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1:51 (목)
배달노동자에 대한 논란, 이번에는 갑질과 막말
상태바
배달노동자에 대한 논란, 이번에는 갑질과 막말
  • 김지애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2.04 13: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사합의, 보호법 추진 등 배달노동자에 대한 처우 나아지나 싶었더니
이번에는 갑질하는 아파트에 막말 논란까지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소비라이프/김지애 소비자기자]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서 달려온 배달노동자들이 이번에는 ‘도보배달’, ‘헬멧 탈모’, ‘화물용 승강기배달’ 등을 요구하는 일부 아파트·빌딩의 갑질 문제와 서울의 한 학원 직원의 막말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함에 따라 지난 1년간 배달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배달 노동자의 수 또한 급격히 늘어났다. 하지만 이들은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며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지난 10월 배달 기업계와 노동계 대표자들은 ‘플랫폼 노동 대안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 포럼’을 개최했고 ‘배달 플랫폼 종사자들은 노동조합도 결성할 수 있고, 기업은 이를 정식 노조로 인정해 단체교섭 주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협약을 발표했다. 노동법의 사각지대 안에 있던 배달 노동자와 기업이 노동자와 고용자 관계에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지난 12월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보호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술 발전에 따라서 계속 영역이 확장돼 가기 때문에 플랫폼 업체 그리고 플랫폼을 이용한 사업업체, 플랫폼 종사자와 관련된 계약 관계들을 공정하게 끌고 갈 수 있는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라며, 표준계약서 작성과 전속성 기준 폐지,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 강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노동계는 특별법은 차별이며 다른 노동자들과 동일하게 노동법 적용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각 지자체도 배달노동자를 위해 한걸음 씩 나아가고 있다. 지난 1월 경기도는 경기도일자리재단과 협력해 오는 3월부터 배달 및 퀵서비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재보험료 부담금의 90%를 최대 1년간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1일 순천시의회 본회의에서는 ‘필수노동자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이 조례는 보건의료·돌봄·배달·택배·환경미화 노동자 등 필수노동자를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존중받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를 위한 시장의 책무, 지원계획 수립, 필수노동자 지원 심의위원회 설치 등 필수노동자의 보호와 지원에 실질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이전보다 배달 노동자의 처우에 관심을 두고, 조금씩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 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동조합 배달서비스지부 조합원들이 '배달라이더 무시하는 갑질아파트 문제 해결 요구 및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을 열며 또 다른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노조 측이 “일부 아파트와 빌딩은 가장 기본적인 노동권은 고사하고 배달원을 인격적으로도 존중하지 않고 있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것이다. 진정서에는 강남구와 서초구의 고가 아파트를 포함한 아파트 76곳과 대기업 본사 빌딩, 복합쇼핑몰, 백화점, 고층빌딩 등 빌딩 7곳이 명시돼 있었다.

노조는 해당 아파트·빌딩이 음식 냄새와 거주자의 안전과 같은 이유로 배달 노동자들에게 강제로 헬멧이나 패딩을 벗게 하고, 화물용 엘리베이터 이용과 도보 배달을 강제하는 등 배달노동자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은 “패딩 안에 흉기를 소지하고 입주민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으니 패딩을 벗으라는 아파트도 있다.”, "여의도 한 빌딩에 배달을 갔는데 보안 요원이 헬멧을 벗으라고 쫓아왔다. 테러를 할 수도 있다는 건데 우리가 테러범이냐", “한 빌딩에선 화물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라고 한다. 근데 저희는 짐짝이 아니다. 고객이 드실 소중한 음식을 가져가는 사람이다” 등 본인들이 겪어 온 갑질을 밝히며 호소했다.

서울의 한 어학원 직원이 배달노동자에게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녹음파일과 함께 어제 우리 기사 중 한 명이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묻는 글이 올라왔다. 녹음파일에는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하니까 배달 일이나 하는 것 아니냐”, “회사에 인정받고 돈 많이 벌었으면 그 짓 하겠냐” 등 배달원에게 막말을 서슴지 않는 직원의 목소리가 담겨있었다. 원인은 배달 주소를 잘못 기재해 추가 배달비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학원 측은 공식 사과문을 개재했고 피해자 측은 더는 이 사건이 인터넷에 회자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배달노동자는 이제 우리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지만, 그에 대한 처우와 시선은 그 가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에 관련된 문제들을 좀 더 성숙하게 바라보고 해결해나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