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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매직펜이야 음료수야? 이색 협업 제품의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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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매직펜이야 음료수야? 이색 협업 제품의 인기
  • 홍보현 기자
  • 승인 2021.04.14 11: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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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과정에서 느낀 재미를 SNS 통해 공유, 공감한다는 점이 펀슈머 제품의 매력
이색적 컬랙버레이션으로 시선 집중! 재미와 안정성 같이 잡아야!
출처 : GS리테일
출처 : GS리테일

[소비라이프/홍보현 기자] 디자인 경쟁 시대가 열리면서 같은 제품이라도 가지각색 디자인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제품들의 겉모양새는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이를 놓칠세라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신선한 디자인을 개발해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MZ세대에게 지지받는 펀슈머 제품
지난 2월 SNS에 국내 문구 브랜드 모나미의 유성매직과 색상·모양이 닮은 500mL짜리 탄산음료 사진이 잇달아 올라오며 화제를 모았다. 페트병 라벨에는 ‘모나미 매직’이란 큼지막한 글자가 있고 그 아래 ‘블랙레몬스파클링’, ‘레드메론스파클링’이란 진짜 상품 이름이 적혀 있다. 바로 편의점 GS25가 문구 브랜드 모나미와 손잡고 출시한 컬래버레이션(협업) 상품이다. SNS에 잇따라 사진이 뜨면서 제품 인지도가 빠르게 올라갔다.

최근 ‘펀슈머 제품’이 인기를 누리고 있다. 펀슈머는 ‘펀(fun)’과 ‘컨슈머(consumer)’를 합친 용어로 물건을 구매할 때 상품에 대한 재미를 소비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많은 식음료가 펀슈머에 의해 태어났다. 또한 펀슈머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식품업계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펀슈머 제품은 재미와 즐거움을 찾는 밀레니엄 세대라 불리는 MZ세대 즉 펀슈머 소비자를 겨냥했다. 이들은 가성비보다는 가잼비(가격 대비 재미)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MZ세대는 1980년부터 2004년생까지의 밀레니얼 세대를 의미하는 M과 1995년부터 2004년 출생자를 의미하는 Z세대를 이르는 신조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 총 인구 수 5,184만 명 중 MZ세대인 15~34세는 1,262만 7,638명으로 확인됐다.

MZ세대는 SNS와 함께 자라난 세대이기 때문에 입소문을 통해 쉽고 빠르게 퍼진다. 대학생 김 씨(22세)는 “화장품 회사나 문구 회사에서 다양한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한 제품을 할인 없이 비싸게 팔아도 자주 구매했다”라며 “편의점에도 재밌고 신기한 상품이 나오면 꼭 한 번씩 사 먹었다”고 말했다. 

일반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펀슈머 제품의 반응은 뜨겁다.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을 접한 네티즌들은 “먹기 불편하고 맛은 없지만 재미는 있다”, “너무 신기해서 맛없어도 또 사 먹어야겠다”, “진짜 매직을 마시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이런 게 있었어? 진짜 매직 같다” 등 다양한 평가를 보였다.

펀슈머는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을 넘어 소비 과정에서 느낀 재미를 SNS를 통해 타인과 공유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을 겨냥한 제품은 취향 저격만 되면 금세 입소문이 난다. 지난해 11월 하이트진로가 쇼핑몰 무신사와 협업해 내놓은 4만 원대 ‘참이슬 백팩’은 5분 만에 400개가 완판됐다. 한세엠케이의 캐주얼 브랜드 TBJ는 농심의 ‘너구리’와 손잡고 이색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재미 요소'를 갖춘 이종 컬래버레이션 상품은 회사가 홍보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SNS에 올리기 위해 찾아서 제품을 사고, 산 제품을 알아서 홍보해준다”고 말했다.

펀슈머 제품은 대부분 컬래버레이션(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 외에도 말표 구두약 초콜릿, 딱붙 캔디, 먹는 색종이, 립스틱 사탕, 바둑알 초콜릿, 주사위 모양 사탕, 곰표 시멘트 팝콘 등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이런 상품들은 과거 ‘대중 스타+패션 브랜드’, ‘패션 브랜드+패션 브랜드’ 같은 형태였지만 요즘에는 ‘문구+음료’, ‘금융+라면’, ‘식당+패션’, ‘시멘트+가방’ 등 이색 컬래버레이션 상품이 쏟아지고 있다. 재미를 소비하는 ‘펀슈머’를 겨냥한 이색 컬래버레이션은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고 매출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출처 : BGF리테일
출처 : BGF리테일

국내 이종 컬래버레이션의 원조로 꼽히는 회사는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 대한 제분이다. 대한 제분은 2018년 여름, 패션 회사 4XR과 손잡고 ‘곰표 티셔츠’를 만들어 완판한 뒤 유통 업체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작년엔 편의점 CU와 손잡고 ‘곰표맥주’를 출시해 공전의 히트를 쳤다. 대한제분 관계자는 “20, 30대를 상대로 한 브랜드 인지도 조사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게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곰표의 성공 이후 모나미 볼펜, 말표 구두약, 천마표 시멘트, 삼양라면, 농심 새우깡 등 장수 브랜드들이 잇달아 자사 브랜드를 이종 상품에 빌려주고 있다.

