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11년 동안 좌절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이번에도 또 불발?
상태바
11년 동안 좌절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이번에도 또 불발?
  • 김예닮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21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보험업계•소비자단체•금융위원회의 적극적인 지지
그러나 이번에도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불발' 전망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소비라이프/김예닮 소비자기자]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해 보험 가입자와 소비자들의 불편을 해결하려는 취지에서 발의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11년째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 절차는 매우 까다롭다. 실손보험금 청구를 위해서는 먼저 보험금 청구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서류는 보험사 홈페이지를 통해 내려받을 수 있으며, 인적사항과 은행 계좌번호 그리고 사고 경위에 관한 정보들을 작성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서류를 준비했다면 이제 보험 증빙서류를 준비해야 한다. 치료 및 검사 항목이 나온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받고, 자신이 처방받고 치료받은 내용이 더 자세하게 적힌 진료비 세부명세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또한, 약제비 영수증과 질병코드가 기록되어 있는 처방전, 그리고 의사를 통해 자신의 진단 결과가 기록된 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한다. 만약 입원한 경우에는 입원 이유가 적혀 있는 입원확인서를 추가로 준비해야 한다.

보험금을 청구하려면 가입자 스스로 이렇게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청구 절차가 매우 복잡해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소비자가 많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중 통원 및 입원 치료를 받은 가입자들의 47.5%는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가장 문제 되는 것은 보험금 청구 소멸시효가 '3년'이라는 점이다. 사고가 발생한 후에 3년 이내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 가입자는 보험금을 돌려받을 수 없는데,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를 잊어버렸을 시에도 보험회사 측이나 병원 측에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는 자신의 청구권을 행사하지 못한다.

한편, 현재의 실손보험금 청구 방법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보험사에도 매우 까다로운 일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청구의 76%는 종이 서류를 팩스나 직접 방문 혹은 보험설계사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즉 보험사에서 많은 종이 서류를 수작업을 통해 전산으로 입력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보험사의 전산 입력 수고와 소비자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실손의료보험의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간소화 및 전자화하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이는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영수증 및 진료비 명세서를 의료기관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할 수 있도록 하며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요양기관에 진료비 계산서 등의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와 소비자단체는 지지하는 입장을 밝혔지만, 의료계에서는 거센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의료계의 39개 단체가 '실손보험 간소화법'을 반대하고 있으며 "보험금을 청구할 때 필요한 서류 등을 병원이 중계기관을 거쳐서 전자적인 형태로 보험회사에 전송하는 것은 민감한 개인 진료 정보를 보험회사에 넘기는 꼴이다"라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의료계의 이러한 지적에 대해 "서류전송 업무 외에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열람할 수 없도록 법률에 명시하는 방안 또한 고려하고 있다"라고 반박했으며, 보험업계는 "의료계가 결국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환자 진료비 명세가 공개되면 의료기관의 비급여 항목과 진료비가 노출되면서 병원 수입이 공개되기 때문에 이를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의료계가 지금까지 과잉진료를 해왔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다"라고 비판했다.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보험금 청구를 위한 의료비 증빙서류를 전자문서로 자동으로 보내지 않고 종이 서류로 직접 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논의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서 이 법안이 이른 시일 내에 입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와 소비자단체는 소비자의 편익 증진과 청구권 향상을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계속해서 요구해오고 있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통과되지 못한 지 11년이 흘렀다. 이 법안을 대표 발의한 고용진 의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은 9만 개가 넘는 의료기관과 전산망이 잘 연결되어 있어 이를 활용할 경우 최소한의 비용으로 짧은 시간 안에 중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또한 심평원의 망은 잘 검증되어 있기 때문에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개인정보 보안의 문제는 잘 극복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2009년 이후로 계속 이루지 못했던 '실손보험 간소화'법이 과연 21대 국회에서 통과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여전히 일부에서는 '의료계의 심한 반발로 이번에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