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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사람이 먼저다, 돈 있는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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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사람이 먼저다, 돈 있는 사람이 먼저다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30 1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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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사람이 먼저다.

과거 대선 재수생이었던 문재인 후보는 선거 홍보를 위해 ‘사람이 먼저다’라는 문구를 활용했다. 당시 이 문구는 세월호, 국정농단 등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며 국민이 느꼈을 무력감을 달래기에 훌륭한 문구였다. 그가 외치던 문구에 어느 날부턴가 생략된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이 먼저다. ‘(돈 있는) 사람이 먼저다.’ 

부동산은 투기를 목적으로 뛰어든 세력이 개입해서 생긴 문제가 있기에 그렇다고 치자. 금융산업과 관련된 부분에서 말하자면 낙제다. 하지만 낙제했다고 다시 기회를 주기도 무섭다. 현재의 가치관으로는 더 망가트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우리는 코로나19에 맞서 선제적 대응을 펼쳐 K-방역의 신화를 만들어냈다. 그로 인한 자신감이었을까. 금융을 대응하는 자세는 너무 과하다. 바이러스는 차단해야 하지만 금융은 차단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적응해야 할 대상인데 말이다.  

DLF사태와 사모펀드는 금융이 성장하고 확대되기 위한 몸살이었다. 문제를 일으킨 판매사와 운용사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반대로 움직였다. 문제를 일으킨 판매사와 운용사에 대한 징계는 미미했다. 언론의 패대기가 끝나고 잠잠해진 뒤에 발표된 수습안은 가입한 사람에 대한 처벌과도 같았다. 가입자의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입금액을 낮춰 다양한 분야의 상품에 분산투자를 유도해 위험도 분산되게 해야 하는데 오히려 1인당 가입금액을 높여 투자시장에 대한 참여를 못하도록 차단해버렸다. 저금리 상황에서 일반 서민이 자산을 증식시킬 수 있는 원천을 막아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민은 점점 벗어날 수 없는 종속관계로 빠져들고 있다. 늘어나는 가계부채가 그 증거다. 물론 주택구입에 따른 대출도 일부 포함되어 있겠지만 부동산 구입이든 자동차 구입이든 소비를 위해 부채(대출) 없이는 불가능한 사회가 돼 가고 있다.  

‘돈 있는 사람이 먼저’란 사실을 확인시켜 준 일은 이것만이 아니다. 2018년 12월 7일 낙수효과는 없다고 천명했으면서도 2021년 6월 2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4대 재벌과 방미성과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오찬자리에서 “우리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늘리니까 그만큼 한국에 대한 투자는 줄어들거나 우리 일자리 기회가 더 없어지는 것 아니냐,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던데 우리 대기업이 앞장서 나가게 되면 중소‧중견 협력업체들도 해외에서 동반해서 진출하게 되고 또 거기에 우리 부품 소재 장비 이런 게 크게 수출되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일자리가 창출되고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거든요”라며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를 의심하게 하는 충격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서 각 지자체가 대학과 기업을 유치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모이고 소비 활동이 증가하는 재원(財源)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국에서 삼성의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이유는 생산유발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용유발 효과다. 임금이 발생해 지역 내의 소비 활동이 왕성해지고 그로 인한 재화의 생산이 증가하면서 해당 지역의 경제가 선순환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담당했던 싱크탱크들도 이런 사실을 알았기에 ‘소득주도형 성장’을 문재인 정부의 핵심정책으로 삼았다. 상춘재 발언을 비롯해 대통령의 발언들을 되새길수록 경제정책에 대한 대통령의 의식과 의지가 ‘대다수 국민을 위한 것일까?’라는 의심을 만들어낸다. 

돈 없는 사람보다는 ‘(돈 있는) 사람이 먼저다’에 화룡점정은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다. 이재용 부회장의 복역률을 약 61%다. 복역률을 70%가 아닌 60%로 정한 것은 우연일까? 가석방의 기준을 70%로 했다면 11월이나 성탄절쯤 가능했다. 앞으로 모든 재벌은 복잡한 법적 다툼으로 무죄의 명예를 얻기보다 빨리 죄를 인정하고 복역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복역 중에 아파서 병원에 잠시 입원하고 형량의 70%가 아닌 60%가 갓 넘은 시점에 가석방을 신청해서 사회에 복귀할 거라고 추측해 본다. 문재인 정부의 창의적인 발상 덕분이다. 우리 국민도 덕분에 조금씩 깨달아간다. 세상은 ‘(돈 있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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