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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제로웨이스트숍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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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제로웨이스트숍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1.08.13 10: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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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인 나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서 더 오래 사용하지도 않았고,

그 제품만을 사용하지도 않았으며, 특별한 장점을 느끼지도 못했다.

다시 말해 호기심에서 소비했고 얼마 못 가 다른 것들과 함께 버렸다.

제로웨이스트가 아닌 플러스웨이스트를 실천했던 셈이다.

제로웨이스트숍은 정말 친환경적일까.

이 질문을 안고 강서구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숍을 찾아가는 길이다. 이른 더위가 찾아온 7월 초. 여름이니 더운 게 당연하지만 이번 해는 작년보다 더 더운 것 같고, 더위도 더 일찍 찾아온 듯하다. 2018년 폭염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말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대한민국 날씨가 동남아처럼 변해간다는 말도 문득 떠오른다. 이게 다 나를 포함해 인간이 저지른 일. 소비자로서 환경을 생각하면 부채감이 앞선다. 환경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지만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조바심이 마음 한 편에 자리한다. 환경을 위한 소비에 제로웨이스트숍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제로웨이스트숍을 찾아가는 발걸음이 빨라진다. 

제로-웨이스트(Zero-Waste)란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운동을 일컫는다. 낭비가 없는 사회를 목표로 재활용과 재사용을 통해 폐기물을 없애고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생산, 유통 시스템 구축에도 힘을 쏟는 일련의 흐름이나 사회 운동을 뜻하는 말이다. 제로웨이스트숍은 제로웨이스트를 표방하며 재활용 및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는 곳이다. 나아가 사용된 자원을 수거해 재활용센터로 보내는 중간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울과 경기, 인천 등에 40여 곳이 있고 전국적으로 70여 개 정도가 운영 중이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친환경 가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제로웨이스트숍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에서 #ZEROWASTE 언급량은 2017년 12월 35만개였지만, 2019년에는 216만 7600건으로 15개월간 6배 이상 증가했다(서울환경연합 발표). 

이른바 제로웨이스트숍’이란 이름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곳은 전국적으로 대략 70여 곳. 강서구에 위치한 ‘허그어웨일’에서는 약 300종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위는 허그어웨일, 아래는 1.5°C 내부 모습이다.

3번 삶아야 쓸 수 있는 소창수건
친환경 소비의 길은 멀고 어렵다

제로웨이스트숍 ‘허그어웨일’에 들어서니 나무와 천으로 만든 수십 종의 제품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약 300 종. 원하는 만큼만 덜어서 살 수 있는 곡물과 파스타를 비롯해 칫솔, 치약, 비누, 수건과 같은 생활용품, 행주와 수세미 같은 주방용품, 가방과 티셔츠 등 의류와 액세서리, 노트와 펜 등 문구류, 미래의 대체 식량 ‘밀웜’까지 품목이 다양했다. 가게 한 쪽에는 샴푸나 바디워시를 리필할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도 마련돼 있다. 제품뿐아니라 브리타 필터와 병뚜껑을 수거하고, 환경관련 도서를 대여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게에 빼곡이 진열된 제품들을 찬찬히 둘러봤다. 마침 촉감이 까끌하니 색이 화려하지 않은 직물 제품이 눈에 띄었다. 견물생심이라 했던가. 게다가 친환경 제품이라니 구매 욕구가 솟구쳤다. 소창행주와 소창수건을 집어들었다. 

소창은 100% 목화로 만든 면으로 형광 표백제와 기타 화학물질이 없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다. 과거 아기 기저귀나 생리대 등으로 사용했던 천이다. 까끌거리는 표면이 물을 잘 흡수할 것처럼 보였는데 사장님 말로는 과탄산수소를 넣고 세 번을 삶아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냥 사용하면 안 되느냐 물으니 물을 흡수하지 않는다고 한다. 세 번을 삶아야 한다는 말에 잠시 망설인다. 친환경 소비자가 되는 일은 쉽지 않구나. 하지만 이번엔 불편함을 참아보기로 하고 값을 치렀다.

생각해보면 제로웨이스트숍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을 때도 어쩌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할 기회가 있기는 했다. 대나무로 만든 칫솔이나 면직물 손수건, 연필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도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순 없었다.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게 과연 환경을 위한 일일까. 소비자인 나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해서 더 오래 사용하지도 않았고, 그 제품만을 사용하지도 않았으며, 특별한 장점을 느끼지도 못했다. 다시 말해 호기심에서 소비했고 얼마 못 가 다른 것들과 함께 버렸다. 제로웨이스트가 아닌 플러스웨이스트를 실천했던 셈이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는 얘기도 이런 의심을 부추겼다. 예를 들어 종이 빨대는 플라스틱 빨대보다 더 빨리 썩겠지만 만드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더 많은 나무를 베어야한다. 어느 쪽이 낫다고 할 순 없지만 종이 빨대를 만들기 위해 들어가야 하는 자원에 대해선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다. 이런 의문을 던지자 허그어웨일을 운영하는 김민수 씨는 친환경 제품을 오래 쓰는게 가장 좋고, 기존 제품이라도 환경을 위해선 오래 쓰는게 좋다고 답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종이컵을 접었을 때 나비 날개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버터플라이컵은 영국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플라스틱 뚜껑과 빨대가 필요없고 사용 후에는 일반 용지로 재활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 가격이 10배 가량 비싸다. 