협업의 매력에 빠진 브랜드들
바나나맛우유, 메로나, 초코파이, 새우깡, 돼지바 등은 짧게는 26년, 길게는 50년 가까이 된 장수 제과·빙과 브랜드다. 최근 이 장수 브랜드들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익숙하고 편안한 제품은 ‘언제나 그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란 틀을 스스로 파괴하는 것이다. 이 기업들은 지금도 다양한 종류의 프로젝트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16년 빙그레 바나나맛우유와 CJ올리브영의 자체 브랜드 ‘라운드어라운드’가 협업해 출시한 뷰티 제품은 열흘 만에 초도 물량을 완전히 소진시켰다. 이어 2017년 1월에는 매출 10억 원을 돌파하며 푸드메틱의 대명사가 됐다.

패션업계도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비이커는 지난해 발렌타인데이를 맞아 초코파이와 협업으로 한정판 에코백과 티셔츠를 선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여름이 되자 본격적인 컬래버레이션 제품 출시에 힘을 쏟았다. SPA 브랜드 스파오는 빙그레 메로나, 비비빅, 붕어싸만코 등의 아이덴티티를 활용한 여름 패션 상품 ‘쿨~라보레이션’ 컬렉션을 공개했다.

휠라 역시 대표 슈즈 라인인 코트디럭스와 슬리퍼 ‘드리프터’에 메로나의 색감과 그래픽을 입힌 제품을 선보여 출시 2주 만에 ‘완판’시켰다. 에잇세컨즈는 농심 새우깡과 ‘서머 프렌즈’란 콘셉트로 티셔츠, 파자마, 원피스 등 의류 제품을 비롯해 모자, 양말, 에코백, 맥주잔 등 총 45종의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컬래버레이션 열풍은 제과업계까지 이어졌다. 롯데푸드는 돼지바의 이미지를 활용한 휴대용 선풍기, 노트, 펜, 보조 배터리, 스티커, 에코백 등을 선보였다. 판매용이 아닌 이벤트 경품용이었지만 SNS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제품을 더 출시해달라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농심의 경우 모닝글로리와 손잡고 새우깡 노트 2종을 비롯해 바나나킥, 오징어집, 닭다리, 포스틱 등 인기 스낵 브랜드를 활용한 노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이런 협업 마케팅은 브랜드 확장 시 소비자들에게 생길 심리적 장벽을 허무는 역할도 한다.

최근 1년 사이에만 보험 상품 이름이 들어간 즉석 우동, 라면 봉지와 똑같이 생긴 이불, 라면 로고 캐릭터 ‘너구리’가 그려진 옷 등 수백 종 상품이 출시됐다. 서울 신당동 돼지고기 맛집 ‘금돼지식당’이 가게 로고인 ‘돼지코’가 그려진 이불과 베개 등 침구류를 네이버쇼핑에 올려 준비한 수량을 모두 판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브랜드를 빌려옴으로써 홍보 효과를 얻고 단기간 매출 증대를 노린다고 전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제조업체 입장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띄우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지만 이미 익숙한 브랜드를 갖다붙여 소비자에게 들이밀면 단번에, 쉽게 각인된다”라며 “특히 곰·말 등을 앞세운 옛날 브랜드는 불황에 지친 소비자들 마음을 파고든다”고 전했다.

재미와 안정성 같이 잡아야!
펀슈머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최근 편의점 업계가 내놓고 있는 펀슈머 제품에 대해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매직펜 모양의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과 구두약에 담긴 초콜릿인 ‘초코빈’, 딱풀 모양의 ‘딱붙 캔디’ 등이 그것이다.

SNS에서는 ‘모나미 매직 스파클링’과 관련해 “이걸 나중에 아기들이 구분 못 하고 먹으며 어쩌려는 거냐?”, “아이들이 먹을까 봐 걱정된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어린아이의 안전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한 “혼동하지 말라, 먹지 말라고 문구를 써도 사고가 생기는 판에 모양이 이렇게 똑같으면 더 위험하다”, “아이들이 접하는 제품을 출시하면서 이런 걸 내면 어떡하냐”는 등 펀슈머 제품을 출시한 일부 업체를 비판하는 글도 연이어 보이고 있다.

문제점이 지적된 컬래버레이션 제품들은 판단력이 부족한 나이대 아동들에게 혼돈을 줄 수 있다. 패션과 문구류에 식품의 이미지를 넣는 것과 먹어선 안 되는 비식품 제품을 식품으로 만드는 것에는 엄연히 차이가 있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 따르면 부당한 표시나 광고행위 금지 규정을 두고 있으며, ‘어린이식품안전법’에 따라 초콜릿 등 정서적인 식품이 담배 등 부적절한 모양을 갖추고 있는 경우에 대해 규제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어린이 안전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가 이물질을 삼키는 사고는 2017년 1,498건에서 2018년 1,548건, 2019년 1,91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완구 및 문구 등 학습용품이 가장 많은 사고를 일으켰다. 그러나 안전사고가 우려되는 이색 상품 관련 규제는 없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어린이는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오인을 해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다”라며 “일회성 기획 상품도 용기에 경고 문구 등을 정확히 명시하는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해당 기업에서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우려를 반영해 향후 상품 기획에 더욱 신중을 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기업 관계자는 “인지력 없는 영유아들이 해당 상품과 매직을 혼동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디자인 경쟁 시대에서 결국 살아남는 것은 모두를 배려한 디자인이다.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누구에게나 건강한 디자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성인을 타깃으로 한 제품이라도 어린이 안전까지 고려하는 기업의 자발적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제품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품 속 내용물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기업도 이득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을 배려한 공공의 이익을 고려한 마케팅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식약처 역시 최근 영유아 등 제품을 오인해 섭취하는 것에 대해 전문가 의견 수렴에 착수, 이를 통해 관련 제도 보완 필요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제도가 보완되기 이전까지는 펀슈머로 인한 오인 섭취에 대한 감독·규제할 근거가 없는 만큼 이에 대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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