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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오너의 귀환... 사라진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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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오너의 귀환... 사라진 기회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13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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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2017년 2월 17일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오랜 세월 성역으로 여겨졌던 재벌가 대표 삼성가의 이재용 부회장(이하 이재용) 구속이었다. 삼성그룹은 이병철 회장의 ‘사카린 밀수 사건’부터 이건희 회장의 ‘삼성 X파일 사건’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너의 구속을 막아왔다. 희생양은 아들부터 시작해 그들을 따르던 여러 가신의 구속으로 이어졌다. 

2016년 10월 24일 시작된 국정 농단 사건 의혹의 불씨가 삼성그룹으로 번지며 오너가 맏아들 이재용 구속으로 이어졌다. 개별 사건으로 치부되던 과거의 사건들과는 달리 정치권력의 최고 자리인 대통령과 돈과 이권을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지자 국민은 분노했다. 

사기업의 이익을 위해 공적 금융기관인 국민연금을 동원한 사실이다. 국민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연금 재원의 손실 발생을 알면서도 특정 오너가에  유리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당시 대통령은 지시했다. 오너가는 이익에 대한 보상 차원에서 금전적인 이득을 제공한다.

얼마 뒤 3월 10일 대통령도 파면되고 이어진 수사로 인해 3월 31일 13가지의 혐의로 구속된다. 국정 농단과 탄핵정국으로 국민의 공분을 잠재울 수 없었다. 이에 관련된 삼성은 돈을 매개로 부정청탁과 비리를 저지른 일개 사기업이었고 이미지 손상은 불가피했다. 

병실에 누워있는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일선에 섰던 이재용은 삼성의 의사를 결정짓는 최고 자리에 있었고 대통령과 있었던 모든 거래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수혜자였다. 그의 구속에 언론은 삼성의 경영위기를 집중 보도했다. 이재용 부회장 구속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그가 풀려나게 하려는 여론을 형성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오너 한 사람이 좌지우지 하는 기업이 아니다. 오너 없다고 무너질 동네 가게도 아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삼성의 위기론’을  제기했지만 실적은 나빠지기는커녕 더 좋아졌다. 2017년 삼성전자 매출은 239조 6천억 원으로 사상 최고 매출액을 경신했고 영업이익도 53조 6천억 원을 기록해 삼성에 위기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성장도 뛰어났다. 매출에서 영업이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영업이익률도 22.4%를 기록했다. 오너의 부재에도 삼성은 잘 돌아갔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풀려난 이재용은 2018년 2월 집행유예로 풀려나며 경영 일선에 복귀했지만 2021년 1월 다시 법정 구속됐다.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언론에서 삼성의 위기를 언급했다. 삼성이 진행하는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의 주요 의사결정에 차질이 발생할 거라는 의견을 담은 기사와 칼럼, 논평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삼성은 이재용의 첫 구속 이후 총수 중심에서 계열사별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을 맡기는 체제로 개선했다.

풀어주고 싶은데 국민적인 비난을 의식해서일까? 청와대가 직접 나서지 않았지만 침묵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침묵도 정치행위기에 책임이 있다. 2021년 2월 1일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한 박범계는 취임 직후부터 가석방의 심사 기준 완화를 추진했다고 한다. 그가 임기를 시작할 무렵 이재용은 이미 구속 상태였다. 완화된 심사 기준에서 가석방 심사 대상자 형기 복역률을 80% 이상에서 60% 이상으로 낮췄다. 1차와 2차를 합쳐 560일의 형기를 복역한 이재용은 형기복역률 61%로 완화된 기준을 겨우 넘기며 꿈에 그리던 집밥을 먹게 됐다. 

삼성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체질을 개선하며 한 발씩 진화해왔다. 지금의 ‘글로벌 기업’ 삼성을 만든 건 분명 총수 이건희다. 하지만 삼성家의 가풍이 변했다. 100년 가까이 집안을 먹여살린 절대군주제 방식의 경영 대신 지방분권형 시스템을 택했다. 총수 이건희는 사라지고 전문경영인의 시대가 왔다는 말이다. 이 시점에서 ‘총수 이재용’은 삼성家에겐 구시대의 산물일 수 있다. 이 유물에 목을 메지 않길 바란다. 자칫 혁신하는 삼성가에 독이 될 수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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