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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급식 공론화되자 많은 병사의 폭로 이어져..."군 장병 처우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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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급식 공론화되자 많은 병사의 폭로 이어져..."군 장병 처우 개선 시급"
  • 이은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28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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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천미트 한 조각에 김 몇 장뿐인 급식, 제보자는 징계 처리
격리 장병 부실 급식 논란, “이것만 먹고 어떻게 나라를 지키나?”
출처 :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출처 :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소비라이프/이은비 소비자기자] 휴가를 다녀온 뒤 코로나19 예방 조치에 따라 격리된 병사들이 부실한 식사를 제공받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일부 부대에서는 해당 논란의 책임을 병사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논란은 지난 18일 51사단 예하 부대 소속이라고 밝힌 한 병사가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를 통해 부실한 식사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해당 병사는 “핸드폰 반납하고 TV도 없고 밥은 이런 식인데 감방이랑 뭐가 다르냐. 휴가 다녀온 게 죄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곳은 식사가 어떻게 나오는지 궁금하다”며 첨부한 사진에는 플라스틱 용기 안에 두 조각뿐인 오이절임과 소량의 닭볶음탕, 김치가 담겨 있었다. 반찬은 밥양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고, 국물을 담는 칸은 비어 있었다.

이틀 뒤인 20일에는 12사단 모 부대 용사라고 밝힌 이가 부대 내의 열악한 식사에 대해 제보했다. “우리 부대는 부식 수령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글쓴이는 “식사할 사람이 120명이 넘는데 햄버거 빵이 60개만 제공돼 취사병들이 하나하나 반으로 갈라서 120개를 만들었다. 빵 수량이 모자라 계란 물에 담가 프렌치토스트를 만들어서 주더라”고 밝혔다. 덧붙여 “탄약고 경계 근무를 마치고 왔더니 반찬이 떨어졌다며 다른 날 메뉴에 사용할 런천미트 한 조각을 받았다”며 부실한 급식 사진을 첨부했다.

해당 제보들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에서 퍼지며 논란이 되자, 일부 부대에서 보안 위반을 문제로 격리 장병의 핸드폰 사용을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논란 확산을 막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부대 내에서 핸드폰 카메라로 급식 사진을 촬영한 것에 대해 부대 내 보안규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자, 해당 페이스북 페이지 관계자는 "카메라로 찍었기에 증명이 된 것"이라며 "논점을 흐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한 개인 정비 시간에는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게 돼 있는데 빼앗았다고 한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후 논란이 발생했던 12사단에서 복무 중이라고 밝힌 병사는 “글을 올린 사람이 누군지 확인돼 대대에서 대책 회의를 했으며, 다음날 모든 인원을 집합해 대대장님이 사실 확인을 시켜줬다”라며, 대대장이 “어차피 대대에서 처리하게 될 텐데 왜 이런 곳에 올려서 피곤하게 만드냐. 감찰 오면 대비는 너희가 해야 하는데 왜 일을 만드냐”라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작년 부로 대대장님이 바뀌며 독서 마라톤 포상 휴가, 급지 휴가 등이 사라졌으며, 강압적이고 차가운 대대 분위기가 형성돼 이전 제보자가 간부들에게 보고하지 않고 해당 페이지에 한풀이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전 제보자는 사이버보안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을 예정이라고도 밝혔다.

잇따른 군 병사들의 폭로에 논란이 확산하자 육군본부 차원에서 ‘장성급 지휘관 주관 격리 및 급식 실태에 대한 일체 점검’이 시작됐다. 육군은 본부 차원에서 부대별 장병 급식 관련 부식 청구 및 수령, 보급 체계를 점검한 후 재정비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27일 국방부에 따르면, 서욱 국방부장관은 전날 ‘코로나19 군 방역태세 강화를 위한 긴급 주요지휘관 회의’를 화상으로 주관해 격리 장병의 열악한 생활 여건 보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군 당국은 기존 급식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격리 장병 대상 선호 메뉴를 10~20g 증량 배식하기로 했다. 또한 식자재 공급 시 식수 인원을 고려해 식재료를 정량청구하고, 저울 등의 분배 도구를 비치해 확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국방부는 증량 배식이라는 대책을 내놨지만, 이에 대해 별도 예산이 증액 편성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장병 1명당 편성된 급식 예산은 8,790원으로 한 끼에 2,930원이다. 서울시 초등학생 급식 단가가 한 끼에 3,768원이고, 중학생 급식 단가가 5,688원인 것과 비교해 볼 때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반찬 일부를 증량한다고 해서 한 끼에 3,000원이 채 되지 않는 단가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군 장병의 부실한 급식에 대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에도 장병 1명에게 편성된 한 끼 급식 단가가 2,051원에 지나지 않아 서울시 중학생 급식비의 63%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일었다. 하지만 9년이 지난 지금도 국군 장병의 급식 단가는 2,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28일 국방부가 국회 국방위원회 이채익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부대 조사 결과 ‘배식 실패’가 7건, ‘부식수령 불량’이 2건에 달했다. 특히 육군 12사단이 4건으로 부실 급식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채익 의원은 “혈기왕성한 20대 청년들이 국방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데 먹는 것이 부실하다는 논란 자체가 큰 문제”라며 “국방부는 전수조사 과정에서 배식 실패 문제를 비롯해 군납 비리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네티즌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국방비는 어디에 쓰이는 거냐”, “나라를 위해 고생한 군 장병들이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나”, “결국 부대 차원에서 해결해야 하는데 보여주기식 대처로는 처우 개선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다”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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