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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알려지다 묻혀버린 금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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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알려지다 묻혀버린 금융사고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8.02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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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지급일부터 3년 경과되면 소멸시효 완성
즉시연금 사태 심각성 크지만 언론 대응 아쉬워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2019년을 휩쓸었던 DLF사태를 비롯해 사모펀드와 관련된 금융사건은 금융회사들의 비윤리적인 모습을 사회에 드러낸 사건이다. 운용사와 판매사의 신뢰도는 하락했고 은행과 증권사의 삐뚤어진 영업 실태가 언론을 통해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사모펀드 사태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라임은 4천여명의 피해자와 1조 6천억원~2조원 정도의 피해액, 옵티머스는 1천여명의 피해자와 5천억여 원의 피해액을 기록했다. DLF사태와 사모펀드사태 때 언론은 피해액과 피해자들의 구구절절한 사연까지 알리며 감성터치를 통해 국민들의 동정을 이끌어냈고 사태는 확대됐다.

하지만 최근의 ‘즉시연금 사태’는 DLF사태와 사모펀드사태에 비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고 그 예상은 재판의 판결이 계속될수록 현실화되고 있다. 2018년 약 8천억 원이 미지급추정금액이었지만 명칭대로 보험회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하지 않다보니 액수도 점점 증가해 1조 원에 이른다. 

사태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언론 대응은 이상하리만치 차분하다. 2019년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초단위로 쏟아지던 후속보도는 찾기 어렵다. 계약건수에 비해 분쟁건수가 적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있어 보이지만 가입자가 사태파악을 제대로 못해서일 가능성이 높아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불편부당 정론직필(不偏不黨 正論直筆)의 사명으로 내세우는 언론이 현 상황에 맞춰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함에도 즉시연금보험 보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일 가능성이 높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사모펀드를 판매했던 금융회사들과는 달리 즉시연금보험을 판매했던 민간보험회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굴지의 대기업이다. 혹자는 대기업이 홍보를 위해 집행하는 돈이 광고라는 명목으로 언론을 움직이다보니 눈치를 보느라 관련보도를 적게 내놓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정론을 추구하는 대한민국 언론이 돈에 휘둘리는 천박한 행동을 했을 리 없겠다고 생각하다가도 언론도 회사라는 사실, 언론사주와 기업사주의 얽히고설킨 그들의 관계를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을 포함해 10여개의 크고 작은 보험회사가 판매했던 즉시연금에 대해 언론이 많은 국민에게 알려야 할 이유는 지금 진행되는 소송이 공동소송이기 때문이다. 소수가 소송에서 참여해 나온 결과가 같은 사고나 원인으로 피해를 당한 소비자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집단소송’과는 달리 이번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참여한 사람만 판결의 영향을 받는 게 공동소송이다. 

보험회사는 1심의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로 대법원까지 갈 것이고 최종 판결까지는 대략 2~3년이 소요될 것이다. 법은 보험금 지급일로부터 3년이 경과되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것으로 간주하고 보험금 청구 권리가 사라진다. 결과를 지켜보며 추가소송을 준비 중인 가입자는 이런 내용을 알지 못해 소송기회마저 사라지게 된다.

즉시연금사태도 DLF사태와 사모펀드사태 당시처럼 언론의 보도가 이어져야하고 사회적인 관심이 쏠리도록 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알수록 소송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고 국회가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하는데 영향을 줄 것이다. 보험회사의 지급할 돈은 증가하겠지만 피해를 입은 가입자는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알려지지 않을수록 미지급금액의 액수는 증가하고 지급할 돈이 줄어든 보험회사는 이익이다. 

진실을 알리는 데 소극적으로 임해 소수 가해자(보험회사)의 이익을 대변(代辯)하다 대변(大便)되기보다 적극적인 진실보도를 통해 피해자(금융소비자)를 구제하는데 앞장서고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것이 언론존재의 필요성과 가치에 좀 더 부합되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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