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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동물권 아직 갈 길 멀어··· 동물은 소품 취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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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동물권 아직 갈 길 멀어··· 동물은 소품 취급?
  • 한지혜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9.15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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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안전과 복지가 부족한 현장
동물 출연에 대한 관련 가이드라인 부족

[소비라이프/한지혜 소비자기자] 미디어 출연 동물에 대한 관리가 부족하고 몇몇 현장에서는 동물 학대에 가까운 모습도 보였다. 인간과 동물 모두 안전한 촬영을 위해 동물 복지를 위한 구체적인 체계가 필요해 보인다.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영화나 드라마, 예능을 보면 동물이 등장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다. 미디어에 등장하는 만큼 관리가 철저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물권 인식이 향상되면서 상황은 많이 좋아졌지만, 제도적인 동물 복지는 미흡하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6월 5일부터 6월 28일까지 동물 촬영 현장 경험이 있는 157명 관련자에게 국내 촬영 현장의 동물 복지 실태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촬영을 위해 데리고 온 동물 후속 처리의 경우 개, 고양이 등의 반려동물이나 말은 소속이 분명해서 대부분 촬영 이후 큰 문제는 없었다. 동물의 소유자가 불분명한 동물은 제작부의 책임으로 맡겨지고 규정은 따로 없어서 어류, 조류, 야생동물은 폐사나 방사, 재판매로 처리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를 보면 동물을 때리거나 죽이고, 동물에게 위험하거나 자극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한다. 이런 촬영을 위해 '고의'로 동물에게 해를 가했던 상황을 경험한 종사자는 8%였다. 그 상황으로는 ‘전문의가 아닌 스태프가 직접 마취 주사 놓기’, ‘인위적으로 상처 내기’, ‘전기 충격기 사용’, ‘움직임 통제를 위한 다리 부러뜨리기’가 있었다.

고의가 아닌 '사고'로 동물이 죽거나 다친 적이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13%(12명)였다. 그 상황으로 ‘스트레스로 죽은 동물’, ‘마취 받은 동물의 후유증’, ‘촬영 중 과실’, ‘관리 소홀로 인한 죽음’, ‘반복 촬영 상황으로 인한 죽음’, ‘한 곳에 많은 어류를 모아 촬영해 스트레스로 다수 폐사’가 구체적인 답변으로 나왔다. 촬영을 위해 구매하거나 포획한 금붕어, 병아리, 닭, 거북이, 참새 등의 참변은 개, 고양이, 말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특히 소규모 저예산 작품 또는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스태프가 촬영을 주도하는 경우 동물의 복지를 고려한 환경은 보장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촬영 현장은 동물들이 스트레스를 일으킬 각종 요소에 노출되어 있어서 수시로 동물의 건강과 주변 환경 관리가 필요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동물에게 섬세한 연기가 요구될수록 동물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학대에 가까운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해외에서는 실제 동물 대신 CG(컴퓨터 그래픽)로 대체하는 영화나 드라마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지만, 국내에선 CG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중이 58%였다. 그 이유로는 ‘예산 부족’(41%), ‘컴퓨터그래픽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장면’(33%) 이 가장 많았다. CG는 예산, 기술력, 시간이 확보돼야 가능해서 아직까진 동물을 직접 출연시키는 게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동물의 안전과 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동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수의사나 동물 전문가가 배치돼야 한다. 출연 동물에 대한 엄격한 관리 기준과 체계를 마련하고 스태프 대상의 동물권 교육 의무화와 각 동물 특성을 고려한 가이드라인도 필요하다. 동물이 불안한 상황에 놓여있으면 돌발행동으로 인해 인간도 위험해질 수 있다. 동물과 인간 모두 안전한 촬영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예산과 시간, 인식개선과 시스템적인 발전 등 다각적인 변화를 통한 출연 동물의 복지 향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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