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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배당 제한, 곳곳에서 반발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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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배당 제한, 곳곳에서 반발 나와
  • 최명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1.29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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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은행 배당 순이익 20% 이내로 할 것 권고
금융지주와 개인 투자자 우려의 목소리.. 농민들에게도 불똥 튀나

[소비라이프/최명진 소비자기자] 27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은행 및 은행지주 자본관리 권고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은행지주회사와 은행들은 6월 말까지 배당 성향을 20% 이내로 하게 됐다. 코로나19에 대응해 은행들이 충분한 자본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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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성향은 당기순이익 중 배당으로 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돈의 비중을 의미한다. 즉, 배당 성향이 높을수록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에서 주주들에게 돌려준 부분이 크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은행주의 배당은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상승해왔다. 2015년에서 2019년까지 신한금융의 현금배당금 총액은 40.1%, KB금융 127.4%, 하나금융 220.4%, 우리금융 50.2%의 증가세를 보였다. 배당 성향 역시 성장해 2019년도 4대 대형 금융지주들의 연평균 배당 성향은 26% 정도였으며, 업계 전반에서도 평균 24%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27일, 금융당국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함으로써 배당 자제를 권고해 은행들의 배당에 제한이 걸릴 전망이다. 20% 이내의 배당 성향 권고는 우선 이번 상반기까지 적용된다. 금융위는 재무건전성 평가(스트레스 테스트)에서 상당수 은행이 배당제한 규제 비율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만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손실 흡수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은행권의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중간배당을 한시적으로 제한한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해당 권고는 금융지주회사 소속 은행이 지주사에 배당하는 것과 한국수출입은행,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배당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은행의 과도한 배당을 제한하면 고배당으로 은행 건전성 부문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실제 2011년 부산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비리로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은행 측이 충분한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아 투자자 3만 8,000명이 6,700억 원의 손해를 입은 바 있다.

이번 권고안에 따라, 주요 은행 지주사들은 순이익이 같다는 가정하에 배당금을 5분의 1 이상 줄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지주와 은행들은 금융당국 배당 제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주가 미칠 악영향을 염려하는 모습이다. 실제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이 알려진 후, 신한지주(-0.46%), KB금융(-3.07%), 하나금융지주(-1.99%), 우리금융지주(-2.47%)의 주가는 일제히 감소했다. 특히 최근 은행주가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 올랐던 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최근 감소 추세인 외국인 지분율 회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적정수준의 배당을 해야 하는데 난처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개인 투자자의 반발도 거세다. 2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에서는, 대한민국의 금융사들의 배당성향은 해외 다른 금융사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고 분기 배당이 아닌 연말 배당을 하고 있으며, 금융 안정성도 최대치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배당을 제한하는 것은 ‘관치금융’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권고안에 따라 농민들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NH농협금융의 경우 배당의 대부분이 농민 조합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농가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업 역시 배당금으로 이뤄진 농민 지원금으로 추진되기 때문에 농민들에게 불똥이 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권고 종료 이후에는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범위 안에서 예전처럼 자율적 배당이 가능하다고 명시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은행업계 고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9일 “배당 제한 권고 기간이 한시적인 만큼 불확실성을 해소한다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권고조치 종료 후 올해 배당성향은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번 금융당국 결정은 정부의 이익공유제 정책과 맞물려 은행주의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익을 나누고 배당을 줄인다면 국내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주주들로부터도 외면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추후 은행이 어떠한 방식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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