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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갈팡질팡’ 비트코인 정책... 가상자산 대하는 정부의 ‘애매한’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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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갈팡질팡’ 비트코인 정책... 가상자산 대하는 정부의 ‘애매한’ 태도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1.09.02 1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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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은 아닌데 과세는 부과
사업자 검증에는 흡사 뒷 짐 지고 빠진 형국
일부 정치권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여론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암호화폐·코인) 과세가 몇 달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그간 꾸준히 지적돼 온 가상자산의 불명확한 성격과 제도의 미흡으로 업계와 투자자들의 혼란이 점차 가중되고 있다. 심지어 해당 업계에서는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개정안 시행 영향으로 가상자산 사업자(거래소)들의 줄폐업 현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관련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그 책임을 금융권에 전가하고 한 발 뺀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모양새다. 

 

정부 “비트코인? 자산 NO, 과세 YES”

우리 정부는 가상자산을 화폐·금융자산으로 인정하지 않는 눈치다.

정부 부처, 지자체 등에서 홍보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자 필독’ 카드뉴스에는 “가상자산은 화폐가 아니고 내재가치가 없다는 게 주요 국제지구 및 중앙은행의 입장”이라고 적혀 있다. 이 카드뉴스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제작됐다. 즉, 해외 사례를 인용해 가상자산의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 

최근에는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지난달 25일 인사청문회 앞선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서면 답변에서 가상자산을 자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간적접으로 드러냈다.

앞서 전임 은성수 위원장은 올해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가상자산은)인정할 수 없는 화폐고 가상자산이기에 (제도권에)안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이는 위원장 개인 의견을 넘어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속내를 대변했다는 시각도 있었다.

그럼에도 가상자산은 과세 대상이 됐다. 특금법 개정안이 올해 3월 부로 시행된 데 따른 것.

개정안 시행 다음 달,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소득이)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면서 “가상자산을 거래하면서 자산, 소득이 발생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 형평상 과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과세 내용을 보면, 연간 손익을 통산해 연 250만원(기본공제액)을 초과하는 가상자산 소득에 대해 기타소득세 20%, 지방세 2% 합산한 총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첫 납부 시기는 오는 2023년 5월이다. 

일각에서는 가상자산 소득과 경제적 성격이 유사한 주식투자 소득과의 형평성 문제로 설왕설래했다. 논쟁의 포인트는 기본공제액. 2023년부터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될 경우 국내 주식·펀드에 투자하면 수익의 5000만원까지 기본공제(비과세)되는데, 이는 가상자산 소득의 기본공제액(250만원)보다 20배나 높은 것이기 때문이다. 또 주식은 결손금 이월공제도 된다. 

한편 경제적 성격을 고려해 가상자산을 ‘신종 금융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전문가 주장도 나왔다.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지난달 20일 온라인 ‘2021 하계학술대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또 “(가상자산 차익을)기타소득이 아닌 금융투자소득으로 본다면 과세방법도 주식과 같은 정도의 금액을 공제해 주고 이월결손금이 반영되는 합리적인 방법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 검증’은 은행에…‘줄폐업’ 우려 

“줄폐업 이어질 수도…”

특금법 개정안에 따라 가상자산 사업자(거래소)는 9월 24일까지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완료해야 합법적인 영업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하지만 난항이 예상된다. FIU 신고 요건 중 하나인 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 계좌’(실명계좌) 확인서 발급이 큰 암초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은 그동안 6개월마다 가상자산 사업자와 계약을 갱신하면서 실명계좌를 발급해왔다. 하지만 특금법에 따른 신고 시에는 이와 별개로 사업자에 확인서도 발급해줘야 한다. 문제는 이 확인서가 일종의 보증서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자의 안정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떠맡은 셈이다. 이들 은행의 실명계좌 제공에 미온적 혹은 보수적인 태도는 이 대목에 있다. 

은행 측의 ‘트래블룰’(Travel rule) 시스템 구축 요구도 실명계좌 발급의 큰 허들이다. 트래블룰이란 자금세탁을 막고 추적하기 위한 표준화된 규칙을 말한다. 현행 상 가상자산 사업자는 내년 3월말까지 트래블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하지만 은행 측이 당장 특금법이 시행되는 9월 24일까지 이 시스템을 구축을 거래소 측에 실명계좌 발급 요건으로 요구하고 있어서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이에 가상자산 업계에선 ‘거래소 줄폐업의 현실화’ 분위기까지 감돌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7일 가상자산 거래소 25개사 현장 컨설팅 결과, “컨설팅 시점에서 신고 수리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또 “컨설팅을 진행한 25개 거래소 중 19개사는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등 일부 신고요건은 충족하고 있지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은 4개사에서만 운영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관련해 세금 징수 유예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1 국정감사 이슈’를 통해 내년도 가상자산 과세제도 시행 여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고 제언하기도. 하지만 반대쪽에선 신고에 앞선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준비기간은 충분했다는 의견도 많다. 지난해 특금법 개정 이후 신고기한까지 18개월, 금융정보분석원의 2018년 1월 행정지도를 기준으로 하면 3년 8개월의 준비 기간이 있었다는 것. 

 

정부의 '모호한' 태도 문제 지적... 정치권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여론  

일각에서는 이 같은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상자산 시장 및 업계를 대하는 정부의 다소 모호한 태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상자산을 관리하기 위해선 규제가 필요하지만, 그간 문제로 지적됐던 투자자 보호 대책, 가상자산 거래(등록·폐지 등)의 투명성 확보 등 숙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가상자산을 제도권으로 편입시켜 관리하자는 등의 여론이 형성 중이다. 

지난달 말 기준, 가상자산 시장 글로벌 정세는 중국발 (가상자산)채굴장 금지 등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가상자산 거래의 전문화 및 기관화 현상 등 흐름을 타 ‘불장’ 시그널이 감지되는 등 전반적으로 오름세에 있다. 이와 비교해 조금은 척박한 환경이 된 한국의 가상자산 시장 추세는 어떻게 변할까. 소위 ‘떡상’을 기대중인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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