점차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는 배송료를 낮추기 위해 매년 실태조사를 이어가는 한편 ‘공동배송’ 도입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송이 안 된다고요?” 오늘날 물류는 ‘기본권’

제주도를 비롯한 도서지역 주민들이 과한 추가배송비로 불편함을 겪고 있다면 강원도를 비롯한 산간 지역 주민들은 특정 제품을 주문하지 못해 불편함을 겪는다.      

화천주민 온라인 커뮤니티 ‘마미핸즈’에는 지방에 살면서 느끼는 어려움을 나눈 글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서울에서 살다 화천으로 와서 전입신고를 했다는 한 지역민은 들뜬 마음으로 화천라이프를 시작하려는데 걸림돌이 있다고 토로했다. 가구부터 전자제품, 자동차 타이어까지 해당 지역의 물가가 원래 이렇게 비싼 건지 자신이 흥정을 잘못한 건지 알 순 없지만 예산이 초과됐다며 속상하다는 얘기였다. 

해당 글을 본 지역민은 자신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면 가구류는 배송 불가이거나 배송되더라도 별도의 배송비가 붙고, 그마저도 마음에 드는 것을 살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혼살림이 취소돼 일부는 배송받고, 일부는 배송받지 못했다는 웃지 못할 댓글도 달렸다. 인터넷으로 가구를 주문했지만 업체로부터 배송 불가 지역이라며 환불해 준다는 연락을 받고 황당했다는 사연도 올라왔다. 

지역소비자 입장에서 특히 주문이 어려운 제품이 가구다. 대형 브랜드의 경우 전국 배송이 가능하지만 중소 브랜드의 경우 중간 대리점이 없으면 유통과정 중 배송비가 많이 나온다는 이유로 배송을 하지 않는 지역이 많다. 경우에 따라선 추가 금액을 지불해도 배송이 되지 않는다.

누적 다운로드 2000만을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한 인테리어 앱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100% 무료배송, 무료설치, 사다리차, 계단 이동비까지 무료인 제품도 일부 도서와 산간지역 소비자에게는 먼 나라 얘기다.  

얼마 전 회사원 김 씨(여, 27세)가 겪은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서울에서 근무하는 김 씨는 강화도 사무실로 소파를 주문하려다 황당한 일을 겪었다. 결제 후 배송을 기다렸지만 업체로부터 강화군은 배송 불가 지역으로 배송이 안 된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주문할 때 관련 고지내용을 미처 보지 못한 터라 김 씨는 업체와의 전화 통화에서 추가 배송료를 내겠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무엇보다 이해하기 어려운 건 배송 불가 이유였다. 강화도는 주문이 적어 배송 코스가 없고, 추후 A/S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 아예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조연행 한국소비자단체연합 부회장은 “돈이 안 되는 지역 소비자들을 배송 불가 지역으로 묶어 차별하는 것은 명백한 지역 차별”이라며 “지역 소비자의 권익을 훼손시키는 불공정 행위”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약 160조원. 2018년 113조원대였던 거래액은 2년 새 5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온라인 시장이 이토록 빠른 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새벽배송, 로켓배송, 당일배송 등 물류를 앞세운 편리함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최근엔 주문하면 1~2시간 내에 배송되는 ‘즉시배송’까지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 편에서 물류의 혁신을 외치는 사이 여전히 일부 지역 소비자들은 물류시스템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고 있다. 

제주에서 화물차 유휴공간을 활용, 배송 불가 상품을 제주로 배송해 도민의 불편을 해소하고 있는 이현경 제주박스 대표는 지난 2019년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물류를 ‘기본권’이라 표현했다. 적합한 표현이다. 오늘날 물류는 기본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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