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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발로 또 무산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치되는 소비자 권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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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반발로 또 무산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치되는 소비자 권익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0.12.03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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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에 이르지 못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 의료계 강력 반발
11년째 방치되는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실손의료보험(실손보험) 보험금을 진료 후 병원에서 곧바로 전산 청구할 수 있게 하는 입법 시도가 다시 의료계의 벽에 막혔다.

3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용진 의원과 국민의힘 소속 윤창현 의원 등이 각각 대표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보험업법 개정안)을 논의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 법안은 의료기관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요청을 받아 보험금을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게 해 가입자의 편의와 이익을 증진하고 보험업계의 업무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11월 18일 진행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입법 촉국 공동성명서 발표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연간 9천만 건에 이르는 실손보험 청구의 76%가 팩스, 보험설계사, 방문 등을 통해 이뤄진다. 대부분 종이 서류를 기반으로 하며, 보험사 직원은 이 데이터를 전산 시스템에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스마트폰 앱이나 이메일 등으로도 서류를 낼 수 있지만 이 역시 병원에서 종이 서류를 떼와야 한다. 종이 서류를 사진으로 촬영한 후 보험사 애플리케이션(21%)이나 이메일(3%)로 청구하더라도 결국 보험사에서 수작업으로 전산에 입력해야 하므로 사실상 종이문서를 기반으로 하는 청구가 99%에 해당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이 실손보험 데이터를 들여다보거나 건강보험 대상이 아닌 비급여 의료행위까지 심사할 가능성을 염려해 청구 간소화에 반대했다. 이러한 비용과 수고를 줄이려고 20대 국회에서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입법을 추진했지만 의료계 반발에 부딪혔다.

이에 21대 국회 들어 고용진 의원 발의로 심평원이 서류전송 업무 외 다른 목적으로 정보를 사용하거나 보관할 수 없도록 하고, 전송 업무와 관련해 의료계가 참여하는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정무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윤창현 의원도 비슷한 취지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여야 합의 처리 기대감이 고조됐다.

그러나 의료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의료계는 법안소위 통과 저지에 총력을 기울였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직접 국회를 찾아 정무위원회 의원들을 접촉하며 의료기관의 행정 부담과 민감정보 유출 가능성 등 보험업법 개정안 반대 논리를 펼쳤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야당 간사와 일부 여당 의원까지 이견을 보였다"며 "법안을 합의 처리하는 정신에 따라 보험업법 개정안은 법안소위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해 노력했던 시민·소비자단체는 개정안 합의 실패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금융소비자연맹 배홍 국장은 “투명한 진료정보 시스템을 통한 합리적인 의료서비스 시스템 확립이 필요함에도 차일피일 미뤄지는 실손보험 의료 간소화로 앞으로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낭비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라며 “실손보험이 소비자에게 가져다줄 편익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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