물건 보단 문화와 소비 방식으로
습관과 일상으로 스며드는 환경 

친환경을 내세우는 가게가 늘어나는 건 한 편으론 반가운 일이지만 지금의 관심이 새로운 소비재에 대한 반짝하는 호기심은 아닐까 궁금하기도 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카페 겸 제로웨이스트숍 ‘1.5°C’를 운영하는 이정연 씨도 제로웨이스트숍의 취지가 좋은 만큼 이것이 하나의 유행으로 그치거나, 인스타그램에만 머무르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어느 날 대기업에서 샴푸 용기를 모두 재활용 용기로 바꾼다면 어떻게 될까요?” 리필스테이션을 보며 그녀가 던진 질문이다. 대기업이 친환경 제품을 모방하거나 판매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인이 운영하는 소규모 점포가 대기업과 제품을 두고 경쟁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물건만 팔아선 제로웨이스트숍의 정체성을 발전시키고 지속하긴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술가들에게 공간을 제공해 재활용품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도, 카페를 겸하는 이유도 그런 맥락이라고 그녀는 설명했다. 환경보호를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에게 문턱을 낮춰 누구든 들락 거리며 환경운동이 하나의 문화이자 습관으로 정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판매보다 중요한 건 하나의 문화를 만들고 재활용을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따지고 보면 제로웨이스트란 운동이 그렇듯 제로웨이스트숍의 정체성도 물건이 아닌 문화와 소비 방식에 있다. 1.5°C에서는 테이크아웃 시 플라스틱 용기 대신 버터플라이 컵을 사용한다. 종이컵을 접었을 때 나비 날개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버터플라이컵은 영국에서 개발된 제품으로 플라스틱 뚜껑과 빨대가 필요없고 사용 후에는 일반 용지로 재활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지만 플라스틱 용기에 비해 가격이 10배 가량 비싸다. 그렇지만 이곳에 오는 손님들은 버터플라이컵 사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얼마 전까지 비용을 받고 팔았던 빨대도 손님들이 찾지 않으면서 자취를 감췄다. 내가 사는 가까운 곳에 플라스틱을 회수하고, 재활용 제품을 파는 곳이 있다는 자체가 변화를 위한 시작일 수 있다. 이런 문화가 생활의 작은 단위인 동네에서 뿌리내린다면 작은 변화는 곧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이용하지 않는 이유 ‘주변에 없어서’
주변에 있다면 이용할 의향 87.3%

그런 면에서 최근 부쩍 늘어난 제로웨이스트숍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몇 가지 해결해야 할 난점도 존재한다. 지난 3월 서울환경연합은 <제로웨이스트숍 인식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20~70세 남녀 1500명에게 제로웨이스트숍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 제로웨이스트숍을 아는 사람은 23.3%, 모르는 사람은 76.7%였다. 인지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제로웨이스트숍을 이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물었다. ‘주변에 없어서’란 대답이 78.6%, 이어 ‘가격이 비싸다’는 의견이 12.7%였다. 만약 집 근처에 제로웨이스트숍이 있다면 이용할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200명 중 174명(87.3%)은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나아가 제로웨이스트숍에 불만족하는 소비자에게 무엇 때문에 불만족하는지 물었다. 71.4%는 ‘물건이 다양하지 않아서’라고 답했으며 이어 ‘가격(57.1%)’과 ‘서비스 불친절(14.3%)’ 순이었다. 조민정 서울환경연합 팀장은 “아직은 시장이 초기 단계이고, 생필품 위주다 보니 제품이 비슷하고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시장이 더 커져야 다양한 제품도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또 제로웨이스트숍이 환경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질문에 대해선 “포장재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이 많은데 제로웨이스트숍이 그 부분에선 분명히 환경에 도움되는 게 있다”며 “매장을 방문하는 경험 자체가 학습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제로웨이스트숍은 우리에게 어떤 역할을 할까. 동작구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숍 ‘지구’는 서울환경연합과의 인터뷰에서 제로웨이스트숍을 이렇게 설명했다. “제로웨이스트숍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해줄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 공간에서 그런 힌트를 얻어가셨으면 좋겠다”고. 허그어웨일은 이렇게 말한다. 필요한 물건이 있을 때 아무 때나 누구나 방문하는 친환경 편의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박지연 기자 yeon7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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